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13) 슬기로운 낭만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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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13) 슬기로운 낭만닥터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0.06.0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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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의사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흔한 편이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메디컬 드라마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최근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드라마도 주인공이 의사이거나 병원이 배경인 메디컬 드라마다.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은 최근 내가 가장 즐겨 보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의사와 병원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병원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특별함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 걱정, 두려움, 눈물, 좌절이 혼재되어 있는 병원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이 극으로 치닫는 공간인 것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뽑아낼 수 있어서, 작가라면 한 번쯤 써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치는 곳이다.

일반인들이 의사를 나누는 방법은 심플하다. 실력이 뛰어나고 인성도 좋은 의사, 실력은 좋은데 성격은 더러운 의사, 실력은 없지만 인성이 안쓰러울 정도로 좋은 의사, 실력도 인격도 형편없는 의사. 훌륭한 의사를 만나는 것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행운일 수도 있다. 환자의 관점에서 의사의 실력을 가늠할 수는 없고, 또 인성이 좋은 의사는 겪어봐야 아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말만으로는 자신과 맞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이유
의사는 일반인들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당한 양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직업이다. 따라서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환자는 의사의 말에 절대적으로 믿음을 가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치료의 능력을 갖춘 사람은 그 마을의 지도자이거나 마법사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작금의 우리 의사들의 모습은 치료에 대해서 환자에게 오히려 확인을 받거나 제안을 받고 있다.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졌고, 그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도 너무 쉬워졌다. 비슷한 환자들 사이의 커뮤니티 소통은 어떤 병을 실제로 극복한 환자의 말을 의사의 말보다 더 신뢰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게 했다.

환자들에게 물어보라. 위에 열거한 의사 중에서 실력과 인성이 모두 뛰어난 의사를 당연히 일 순위로 뽑겠지만 실력은 좋은데 성격은 더러운 의사, 실력은 없지만 인성이 안쓰러울 정도로 좋은 의사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십중팔구 성격이 더러운 실력파를 찾을 것이다. 의사에게 있어서 실력이란, 어쩜 개 같은 성격을 매력으로도 만들어주는 신비의 기술인 것이다.

갓 의사가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후배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바로 경험치와 학습에 대한 것이다. 내가 분명 환자 경험이 많지만 새로운 학문적 지식도 과연 더 뛰어날까 하는 의구심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경험이 그만큼 실력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식을 겸비하지 않은 경험은 오히려 환자에게는 실(失)이기 때문이다. 경험에만 의존하지 말고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이유다.

치료만 잘하면 될까?
대학병원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베체트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틀니 치료를 담당했는데 구강 내 궤양이 심해서 틀니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너무 자주 내원하는 통에 은근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부렸다. 내가 만든 틀니는 제대로 됐는데 환자가 가진 질병 때문에 문제가 자꾸 생긴다는 식으로 몰아갔던 거 같다. 참 못났던 시절이다.
베체트병은 다발성 구강궤양이 구강 점막과 혀에 자주 발생하고 눈의 충혈, 안구 통증, 성기 궤양도 생길 수 있는 난치질환이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보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성적인 욕구 모두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하고 자살률도 높은 질환으로 보고된다. 환자가 가지고 있을 수많은 고민에 대한 배려와 이해 없이 틀니에 눌린 궤양만 바라보고 틀니에 하자가 없다는 것만 항변하면서 치료를 했던 것이다.

치유를 동반하는 치료를 하자
치료(治療)는 다스릴 치(治), 병 고칠 료(療)로 영어로는 ‘treatment’가 적절하다. 치유(治癒)는 다스릴 치(治), 병 나을 유(癒)로 영어로는 ‘healing’ 정도라고 하겠다. 즉 치료의 주체는 주로 의사이고 전문적으로 행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치유는 스스로 병을 낫게 한다는 뜻으로 능동적으로 자신의 병이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의사로서 우리가 환자에게 행하는 모든 것이 바로 치료다. 치유는 환자 자신만이 알고 판단할 수 있다. 치유는 적극적이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근원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고 낫고 있지만 치유 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치료를 아무리 잘해도 환자에게 진정한 힐링(healing)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치료를 잘해주는 것은 의사의 의무이자 기본이다. 하지만 환자가 치유되었는지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환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공의 시절 베체트병에 걸린 환자의 치료에 집중하고자 했다면 이제 경험이 쌓인 임상의로서 내가 가져야 할 자세는 그 환자의 진정한 치유를 위해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우리에게 늘 감동을 주는 의사를 한번 돌아보라. 분명 환자에게 진정한 ‘치유’를 끌어내는 의사일 것이다. 슬기로운 낭만닥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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