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28) 관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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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28) 관대함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1.09.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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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난 혼자서 쇼핑을 즐긴다. 같이 간 사람이 나랑 취향이 비슷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이 싫어서다. 눈치 보지 않고 쇼핑을 하려면 혼자서 하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그마저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서다. 선호하는 몇 가지 브랜드의 매장만 가보고 다른 곳은 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 정해지고 브랜드가 대충 정해져 있으면 가서 볼 수 있는 상품의 가짓수는 많지 않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대략 정보를 파악하고 가기 때문에 상품도 어느 정도 정해놓고 간다. 발품을 팔아서 뭔가를 발견하는 쇼핑의 재미를 느낀 기억이 그래서 별로 없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재래시장에 자주 갔었다. 그곳에서는 가격을 흥정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고 어머니도 남달랐다. 옆집에 다녀왔는데 더 싸다느니, 생선 눈을 보니 덜 싱싱하다느니, 이건 왜 사이즈가 작으냐며 흥정을 하신다. 이에 맞서 몇 개 더 사면 깎아주겠다고 하면 또 필요한 것 외에는 절대로 안 산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흥정의 묘가 재래시장에 인간미가 남아있어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린 나한테는 이해가 안 되고 좀 지루한 과정으로 인식됐던 것이 분명하다. 커서 그런 흥정을 싫어하게 된 걸 보면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터넷 쇼핑은 대세가 됐다. 단돈 1만원짜리라도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다 둘러보고, 가격은 물론이고 배송조건, 결제조건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고 물건을 구매한다. 구매 후기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필수다. 그런데 배송날짜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인터넷에 욕이 난무하고 주문취소를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간미 없는 정말 까다로운 고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고객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태도가 좀 바뀐다.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하는 생선도 여러 마리 묶어 싸게 팔면 주저 없이 카트에 담고, 명품 숍에서는 당장 매장에 없는 물건도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몇 개월이라도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물건을 받기도 전에 미리 결제까지 해주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이렇게 흥정할 필요도 느끼지 않게 관대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걸까?
 

가격과 가치
고객을 관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다른 상품의 가치와 한계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가격 비교는 물론이고 사은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알 수 있으므로 고객은 더 까다롭게 비교한다. 쉽게 비교하기 어려운 것은 가치다.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면 다른 것과 쉽게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교할 수 있는 것들이 없으면 고객은 관대하고 너그럽게 그 앞에서 지갑을 열게 된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갔다가 국내에서라면 절대로 사지 않았을 물건을 사게 된다. 똑같은 물건을 국내에서 더 싸게 팔고 있는 걸 알면서도 해외여행이라는 소중한 체험을 담은 물건이라는 이유로 지갑을 여는데 너무나 관대하다. 인터넷으로 그리 꼼꼼하게 후기까지 읽어봤던 사람도 그저 ‘여행’이라는 소중한 기억과 의미만 담을 수 있으면 물건을 산다. “어, 이거 지난번 동남아 여행 때 산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가치가 구매하는 이유 전부일 수도 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것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거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앱을 보면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세스코(SESCO) 마크가 붙어있는 매장들 말이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 마크가 붙어있는 곳을 먼저 들어가 보게 된다. 눈으로 직접 매장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마크가 있는 곳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방역, 방제서비스는 보통 사람들이 더럽고 피하고 싶은 곳을 일부러 찾아가는 일이다. 하지만 세스코는 더럽다고 생각되는 일에 ‘전문성과 깨끗하고 세련된 이미지’라는 옷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방역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방역, 방제’라는 ‘제품’이 아니라 ‘전문성과 깨끗함의 이미지’라는 ‘가치’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음식점뿐 아니라 상업용 건물, 심지어 일반 가정에서도 세스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출입문에 붙어있는 인증 스티커는 이를 찾는 사람들에게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세스코는 그만큼 고객을 관대하게 만들었다.

넓은 환자의 선택지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보통 한 군데 병원만 다니지 않는다. 특히 위중한 병이라고 생각될 때는 다른 의사의 소견도 들어보고 싶어 하는 것이 환자의 심리고, 또 여러 의사의 소견을 들어보는 것이 맞다. 치과의 경우에는 특히 의사의 진단과 치료계획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몇 군데 견적을 받아보고 장·단점을 자세히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병원에서 줄 수 있는 것이 ‘상품’이라고 보고 그것을 그저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만 여긴다면 환자는 다른 병원과 ‘가격’만을 비교할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가격 경쟁이라면 비용을 저렴하게 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한참 나이 많으신 원장님의 옛날 수가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그분의 수가 기준은 예약장부라고 했다. 약속이 2주 이상 밀리면 수가를 올리고 2주 안쪽으로 예약이 잡히면 수가를 내렸다고 한다. 단순한 가격의 컨트롤만으로도 환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었던 아주 신박한 시기였나보다. 이제는 아무리 무형의 가치를 이야기해도 비싸면 등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 가치를 짧은 시간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입소문으로 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지만, 문제는 그 시간을 버티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환자들이 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을 앞세우는 저수가 마케팅의 유혹에 빠진다. 의료는 박리다매가 가능한 일반 상품이 아니다. 기계화된 공정 속에서 무한정 공급될 수 있는 물건과는 다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의사라면 스스로 기계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환자에게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은 가격 경쟁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가격 이외의 가치는 무수히 많다. 행복, 믿음, 우월감, 만족감, 미소와 웃음, 신뢰, 나눔, 기쁨, 꿈, 여유 등의 무형의 가치를 환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가격으로 쉽게 비교할 수 없는 우리의 ‘가치’를 관대하게 받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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