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23) 아빠는 딸바봉 Series Ⅶ-치전원을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된 딸에게 주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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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23) 아빠는 딸바봉 Series Ⅶ-치전원을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된 딸에게 주는 편지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1.11.0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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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3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사랑하는 내 딸 시은아! 어느덧 네가 치과의사면허를 취득해서 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네 나이 또래 친구들과 달리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한 만큼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을 텐데 그래도 잘 적응하면서 부원장이라는 자리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단다.

어려서부터 뭔가 한곳에 꽂히면 끝을 보는 우리 시은이! 반대로 관심이 없는 것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를 않았었지. 중학교 때 네가 역사시험에서 12점을 받아온 적이 있었어. 메이저 과목인 국어·영어·수학은 90점 이상 받으면서도 역사 과목은 외우기가 싫다며 역포자를 선언했었지. 그때 아빠는 시은이 네가 공부하는 습관과 공부법을 스스로 터득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생전 처음 보는 점수에 웃고 넘어갔었어. 그리고 아빠도 나름 정리해서 반복해서 외우는 방법을 알려줬던 기억이 나.

네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크게 관심을 둔 분야는 바로 온라인게임이었어. 용돈은 PC방 충전카드에 다 소진하고 학원 빼먹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학생주임 선생님한테 여러 번 걸린 일 기억나니? 물론 누구에게나 루틴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과 잠시 일탈적인 행동은 있을 수 있으나 뭔가 조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스마트폰 데이터도 줄이고 12시가 넘으면 노트북을 거실에 가져다 놓는 페널티를 줬지. 대신 일요일에는 숙제를 다 하면 온종일 노트북 무제한 이용가능이라는 방구석 내규를 만들기도 했단다. 그랬더니 토요일 밤까지 초집중해서 모든 숙제를 다 해놓는 너의 능력을 볼 수 있었다. 아빠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사람은 확고한 목표가 있어야 일에 계획이 생기고 추진력이 생기는 법이다.

너의 두 번째 큰 관심사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같다. 네가 전자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치전원에 입학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아빠는 치과의사란 직업이 너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치과의사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해하기 힘들고 상처받는 일도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매우 논리적이며 답이 있는 프로그래밍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며칠 밤을 새우며 코딩하고 에러가 나면 다시 디버깅하는 개발자 생활이 너무 힘들어 보여 걱정이었는데 적응만 잘 한다면 치과의사의 삶도 괜찮겠다 싶어 적극적으로 응원하기로 했단다.

네가 집중해서 만든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1년 동안 올인해서 안되면 깨끗이 포기하겠다 결단하고 확실한 합격을 위해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었지. 그리곤 일반전형 최종 모집인원 18명에 들기 위한 계획들을 차근차근 세우더구나. 졸업과 동시에 학사성적은 이미 나쁘지 않게 결정됐고, 영어와 MDEET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1년간 공부,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를 순차적으로 해나갔으며 합격이라는 큰 성과를 만들었어.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자랑스러운 내 딸! 지금도 그 합격 날을 생각하면 가슴속에서 울컥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단다.

치전원을 무사히 졸업해서 들어간 첫 직장! 이제는 대표원장님에게 많이 배우며 직원들과도 잘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술기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단다. 그래서 부원장으로서 일하고 있는 우리 딸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주려 한다.
 

 

 

1. 부원장은 치과의 얼굴이다. 치과에서 부원장을 채용할 정도라면 그 지역에서 이미 잘하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거나 규모가 커서 치과의사들이 많이 필요한 인지도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병원 안이나 밖에서 행동이나 언행, 복장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2. 치료술식과 환자 매니지먼트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지금 단계에서는 환자의 매니지먼트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지금은 아직 치료 스킬이 부족해 실수할 수밖에 없다. 실수했다면 환자이건 원장이건 직원이건 경험 부족을 인정하고 최대한 배려하는 행동을 통해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존경받고 싶다면 남을 존귀하게 귀인으로 먼저 대해야 한다.

3. 건강관리에 힘쓰면 좋겠다. 아빠는 대학병원 생활 중 간 수치가 엄청 올라가 수련을 포기할지 결정해야 하는 일이 생겼단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수련을 받는 건지, 이 힘든 인턴 레지던트 과정이 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할 만한 가치가 있나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지. 아빠가 내린 결론은 모든 일에는 건강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고 건강을 잃으면서까지 할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 거란다. 건강 상태에 자만하지 말고 잃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 어리석게도 직장 선배들이나 인생 선배인 부모님의 조언을 잔소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왕왕 있지. 그런 것들이 ‘지금 아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단다.

4. 치과는 너의 연극무대다. 환자는 중요한 고객이자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혹은 더 건강해지고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네 도움을 원하는 대상이다. 이런 치과 내 상황을 누군가가 카메라로 찍고 있다고 생각해 보렴. 너를 따라다니며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한다면? 환자, 직원을 대할 때 풍부한 표정과 함께 상황에 맞는 톤과 발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에서 시은이 너의 표정이 보이도록 말이다.

5.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길 바란다. 처음 환자를 보게 되면 예상치 못했던 크고 작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야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고 예측이 가능해져 치료의 장점과 단점, 부족한 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한번 실수한 일들은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새기는 일도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6. 끊임없이 공부하라. 요즘은 세상의 변화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 것 같다. 치과계도 예외는 아니다. 치과대학에서 한번 공부했던 내용들이 치과를 폐업할 때까지 쭉 써먹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7. 불편함에 익숙해지지 말아야 한다. 치과에 출근한 지 10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쯤이면 병원 시스템이나 환자 동선에 따른 접점들, 직원들과 병원의 장단점이 파악될 것이다. 초기의 불편함에 적응되기 전에 네가 초반에 느꼈던 점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보고 총괄실장이나 대표원장님께 건의를 해보길 바란다.

8. 지금은 많이 보고 많이 배울 때다. 환자가 없을 때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책으로 모든 걸 얻을 수는 없단다. 특히 치과는 경력 많은 원장님들의 테크닉을 내 손에 익도록 반복연습하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대표원장님의 옵저베이션을 많이 해라. 환자의 입안과 치료결과보다 원장님의 멘트나 사용하는 도구, 기구 잡는 방향, 자세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환자를 치료할 때 어려운 부분이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원장님께 질문해 배워가면서 너의 찐 경험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9. 젊어서의 경험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단다. 개발자로서 너의 경력, 치과의사로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너의 커리어는 이 두 가지만 잘 활용해도 큰 보물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과거 공학도로서 네가 이룬 커리어에 걸맞은 멋진 능력을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보여주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단다.
 

자랑스러운 내 딸 시은아! 너는 지금까지도 이미 훌륭히 잘 해왔고 앞으로도 더 크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지치고 힘이 들 때가 오겠지만 너의 노력과 능력을 알아주는 주변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좀 더 넓은 시야와 경험으로 치과계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큰 뜻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 뭔가 꼭 만들어내는 우리 딸! 너의 능력과 커리어가 좋은 곳에 충분히 사용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내 딸.


“누군가를 위해서 일할 때는 진심으로 하라”-지그 지글러 / 미국 성공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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