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치과의사 박진호25, 하나님은 치과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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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25, 하나님은 치과의사다.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1.01.05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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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교수님 연구실 앞에서
루이스 교수님 연구실 앞에서

30여 년 전 미국으로 와서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된 영어책을 읽으며 한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분의 이름은 “ C. S. Lewis”이다.  몇 년 전 ‘나니아 연대기’라는 그분의 책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많은 마니아층이 만들어져 있다고 들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을 끼친 학자로 발표가 되기도 했다. 책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영감을 배우며 지금도 그분의 책을 늘 끼고 있다. 내가 그분의 책을 읽으며 빠져들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거의 모든 그분의 책에 ‘치통, 치과’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가장 대표적인 책, ‘Mere Christianity’라는 책에 아주 무시무시한 문장이 나온다.
“하나님은 치과의사 같은 분입니다.” 

아마도 내 평생에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충격적인 말이었던 것 같다.
너무 놀라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루이스가 '고통'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이 있었고, 그 고통에 가장 자주 비유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치통'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치과의사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내 '업'이 '업'이니만큼 치과의사 이야기가 나오면 내 관심은 급상승한다. 혹시나 또 나오지않나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진다. 

Mere Christianity에 나오는 본문을 인용해 보자.
“어렸을 때 저는 종종 치통을 앓곤 했는데 다음날이면 어머닌 어김없이 치과를 데려가십니다. 저는 원하는 것만 얻을 재간이 없습니다. 당장 아픈 것만 면하고 싶었습니다. … 저는 치과의사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 의사들은 아직 아프지 않은 이들까지 모조리 찾아 손 볼 것입니다. … 이런 표현을 써도 된다면, 우리 주님은 바로 이런 치과의사 같은 분입니다.”
지금 매일의 치료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다. 브라질 아마존강 깊숙이 원주민을 찾아가 치과치료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를 찾아온 사람들은 아픈 이를 가리키며 그이를 치료해 달라는 눈짓이 간절했다. 하지만 나의 입장은 달랐다. 우선 그 아픈 이를 보기는 하지만 내일이라도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치아들을 모조리 손보곤 했었다.  동네 아이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던 엄마들이 나중에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보여주던 기억이 있다.   

루이스가 인용한 글이랑 같은 맥락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아픔을 벗어나기 위해 나의 모든 관심은 집중되어 있지만 나보다 더 큰 누군가는 지금의 현실을 넘어 그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해 할 수 있는 지혜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힘들었던 2020년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어려움을 이어가는 새해를 맞이하며 계속 우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의 통찰력처럼 치통을 통해 더 큰 그림과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치과치료의 현장에서, 나 자신을 비롯한 같이 일하는 모든 스태프들과 환자들에게 희망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의료인이 되길 새해를 맞이하며 기원해본다.

옥스퍼드 모달린 칼리지
옥스퍼드 모달린 칼리지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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