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아빠는 딸바봉 Series I- 간호조무사 딸에게 주는 편지
상태바
[배러투데이] 아빠는 딸바봉 Series I- 간호조무사 딸에게 주는 편지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1.05.04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3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사랑하는 내 딸 희진아! 코로나때문에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너는 기특하게도 알아서 저녁시간에 꾸준히 학원을 다니더니 당당히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을 했더구나! 자랑스럽다 내딸! 우편으로 도착한 봉투 안에는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들어있었고 빳빳한 이 증서를 보면서 아빠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단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서 밤 10시까지 수업을 듣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주경야독 인고의 세월을 잘 버텨줘서 고마웠다. 평소에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인데 친구들도 학원 수업때문에 잘 만날 수도 없고 많이 답답해 했다는 걸 아빠는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작년 말 병원 실습을 하는 도중에 그만두겠다고 펑펑 울면서 이야기했을 때에는 정말 아빠의 마음도 많이 아팠단다. 
고생해서 합격한 간호조무사 자격증! 어찌 보면 이제 의료계 쪽으로 첫 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사실 아빠가 보기에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반복적이고 정적일 수 있는 병원 일을 우리 희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부딪쳐 보길 바란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이란 없는 거란다. 세상에 실패라는 것도 없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흔히 실패를 하면 패배자, 혹은 무능력자로 낙인되고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다양한 실패를 경험했고, 실패를 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패를 경험으로 쌓아 극복하면서 더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빠는 
‘젊어서 고생은 골병이다'라는 요즘 말 대신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 더 무게를 두고 싶구나. 유명 헐리웃 스타들이 애용하는 전세계 보정속옷 1위 브랜드인 SPANX의 여성 회장인 ‘세라 블레이클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오늘은 무슨 실패를 했니?’라는 질문을 들으며 자라왔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라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해보고 실패한 게 훨씬 잘했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pivoting해보며 실패로부터 배워나가는 습관이 그녀를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형 여성부자’로 이끌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단다. 그래서 아빠도 우리 희진이가 포기하지 않고 시험해 합격해서 큰 성취감을 느낀 것처럼 앞으로 치과에 입사해서 일하다보면 생각치 못한 힘든 일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겠지만 하나하나 잘 해결해 나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제 막 치과에서 처음 일하게 되는 우리 딸을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해주려 한다. 

1. 네가 입사한 치과가 정말 맘에 들어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매일 출근시간보다 30분 먼저 출근해서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던 주변정리를 하렴. 너는 분명히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하겠지만 원장은 남들과는 다른 너의 태도에 분명 기회를 줄 것이다. 
2. 지금껏 잘 해왔듯이 진료실에서 환자를 혼자 두지 말아라. 시간이 되는 경우 옆에 앉아 Small talk로 긴장을 풀어주면 환자들은 명찰에 적힌 너의 이름을 기억해 줄꺼다. 너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Fan층이 두터울수록 너의 존재감과 행복은 더 커질 것이다. 
3. 미라클 모닝까지는 당장 실천하기 힘들 수 있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먼저 계획해라. 일찍 일어나 샤워하고 마스크 윗부분이라도 적당한 화장을 통해 호감을 주는 외모를 만들어서 나쁠 게 없다. 
4. 이제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자취를 시작하는 너 이지만 아침을 꼭 챙겨먹고 출근하는 습관을 들여라. 아침식사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 가끔 엄마가 반찬거리는 가지고 갈꺼다.
5. 치과에 근무하는데 환자와 이야기는 하거나 곁에 있을 때 입에서 냄새가 나면 안되겠지? 식후에는 가글을 사용하고 중간중간 물 한잔으로 입안의 수분을 보충해주면 입냄새를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딱딱한 Gum base type의 구취전용 검을 오전에 1개, 오후에 1개 정도 입안에서 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 진료실에서 원장님의 어씨를 서게 된다면 라이트와 썩션을 잘 다뤄야 한다. 라이트를 너무 환자 입안을 환히 비추려고 너무 가까이에 두게 되어 원장님의 머리를 가격이라도 하게 된다면 기분 좋아할 원장은 없다. 원장들은 기본적으로 치료 시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하고 주의를 기울이면서 작업하는 사람들이라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7. 미러 잘 못 맞추고 썩션 잘 못한다고 주눅들지 말아라. 지금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썩션하는 것만 봐도 경력을 파악할 수 있다. 단 Saliva ejector를 너무 설측 잇몸 얇은 부분에 세게 밀어넣지 말아라. 그 부분이 환자들이 굉장히 아파하는 부분이고 마취를 한 경우에는 당장은 통증을 못 느끼겠지만 나중에 마취 풀리고 몇일 간은 엄청 아파 고생할 것이다. 
8. Metal suction tip은 초보가 사용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Retraction용으로 보조적으로 쓰되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혀 안쪽 조직이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빨릴 경우 환자 입안에 피멍은 물론이고 소리도 안 좋고 원장의 인상이 구겨질 것이다. 
9. 진료실 선배들이 원장님의 mirror에 물을 뿌려 시야를 확보해주는 것을 보고 멋지다고 바로 따라하지 말아라. 분명히 물을 환자의 입 밖에 뿌리는 일이 생기거나 원장의 얼굴에 튀기는 일이 생길 것이다. 물 세기 조절을 잘할 수 있게 한방울 한방울 씩 떨어뜨릴 수 있게끔 연습을 여러번 해보고 반드시 3way syringe tip은 환자의 입안에 넣고 물을 뿌려라.
10.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치과도 하나의 사회이고 규율이 있는 회사인 셈이다. 치과의 특성상 직원들이 여자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친한 분위기라고 해서 말을 너무 편하게 하거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말아라. 절대 원장이건 다른 직원이건 비난하는 말을 하지 말아라. 

11. 점심을 시켜서 먹거나 안에서 같이 먹는 일이 생기면 뒷정리는 막내인 네가 솔선수범하거나 병원에 막내를 도와 같이 해라. 새로 들어온 직원이 태도가 좋다라는 평가를 동료사이에서 인정받아야 찐이다.
12. 뭔가 잘못되고 있는 느낌의 일이나 모르는 일, 혹은 기존에 네가 배웠던 것과는 다를 때에는 반드시 선배나 윗사람에게 이야기해라. 이야기를 안하는 건 너의 잘못이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 피드백이 한마디도 전달되어 오지 않는다면 그 치과에서 오래 일할 생각을 하지 말아라. 발전이 없는 치과이다. 
13. 작은 수첩과 필기구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녀라. 치과에서 사용하는 용어 하나하나가 영어도 많고 지금은 너무 낯설고 어려울 것이다. 그냥 소리 들리는 대로 한글로 적어서 익히고 나중에 확인해 보길 바란다. 

희진아 너는 자랑스러운 내 딸이다. 설령 치과에서의 적응이 어렵고 안 맞는다면 구인을 원하는 또다른 분위기의 치과들도 너무나 많이 있고 너에게는 메디컬 의원쪽, 한의원쪽으로의 취업의 기회도 열려 있단다. 좀더 큰 시야로 본다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취업 기회도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의료계 쪽에서 너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간 2년간의 간호조무사자격증을 딴 일은 결코 헛된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요새는 얼마든지 병원 일을 하면서도 또 다른 취미생활이나 다른 job을 온/오프 라인으로 동시에 할 수도 있는 세상이니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하나 찾아가길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직업이나 급여가 아닌 너의 행복이다. 사랑한다 내 딸. 

“당신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일은 늘 숨겨진 선물을 지니고 있고 당신을 더 큰 세계로 이끌어준다.” 
- 세라 블레이클리 스팽스 창업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