[미국치과의사] (2) 인디언 소년과 어느 미국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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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2) 인디언 소년과 어느 미국 할아버지
  • 박진호 원장
  • 승인 2019.02.0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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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②

 

 

 

‘If somene comes to you for needed dental work and is too poor to pay for it, here is a gift to help you perform the work.’ - John S.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던 미국 할아버지의 편지다. 이 할아버지… 간단한 치료를 몇 번 했는데 우리가 거의 돈을 요구를 하지 않으니, 어느 날 이렇게 편지 한통을 주고 가셨다. 워낙 오랫동안 잘 아는 사이다 보니 매번 돈을 받기가 그랬는데 이렇게 고마움을 표현해 주신다.

‘누군가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왔고, 그리고 그가 너무 가난하다면 그 일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물입니다.’ 자필 메모와 함께 50달러짜리 지폐 두 장이 동봉돼 있었다.

 

 

 

사실 이 편지를 받은 날 오전에, 캐나다에서 넘어온 6살짜리 인디언(Native Indian) 아이의 치료를 막 끝낸 참이었다. 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몇 달 전, 디즈니 만화 주인공 ‘포카혼타스’를 쏙 빼닮은 젊은 인디언 엄마가 첫째 아들인 이 아이를 데리고 왔다.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어금니(#30)를 빼달라고 한다. 이가 많이 아프다며 무작정 빼달라고 하는데, 당최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막무가내다.

사실, 여기 살다보면 어렵지 않게 인디언 원주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 미국에도 많지만, 캐나다에도 인디언이 모여 거주하는 지역이 있다. ‘Native Indian Reservation’ 구역이라 부르는데, 거의 격리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정부 보조를 받으며 생활한다. 이곳에 사는 인디언들 역시 미국 인디언들과 마찬가지로 황폐하다. 그 곳이 싫어 빠져 나온다고 해도 대개는 궁핍한 생활의 연속이다. 이 가정 역시 어느 선교사의 도움으로 그 동네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와서 지금 내 치과가 있는 동네에 정착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탭들과 한참을 고민하다… 아이 엄마에게 “우리가 다 해 줄테니 뽑지 말자”고 했다. 어떻게든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고… 망설이던 엄마의 허락을 받는 둥 마는 둥 우리는 치료를 시작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이 있는데, 나도 나지만 우리 스탭들이 더 안달복달이었다. 오직 한국이나 동양에만 존재할 것 같은 말이지만, 여기 살다보니 동서양을 떠나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드는 마음이고, 미국 스탭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인디언 원주민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다. 오랜 역사적 배경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고 연민이 있다. 무조건 빼 달라고 막무가내로 우겼던 것도, 돈을 가장 적게 들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모든 게 ‘궁핍’에서 비롯된 ‘우격다짐’이었으리라.

그렇게 몇 달에 걸쳐 Pulpectomy와 Root Canal Therapy 등의 치료를 끝냈다. #30번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치아들을 허락도 받지 않고 다 치료해 버렸다. 이러한 치료 사실에 대해선 우리 스탭들만 알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치료가 마무리 되어 갈 무렵 그렇게 무뚝뚝하던 아이가 웃기도 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던 아이가 조금씩 감정 표현을 한다. 미국아이지만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많이 가까워졌다. 무뚝뚝하기 그지없던 아이 엄마도 스탭들과 말도 잘하고 웃기도 잘 한다. 그렇게 경계의 눈빛이 사라지고 닫혔던 마음이 열렸다.
그리고… 그렇게 그 아이 치료를 끝낸 날, 마침 그 미국 할아버지의 편지가 전해졌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뭐랄까… “수고 했어”라며 우리 손에 쥐어 준 일종의 ‘상장’ 같았다. 그 절묘한 타이밍에 나를 포함해 스탭들 모두가 소름이 돋았다. 마치, 잘 짜여진 드라마처럼 말이다. 이 일은 한동안 나와 우리 스탭들을 많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일이다.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다,
현재는 펜실바니아州 필라델피아에서 치과를 운영 중이며, 치과명은 ‘Sellersville Family Dental’이다.    홈페이지
www.DrParkOnline.com   E메일 smile189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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