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13) Annual M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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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13) Annual Meeting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0.01.02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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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연말이 되면 오피스에서 꼭 하는 연중행사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과의 개별면담이다. 시간을 정해놓고 보스인 나랑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그 자리는 디테일을 담당하는 오프스 매니저를 건너뛰고 나랑 단둘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다. 당연히 직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자리지만, 그러나 실제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다.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미팅을 하는지라 특별한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아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늘 체크하는 이야기들은 이런 것들이다.

직원들과의 갈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거기에서 오피스 운영방식으로 개선시킬 요소가 있는지. 각자 개인적인 UP and DOWN이 있지만 직원 개개인이 보여주었던 치료에 관련된 job Performance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가도 해준다. 좀 더 Consistent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가끔은 이 자리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직원도 있다. 그동안 너무 훌륭히 일한 직원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동의하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을 때는 조건을 달아준다. 몇 달만 더 지켜보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그런 이야기가 끝이 날 때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물어본다.
“It’s your turn now and tell me how I did in the office last year.”

대부분은 우물쭈물 거린다. 어떻게 쉽게 입이 떨어지겠는가… 보스 앞에서 보스를 평가해보라고 하는데. 대부분은 주저하기 마련인데, 할 이야기가 없어도 쥐어짜보라고 푸시를 하면… 주로 좋은 이야기들만 내어 놓는다.

기억나는 이야기 중 하나는… 나랑 제일 오래 같이 일했던 한 스탭의 이야기였는데, 내가 참을성이 아주 많아졌다고 한다. 피스 안에서 직원끼리의 갈등,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았던 치료들, 불만을 많이 표현 했던 환자들, 그런 일련의 일들 앞에서 화를 내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원만히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듣기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아직도 싫은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기도 하고, 치료가 끝나자마자 환자 곁을 떠나버리는 성급함이 여전하다는 등등…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직원들이 고맙다.

그리고 내가 개인면담을 하면서 언제나 마무리로 하는 이야기는 이것이다.(전체 모임 때도 이야기를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는 이 순간은 아주 효과적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은 ‘Patient Care’다. 좀 더 양질의 치료를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공하는데 우리의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렇게 환자분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줄 수 있으면, 그 기쁨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되고, 우린 다시 다음 환자들에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보람을 느끼며 매일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최고의 답은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잘 되지 않을 때, 그 어떤 문제라 하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거기에 혹시 내가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나 반듯이 체크해 봐야한다.

내가 한 말이지만 그 말의 무게는 나한테 가장 무겁게 돌아온다. 이렇게 또 일 년이 흘러가고 이제 우리 오피스는 햇수로 20년을 맞이한다. 내년 이맘때는 또 어떤 일들을 회상하게 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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