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12) 대장금과 싸이, 그리고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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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12) 대장금과 싸이, 그리고 BTS
  • 박진호 원장
  • 승인 2019.12.0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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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여전히 열풍이다. 내가 사는 곳도 예외는 아닌데,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한번 해야겠다. 한류 중에서도 특히 강세인 K-POP은, 이미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실제 피부로 처음 느낀 것은 3년 전이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LA Fitness’라는 헬스센터가 있다. 하루는 늦은 저녁시간에 그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마감시간이 다 되어 그런지 운동기기에 달린 모니터가 다 꺼진 채 건물 전체가 울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았다는데 … 그 노래가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그 당시엔 그 노래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지만, 내가 생활하는 바로 이 미국 어느 한 시골구석에서 한국어 한마디 모르는 미국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악으로 온 건물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한국말 100%로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실, 그 보다 훨씬 이전엔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당시 반응도 특별했다. 이 드라마는 아시아권 사람들에게 특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당시 와이프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시아계 친구들이 우리집에 대장금 비디오를 빌리러 자주 왔는데, 이 또한 굉장히 낯설고 신기한 일이었다.

‘대장금’이나 ‘강남스타일’이 그 시작이었을까? 요즘 대세는 당연 BTS다. 사실 난 BTS의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뉴스를 듣고 보았지만 그 아이돌들이 그렇게 유명한지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K-POP에 관심이 있는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정도의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충격적인 것을 목격하고 난 후에 내 생각이 바뀌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Barnes and Noble’이라는 큰 서점이 있다. 이 서점은 미국을 대표하는 서점으로 웬만한 동네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커피점도 있는지라 일주일에 한번은 저녁에 그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일본 만화책인 ‘망가(Manga)’가 즐비하게 비치되어 있는 Section이 있는데, 그 곳을 반으로 줄여 버리고, 새로운 한국서적으로 메워지고 특별전시도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 거기엔 반가운 세 글자가 반짝이고 있는데 바로 ‘BTS’였다.

한국 책이 즐비한 사이로 미국 틴에이저들이 모여 열심히 그 책들을 읽고 있었다. 굉장히 신기하고 충격적인 광경인데, ‘LA Fitness’에서 강남스타일로 받은 충격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미국 최대 서점에서 가끔 한국 작가의 책을 발견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특별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 선풍을 일으키며, 미국인들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과연, 이런 ‘한류’를 본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이 아이들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지기까지한다. 그렇게 서점에 들렸던 그들은 저녁에 집에 돌아가 유튜브를 통해 그 친구들의 노래를 듣는다.

치과에서 틴에이저들을 치료할 때 주고받는 대화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학교 이야기 아니면 그 아이들이 하는 운동이야기 정도? 서둘러 치료를 끝내고 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제는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제가 하나 더 늘었다. BTS 노래를 흥얼거리고 ‘FT Island’를 안다고 하면 그때는 자기가 아는 K-POP Artist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룹 이야기까지 나오면 그때는 난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한다. 내 지식의 폭이 너무 좁다보니, ‘음… 괜히 시작했나’하는 후회가 슬며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교감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기분이 좋은 것은 숨길 수가 없다. 그래서 이젠 틴에어저들을 치료할 때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 본다.

“So how crazy are you about K-Pop?”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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