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답변, 그리고 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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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답변, 그리고 구강
  •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 승인 2019.03.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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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의 기공잡기(雜記)⑨
글쓴이 장성환 소장은 ‘28공작소 디지털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기공관련 서적 ‘MY 28 STORY’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연재는 이전 7회에 걸쳐 본지에 연재됐던 ‘28Story’의 2탄으로, 장성환 소장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한 독자들이 많았기에 후속 연재를 준비했다. 다양한 주제와 자유로운 시각으로 장성환 소장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일상을 통해 기공계의 현실을 반추(反芻)하고자 한다.
 
글 | 장성환 (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02-704-2878  https://28dentalstudio.modoo.at)
 
예전에 ‘피터 S. 엉거’가 쓴 <이빨>이라는 책을 읽었다. 상어의 방패비늘은 작은 상아질 원뿔로, 연골 기부 안에 Pulp가 있고, 그 속에 혈관이 들어있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턱이 진화하면서 입 주위의 피부 비늘이 변형되어 입속에서 이빨이 되었다는 가설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상어는 이빨이 빠지고 새로 나기를 200번이나 할 수 있으며, 포유류는 한번 정도 하는데 정확한 교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갈이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사람의 이빨이 빠지고 다시 난다면, 치과 의학이 필요할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불행일지 다행일지 모르겠으나 ‘정교한 교합의 필요’에 의해 그 유전자가 퇴화 됐다니 이런 현상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그 퇴화된 유전자를 복원시킬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기술과 현대 치의학으로, 빠진 이빨이 새로 나지만 교합 형성에 문제가 없는… 아마도 ‘완벽한 구강’이 탄생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최근 ‘스티븐 호킹’이 썼다는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답변>이란 책을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다. 호기심은 있었지만, 천체 물리학자의 깊은 뜻을 알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해당 기사를 대충 흘려 보았다. 그리고 3~4일이 지났을까, 라디오를 통해 ‘스티븐 호킹’의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접하게 됐는데 전달자의 설명에 다소 답답함을 느꼈다. 책의 첫 번째 장인 ‘신은 존재하는가’를 소개하는데, 책 제목처럼(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답변) 간결하지 않았고, 그 설명이 스티븐 호킹의 생각인지, 자신의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책을 구입하고 말았다. 그렇게 답답해했고 궁금했던 부분을 먼저 읽어 보았다. 1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었지만 빅뱅의 순간으로 거슬러 가 우주여행을 하고 온 듯 아찔함이 있었다. 질량, 에너지, 공간, 블랙홀, 시간 등의 단어와 함께 설명되어 있는데, 천체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어렵지 않게 설득당할 수 있었다.
 
우주 형성의 3가지 재료는 물질, 에너지, 그리고, 공간이며, 공간과 에너지는 빅뱅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설명돼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빅뱅 때 어마어마한 양(플러스)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음(마이너스)의 에너지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양과 음이 합쳐져 향상 ‘0’이 된다고 하면서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공간 그 자체가 음 에너지의 어마어마한 저장소라는 글을 읽으면서 문득, 구강도 내부도 에너지 저장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씹을 때 생기는 양의 에너지와 공간이 만나 ‘0’이 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치근 점막이 교합력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구강은 작은 우주라고 예전부터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의 존재를 믿는 이들에게는 달갑지 않겠지만, ‘스티븐 호킹’은 조심스럽게 신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도 없었으며, 원인이 존재할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창조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억지 같기도 하다. 
 
스티븐 호킹의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자연의 법칙’이다. ‘자연의 법칙’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7가지로 정의돼 있었다.
 
 에너지의 영원한 변화의 법칙
 진동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양극성의 법칙
 리듬의 법칙
 원인과 결과의 법칙
 성의 법칙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 각각에 대해 그 의미를 해석해 놓진 않았지만, 6번의 원인과 결과의 법칙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구강이 스쳐 지나갔다. 쓰러진 치아의 원인은 그 치아의 앞 치아가 없는 결과가 있고, 그 치아가 없는 결과는 교합의 외상, 혹은 치주 질환이라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듯 구강에도 자연의 법칙이  존재한다. 그래서, 구강 그 자체가 과학이라고 말 하고 싶다. 나름대로 구강에서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레의 법칙이 존재하는데, 3종 지레는 과두(받침점), 근육(힘점), 전치(작용점)이며, 2종 지레는 과두(받침점), 구치(작용점), 근육(힘점), 1종 지레는 과두(작용점), 구치(받침점), 근육(힘점)으로 나열된다.
ARCH의 형태를 지닌 하악과 상악의 악궁형태. 그리고 상악 구개 부위의 악궁형태. 아치는 상당한 하중을 압축 응력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만든 곡선의 형태이다. 저작력을 견디기 위한 구조이면서 ‘스티븐 호킹’이 말한 음의 에너지의 공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원인과 결과의 법칙. 구강의 현 상태는 기능의 결과다.
하악은 근심경사. 하악 치아 장축 방향은 ‘Gabella’로 향한다. 이곳에 Sponge bone이 있어서 뇌로 전달되는 교합력을 분산시킨다고 한다.
치아의 교합면이 마모되는 만큼 정출의 힘 작용. 급성으로 교합이 붕괴하지 않는 한 교합고경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
치근의 분배. 교합력을 많이 받는 구치부의 치근은 다근치이며, 하악의 대구치는 근·원심으로 분배가 되어있고, 상악의 대구치는 근·원심에 Palatal 부위에 한 개가 더 있어서 하악이 교합할 때 버틸 수 있게 해준다.   
 
이렇듯, 구강 구조에 대한 설계와 기능을 관찰해 볼 때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가. 구강에 대한 표현은 사실 나의 작은 지식 때문에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더 많이 앎으로서 그 가치를 더욱 더 이해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일 테니 말이다.
구강이 단순하게 음식을 먹는 기능과 웃을 때 예뻐 보이는 심미, 혹은 말할 때 혀와 닿아 소리를 내는 발음의 역할 뿐만 아니라, 코골이의 원인 혹은 두통, 혹은 수면에 이르기까지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치과계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자부심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언젠가 킹크랩을 먹다가 집게를 보고 너무 신기해 한참을 바라본 적이 있다. 집게의 관절이 마치 하악과 같았고, 집게에 형성된 돌기들은 사람의 소구치, 대구치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런걸 보면서 신기해하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나도 ‘소확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기공을 하다보면 너무 작은 것에 매달리다보니 스스로가 소심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주에서는 내가 하는 일은 먼지에도 속하지 않을 테니, 우주를 빌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내 자신을 달래보기도 한다. 답을 찾기 위한 탐사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장성환의 기공잡기’가 이번호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이 연재에 작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치과 원장님과 치과기공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이야기와 신선한 시각으로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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