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치과의사 박진호(27회) 눈, 여전히 암울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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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27회) 눈, 여전히 암울한 겨울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1.03.1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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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5년은 지구 온난화를 피부로 실감하는 겨울을 보냈었다. 
대표적인 예로 겨울에 흔히 보던 '눈'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병원이 있는 동네는 특히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눈 소식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방송국 차가 리포트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곳이었다.  모두들 눈에 익숙한지라 왠만한 폭설이 오지 않고서는 환자 스케줄을 취소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직원들 안전을 생각해서 우리가 병원 시간을 단축하고 싶어도, 환자분들이 굳이 오겠다고 하시는 터에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제시간을 다 채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흔하게 보던 눈이 최근 4-5년부터 따뜻한 겨울이 길어지자 근교의 스키장은 아예 문을 닫아 버렸고, 골프장은 크리스마스 때도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뭔가 오랫동안 막혀 있던 것이 물꼬를 튼 것일까?  올해는 미국 동부에 눈이 많이 온다. 많아도 너무 많이 오고, 추운 날씨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몇 년 동안 사라졌던 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다.  벌써 3월이 코 앞인데도 거의 매일 눈 소식이 있고, 집집마다 처마 끝엔 고드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집마다 눈을 치우는 제설기가 있지만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을 치워야만 차가 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높이로 따지면 거의 2미터가 넘는 적설양이었다. 
늘 따뜻하기만 한 텍사스 주엔 한파와 함께 전기가 큰 문제를 일으켜 주에서 비상상태를 선포할 만큼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고, 여전히 복구 소식이 지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의 기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 기세가 만연해져, 정말 가까이서 보이지 않는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같이 일하는 의사나 스태프들이 직접 코로나에 감염이 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그런 가운데 환자분들을 계속 보기 위해 스태프들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가까운 가족분들이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시기도 하는 가운데, 제대로 된 절차 없이 장례식이 진행되기도 하고,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와 하는 이야기들이 바로 주위에서 들린다.  
드디어 백신 소식이 들리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그 단계를 정해 접종을 시작했다.  최우선으로 1A의 등급으로 의료진에게 순서가 왔고, 우리 병원 직원들도 거의 한 달을 기다려 접종을 마쳤다.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으나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분들을 위해 방역에 특별한 수고가 들어가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겉으로 보면, 우린 치과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분들을 맞이하고, 같은 치료를 하며 예전이랑 별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만연하며, 그로 인해 벗어나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모두가 짊어지고 있다. 

스태프들을 위해 스트레스를 풀만한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싶고 노력해 보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이전엔 이런 경우엔 병원 일찍 끝내고 단합대회 겸 모두 가까운 Winery에 몰려가 와인 한잔씩 기울이면 그나마 기분은 풀어졌는데, 그렇게 Scenery를 바꿀 방법이 없다. 아직 영업을 하는 곳도 없고, 스태프들도 가기를 꺼려한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도를 닦아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병원에서는 언성을 높이지 않는데, 최근 두세 번 목소리를 높이며 환자분들이랑 즐겁지 않은 일들이 있었고, 스태프들은 모두 얼어서 어쩌지 못하는 어색한 분위기를 만든 적도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고 원장이란 책임감에서 일까? 
 
한 번도 진료의 현장에서 떨어지지 못했고, 그런 책임감의 무게가 무거웠던 것 같다. 알게 모르게 나 자신부터 스트레스가 많아 쌓여 있었던 것
같다.

오늘도 눈이 많이 왔다.  다행히 진료가 일찍 끝나 해가 떨어지기 전에 퇴근을 할 수 있었다. 스태프들이 병원 마무리를 하는 동안, 혼자 파킹장에 나가 스태프들의 차위에 쌓인 눈을 치워주며, 이 지루한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혼자 씩씩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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