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24회)-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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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24회)-마상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1.05.0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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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멀리서 찾아온 조카의 사랑니를 뽑아준 적이 있다. 실밥은 가까운 곳에서 제거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실밥의 컷을 잘못해서 잇몸 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15분이나 걸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의사가 “뭐 이딴 식으로 꿰매놓았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오면서
“저희 병원은 사랑니 발치 안 합니다”라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랑니를 뽑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진료를 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고 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본인이 하지도 않는 진료를 해준 다른 치과의사를 환자 앞에서 비난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환자가 아닌 동료라고 생각되는 같은 직종의 사람에게 받는 이런 비난은 마상(마음의 상처)이 된다.
사실 의사들은 서로를 오랫동안 서로를 감싸주었다. 경쟁이 심하지 않고 서로를 보호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도 물론 문제는 있었다. 다른 의사가 명백히 잘못했고 그것이 다른 의사에게도 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비판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의료 산업이 거대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를 헐뜯을 일이 자주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메랑이 되는 말
치료가 좀 잘못된 것처럼 보여도, 사실 치료를 본인이 직접 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상황의 정확한 재현이 불가능한 이상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의사를 비난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면만을 보면 안 된다. 문제의 전체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문제가 생긴 치료에 대해서 환자에게 잘못된 치료라는 말은 늘 조심스럽게 한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이게 최선이었을 겁니다. 나름 신경 많이 써주셨네요. 그나마 이렇게 해놨으니 지금까지 잘 쓰셨죠. 새로 생긴 문제는 제가 다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최대한 이전 치료에 대해서는 비난하지 않는다. 물론 누가봐도 치료가 잘못되어 심각한 문제가 이미 생겼다면 무조건 두둔하지는 않는다. 자칫 서로 감싸고 돈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잘못된 치료에 대해서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고 해결 방법에 집중한다.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동료 의사를 나쁘게 말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대놓고 욕을 하면서 경쟁 치과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다른 의사를 비난하는 소리를 환자가 듣는다면 그 기억은 환자에게 강하게 새겨진다. 그 말을 빌미로 다시 전 치과를 찾아가 소란을 피우기도 해서 경쟁 치과끼리의 사이는 더더욱 안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의사의 그 말은 부메랑이 된다. 환자는 비난하는 의사와 전체 의사까지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불신은 치료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치유하는 힘을 서서히 잃게 될 수도 있다.

정서적인 환기
힘들고 지칠 때 자기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과 다른 사람의 뒷담화로 마음이 통하는 기쁨은 무엇보다도 비교할 수 없음을 대부분 경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불쾌한 감정을 남에게 털어놓으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환기 효과(emotional ventilation effect)’라고 한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나에 대한 이런 ‘뒷담화’로 다른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둘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 현장을 목격하고 “응, 너희들 내 이야기로 ‘정서적 환기’를 잘하고 있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스트레스를 마땅히 풀 수 없는 사람이 뒷담화로 정서적 환기를 노린다면 굳이 잘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자칫 더 큰 스트레스로 돌아오지 않을 다음과 같은 뒷담화의 예절은 지켰으면 한다.

첫째, 적당한 정도까지만 한다. 확인된 사실까지만 얘기하려고 하지 과장하지 않는다. 과장된 뒷담화는 화살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대화의 상대를 잘 정한다. 소문내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일부러 그 사람 귀에 들어가게 하려고 의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술친구는 입이 무거운 친구다. 내가 취해서 말실수하더라도 비밀을 지켜줄 뒷담화 친구가 필요하다.
셋째, 뒷담화를 비난으로만 끝내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한 가지라도 이야기한다. 장점이 하나라도 없는 사람은 없다. 상대의 장점을 발견하는 것도 능력이다. 긍정의 효과는 점차 나타나고 심지어 당사자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런 자세라면 스트레스도 해소하면서 뒷담화 대상자의 장점을 얘기한 뒷이야기가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와의 뒷담화
환자와 함께 다른 의사의 뒷담화를 할 기회가 종종 찾아온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시작은 물론 환자가 먼저 한다. “이전에 다니던 치과는 젊은 의사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틀니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놨어. 불편해서 줄여달라는데 도무지 내 말을 안 들어줘서 여기로 왔어”만들어 놓은 틀니는 별문제는 없는 모양새였다.
다만 과도하게 연장이 되어서 아픈 부위가 있었던 모양이다. 상대와 정서적 소통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면서 아래와 같이 응대했다.
“어르신, 이 틀니는 제가 교과서에서 봤던 모양이랑 똑같네요. 튼튼하게 잘 만들어졌어요. 근데 어르신 잇몸이 좀 많이 약해요. 그래서 이 틀니도 거기에 맞춰서 쪼금만 약하게 하면 될 거 같아요. 이 전 선생님은 튼튼한 걸 좋아하셨나 보네요. 원칙도 잘 지키시고. 그래서 어르신 말씀을 잘 만들어주신 거네요. 근데 전 타협을 잘해요. 교과서대로 잘 안하기도 하고. 제가 한번 손봐드릴게요”
다행히 어르신은 융통성 있다고 좋아하셨고, 난 남을 헐뜯지 않고도 환자와 공감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을 안 좋게 얘기하는 것을 자주 듣게 되면 결국 그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 깨진다. 나에 대해서도 남에게 안 좋게 얘기할까 두려운 마음에 결국에는 자신의 이야기는 숨기게 된다. 결국, 남에 관해 이야기만 하는 그저 뒷담화하는 스트레스 해소용 친구로 변질되고 만다.

교황 프란체스코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책의 제목이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가톨릭출판사,2014)가 된 것은 우리가 뒷담화로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뒷담화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자신을 경계해야 함을 가르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은 쉽게 자신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지금 누군가를 비난하는 한마디가 부풀어져 언제 자신을 향하는 화살이 되어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마상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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