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12) 탈종교 시대의 이콘(ICON) 화가 ‘마크 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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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12) 탈종교 시대의 이콘(ICON) 화가 ‘마크 로스코'
  • 권호근 교수
  • 승인 2019.09.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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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마크 로스코(Mark Rosthko, 1903~1970)는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화가입니다. 리투아니아 로번스크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스코는 가족을 따라 미국 뉴욕으로 이주합니다. 예일대에 입학하여 인문학과 철학을 공부했지만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를 한 뒤, 뉴욕으로 가서 미술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배웁니다.

당시 미국의 자본주의는 2차 대전 이후 전쟁 피해를 입지 않은 덕에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대두됩니다. 경제적 풍요를 누린 미국 사회 전반에는 물질주의와 배금주의가 팽배합니다. 이러한 사회 풍토에 회의감을 느낀 일부 뉴욕 화가들은 물질보다 정신을 표현하고자 구상 대신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드리핑 화법으로 유명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1912~1956)과 캔버스에 선 하나로 정신과 삶의 숭고함을 표현하였던 바넷 뉴먼(Barnett Newman 1905~1970), 그리고 명상과 단순함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려고 했던 로스코 등이 당시 뉴욕 화단을 이끌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입니다.
 
▲ 위 그림은 마크 로스코가 자살하기 전 그린 마지막 그림입니다. 작품을 사러왔던 사람이 이 그림을 보고 마크 로스코의 죽음을 예감하고 신고를 하였다고 하니, 관객과의 소통과 감정 이입에는 성공한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추상표현주의의 출현으로 미국 화단은 유럽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었고 뉴욕은 세계 미술의 중심 도시가 됩니다. 잭슨 폴록과 마크로스코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라는 공통점 외에 가장 그림 값이 비싼 작가, 화가로서 최전성기에 자살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잭슨 폴록이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도 예술이라는 주장과 함께 무의식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물감을 흩뿌리는 드리핑 기법을 사용한 반면, 로스코는 정신의 순수성과 초월성을 추구하고 이를 관객과 공감하려고 한 작가입니다.

로스코는 “화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완성했다고 그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고 소통해야 비로소 작가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로스코를 소통의 작가’라고 합니다. 로스코는 그림을 통해 인간 삶의 순수함과 숭고함 등을 관객에게 전달해 인간의 슬픔을 치유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로스코는 ‘힐링의 작가’라고 불립니다. 로스코 작품은 경계가 명확하기 않은 사각형의 색 덩어리 또는 색의 구름과 같은 작품이 많습니다. 단순한 사각형의 색 덩어리 작품이지만 지속적으로 쳐다보면서 명상을 하면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로스코는 텍사스의 거부 존 드 메닐(Johnand Dominique de Menil) 부부의 종교를 초월한 채플 건립을 의뢰받고 건물 설계부터 내부에 걸릴 작품 제작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어떠한 종교적 상징물이 없이 오직 7점의 검은 색조의 로스코 그림만 걸려 있는 휴스턴의 유명한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입니다. 일찍이 넬슨 만델라, 달라이라마 등 세계적 종교 지도자들이 방문하여 강연과 설교를 하였고 지금도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명소 중 하나로 이 로스코 채플을 들고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번 방문해보고자 합니다.

‘이콘(ICON)’은 종교 교육과 감화 또는 치유를 위해 목판에 성인이나 종교적 내용을 그린 종교화입니다.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는 오늘날, 종교간 벽을 뛰어넘어 영성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로스코의 그림은 ‘21세기의 이콘 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5년 8월 17일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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