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9) 창조의 근원, 남과 다름으로부터의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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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9) 창조의 근원, 남과 다름으로부터의 자유로움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1.02.01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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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악바르 대제의 무덤 건물. 기둥을 중심으로 네 개의 들보는 힌두교, 이슬람, 기독교, 불교의 종교 간 화합을 의미한다
악바르 대제의 무덤 건물. 기둥을 중심으로 네 개의 들보는 힌두교, 이슬람, 기독교, 불교의 종교 간 화합을 의미한다

아마도 한국인만큼 남과 다름에 대하여 불편해하는 국민들도 없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모난 돌이 정 맞고 튀어나온 못이 망치에 맞으니 절대로 튀지말고 남이 하는 대로 조신하게 처신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일제시대, 혼란한 해방 정국, 6.25 전쟁 등 격동의 험한 세월을 살아온 경험에서 나온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정과 망치에 맞는 한이 있더라도 지식인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합니다. 특히 창조적 사고, ‘Think difference’를 강조하는 21세기야말로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남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어떻게 남과 다른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실리콘 밸리에서 인도출신 유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물론 영어문화권이란 점도 있지만 인도에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존재하기 때문에 남과 다름에 대해 관대하고 이러한 태도가 창조적인 사고를 하게 합니다. 갠지스 문명으로 대표되는 인도 문명은 그 깊이와 풍부함에서 다른 문명권을 압도합니다. 기원전 1,500년 이전에 성립된 힌두교는 특이하게도 인격신 성격의 Saguna brahman과 형이상학적 신관인 Nigunabrahman 성격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힌두교를 세계 종교의 축소판이자 종교의 원류라고 합니다.

종교는 사회통합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역으로 여러 종교가 혼재하면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인도 역시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극심한 종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으로 국가가 분열된 역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뮤엘 헌팅턴은『문명의 충돌』이란 책에서 21세기 국제 사회에서 분쟁과 갈등은 이념이 아닌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갈등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현재도 인도에서는 종교 간의 갈등으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가 폭력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인류역사를 보더라도 십자군 전쟁과 루터의 종교 개혁 이후 신, 구교간의 극렬한 종교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오늘날 무신론자들이 종교를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적인 사례 때문입니다. 16세기 북인도를 통일하였던 무굴제국의 세 번째 황제 악바르 대제(1542-1605)도 종교로 인한 사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악바르 대제는 아므르티무르 왕의 후예로 오늘날 이슬람교를 믿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황제입니다. 당연히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과 종교적인 갈등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악바르 대제는 종교간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힌두교, 이슬람, 기독교, 불교를 믿는 네명의 왕비와 결혼하였습니다. 왕비의 궁도 왕궁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각각 배치하여 고루 배려하였습니다. 황제 무덤 건물도 각각 네 개의 종교를 상징하는 네 개의 입구로 설계하였습니다.

악바르 대제가 북인도를 통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타 종교에 대한 관용과 융합 정책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몽골이 대 제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 역시 다양한 종교를 수용한 결과입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타 종교에 대해 개방적이고 다른 종교와 융합할 때 문명이 발전 한 것 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의 단일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단일문화 사회가 아닙니다. 이미 다양한 국가의 여성들과 결혼이 늘어나며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다문화 글로벌 시대 무역으로 생존하기 위해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하여 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다름에 대해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서도 관대해져야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문화와 종교에는 차이만 있지 우열은 없습니다. 타문화 타종교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대한 태도에서 창조성이 발휘되고 여기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 타지마할 입구. 이슬람 건축양식과 힌두건축 양식이 잘 조화된 균형미가 빼어난 아름다운 건축물로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 융합할 때 문화도 더 융성 발전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 타지마할 입구. 이슬람 건축양식과 힌두건축 양식이 잘 조화된 균형미가 빼어난 아름다운 건축물로 서로 다른 문화가 교류 융합할 때 문화도 더 융성 발전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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