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22) 틀니이야기 2
상태바
[미국치과의사] (22) 틀니이야기 2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0.09.30 13: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지난달 덴포라인에 틀니에 관한 글을 기재하고 찜찜한 기분이 남아 있었다.

미국식 표현에 ‘open a can of worms’ 이란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다 감당할 수 없는 진짜 문제가 터져 나온다는 관용구인데, 지금의 내 마음을 맞게 표현하는 것 같다. 문제점을 드러낸다면 나름의 해결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 의무라 생각하는데, 이 ‘틀니 치료’에 관해서는 묘책이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결국은 Dentistry의 본질에 접근할 수밖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이 일하는 의사가 두 명 있는데 최근 나 아닌 다른 의사가 틀니 치료하는 것을 가까이서 동시에 볼 기회가 있었다. 둘 다 치과대학원을 졸업한 지는 10년이 넘었으니 초년병(?)은 아니고 나름 이젠 그 지식과 기술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중 한 명은 Nursing Home(요양원)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다. 편의상 Dr.A 라 부르자. 그곳에서 흔하게 하는 치료 중의 하나가 바로 틀니 제작이다. 그래서 Dr.A가 우리 병원에 조인하기 전에 인터뷰를 하며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이제부터 이 친구에게 모든 틀니 치료를 부탁하리라 기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가며 틀니 환자는 자꾸 내 스케줄에 채워지는 것을 보며, 내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관심 있게 Dr.A가 하는 틀니 치료를 자세히 보니, 그 친구는 일단 틀니가 완성되면 환자들에게 Delivery를 하고 그게 전부다. 

환자분들이 불편을 호소해 예약해서 찾아오면 다시 본을 떠서 그 틀니와 함께 기공소에 보내 Adjust를 한다. Chairside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음에도 그런 Procedure들은 편하지 않아 다 기공사에게로 보낸다고 한다. 그런 횟수가 잦아지면 환자분들도 지쳐 더 이상 치과에 오지 않으니, 정작 그 틀니를 사용하는지, 포기를 한 건지 알 길이 없다. 왜 Follow up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그가 무수히 보았던 요양원 환자들은 대부분 치매기가 있어 틀니를 만들어도 잘 사용하지 않고, 그러니 Follow up 하는 의미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심 나를 많이 화나게 하는 대답이었다.

다른 의사, Dr.B라고 부르자. 이 친구는 환자에 대한 성의와 열의가 대단한 친구다. 잇몸이 너무 좋지 않은 한 환자 전체 발치를 다 하고 틀니 제작을 했는데 그 결과는 역시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환자분은 결코 만족할 수 없고, 치료를 책임진 Dr.B의 실망도 커갔다. Dr.B는 새로운 틀니 제작을 선언하고 처음부터 이것보다 저 훌륭할 수 없을 것 같은 한 단계 한 단계 작업을 거치고, 새로이 만들어진 틀니를 부분 기대와 함께 Delivery 했는데 … 환자분은 계속 불평만 늘어놓으신다.

결국 Dr.B는 두 손 다 들고, 그 환자분은 내 스케줄로 자리 잡는다. 

“모든 분야들이 A.I.로 인해 상상하지 못하는 발전을 한다고 해도 절대 치과만은 그렇게 될 수 없으니, 여러분들의 직장은 영원히 보장될 겁니다.”라고 내가 농담 서린 이야기를 스태프들에게 한 적이 있다. Computer가 계산한 첨단의 Guide로 예전엔 불가능했었던 임플란트 수술이 가능해지고, 의사들의 실수를 많이 줄여줄 수 있는 섬세한 Diagnosis 기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에 나오고, Fiber Optic에서 LED Light이 첨가된 Loupe 기술에, Digital Scanner까지 기술발전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치과에서 가장 기본적인 간단한 충치치료가 치과의사의 섬세한 손놀림 없이 가능하겠는가? 틀니를 제작한 후 그때서야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살피고, 실망한 환자분들의 불평을 다 들어주고 어우러 가며, 결국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것이 모든 치과의사가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아닐까? 그것이 Dentistry라는 분야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오래 참고, 책임감 넘치는 하얀 가운. 거기에 나의 초심을 확인하고 그 초심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