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살 집을 짓기로 했다. 건축주의 치밀한 계획, 건축가의 디테일한 설계, 시공자의 장인 정신이 모여 더할 나위 없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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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주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손쉽게 떠올리는 판교는 초창기와 다르게 현재는 많이 퇴색하고 방치된 주택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화려했던 옛 시절은 추억으로만 남게 됐다.
정부 정책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방에 단독주택용 택지지구가 많아지고 신세대 건축주의 등장으로 집짓기의 정석이 변화하고 있다. 기본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하며 취향을 살짝 얹은 새로운 트렌드가 선보이고 있다.
2014년 공무원인 아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과 함께 세종시로 내려와 3대가 함께 살 집을 마련한 서미르 씨를 만났다. 그의 부모님 역시 세종시 이주 공무원으로 앞서 세종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큰 필지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마침 4생활권에 조건에 맞는 땅이 있어 2019년에 매매를 하고 바로 구상했다”라며 “건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박람회 관람보다는 판교나 청라 등 실제 집이 있는 단지를 답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깊은 고민으로 구상한 시간만큼 정작 이를 현실로 만들어 낼 건축가와의 협의 과정은 빠르고 순조로웠다. 다만, 필지가 세종시 내 특화권역으로 지정돼 엄격한 지구단위지침을 갖고 있었다. 높이는 10m 이하, 지붕은 70% 이상 박공 형태를 취해야 했고 물매도 7/10 이상으로 정해져 있었다. 외장재 역시 정해진 색채와 재료를 사용해야 해 이를 반영하는 것이 일순위였다.
설계를 맡은 성영호 가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건축사는 “괴화산에 둘러싸인 주변 환경에 자연스레 어울리고 3세대가 함께 하면서도 때로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지낼 동선 마련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건축주가 캐드를 독학해 그려온 평면에 설계자의 전문성을 더해 집은 차고와 뒷마당이 딸린 2층 벽돌집으로 구체화됐다.
지난해 9월 시작한 공사는 올봄에 마무리됐다. 경량목구조에 시멘트 타일 외장, 평범한 경사지붕을 더한 심플한 외관이다. 특히 현관 입구를 넓게 조성한 점이 돋보인다. 톤은 맞추면서도 다양한 질감의 석재로 주변부를 포장해 기품 있고 단단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차고 뒤로는 숨어 있는 안마당이 나온다. 괴화산의 완만한 경사와 어울리도록 계단식으로 구획된 정원은 조경공사까지 완료해 꽃들로 화사하다.
주택 내부는 층별로 세대를 나눈 점이 주목된다. 주차장-현관-전실로 이어진 공간에서 바로 계단을 통해 세대가 분리된다. 건축주는 중정이나 복도 대신 가용 면적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아파트식 평면을 택했다. 익숙한 주거 방식을 그대로 살리면서 부모님은 1층 안마당을, 건축주 세대는 높은 층고의 거실과 다락을 새로 얻었다.
1층 거실은 마당을 향한 통창이 괴화산 자락까지 한 폭에 담는다. 주방까지 오픈돼 시원한 공간감을 주고, 안방에 별도의 욕실과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서재는 다이닝 공간 뒤편에 따로 자리한다. 2층은 부부 침실과 아이방 같은 사적인 공간을 분리하고 경사 천장이 그대로 노출된 가족실, 간략한 주방 공간을 배치했다. 인테리어는 화이트 미장에 웨인스코팅으로 포인트를 주고, 가구는 기본 소재와 최고급 하드웨어를 택했다.
시공을 맡은 김호기 하우스컬쳐 소장은 “서로 소통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면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며 “품질이 높은 재료를 바탕으로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시공한, 장인정신이 깃든 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건축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실내가구 등 각 영역을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해 가며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사는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줬다. 현장 상황은 CCTV와 연동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소소한 수정 사항들이 논의되고 즉각 반영됐다. 좋은 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준비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입주 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아쉬운 점을 찾지 못했다”라며 “충분히 좋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면 거실 창을 통해 아들의 등·하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집짓기는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고 덧붙였다.
겉으로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집.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이들의 공력과 노고가 담겨 있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