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44) 신화가 되어버린 위대한 영혼, 라마크리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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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 (44) 신화가 되어버린 위대한 영혼, 라마크리슈나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2.05.03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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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제목은 프랑스 노벨상 작가 로망 롤랑이 쓴 『라마크리슈나 평전』의 한국 번역판 제목입니다. 소설가답게 라마크리슈나의 생애와 사상을 감수성 있는 표현과 아름다운 필치로 쓴 역작입니다.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회에서 라마크리슈나(Ramakrishna:1836~1886)의 수제자인 비베카난다(Vivekananda:1862~1902)는 자신의 스승인 라마크리슈나 사상을 서구 철학계에 소개하여 인도의 힌두사상을 서구 세계에 처음으로 알립니다.

이것을 계기로 서구의 지식인들은 동양의 힌두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서구인들에게 새로운 지적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인 로망 롤랑도 이에 영감을 받아 라마크리슈의 평전을 씁니다.

정통 힌두 사상인 베단타 철학은 眞我인 아트만과 우주의 본질인 브라흐만은 다른 것이 아니고 하나라는 不二一元論 사상의 핵심입니다. 이는 베단타(Vedanta)라 불리는 우파니샤드(Upanishad) 사상의 핵심입니다.

우주의 영원불변한 실제인 브라흐만을 알아야 영원하고 절대적인 행복을 준다는 우파니샤드 사상은 인도 힌두 사상의 원천입니다. 이러한 베단타 사상은 AD 700년경에 활동한 젊은 천재 힌두 철학자인 Sankare에 의해서 정립되어 이후 주류 힌두 사상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상카라 학파는 브라흐만이 우주의 유일한 실체이고 현상세계는 인간의 무지 때문에 잘못 본 허상의 세계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베단타 사상은 초기 힌두교로 다신사상이 형이상학적 일원론(Metaphysical monoism)으로 발전한 것으로 인류의 가장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존재론입니다. 이는 희랍의 신플라톤주의, 유교의 성리학,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아퀴나스, 요한네스 에크하르트 등 중세 교부들의 신관과 근세 철학가 스피노자의 사상과도 유사합니다.

라마크리슈나는 콜카타 인근 가난한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벵골 사투리를 쓰는 순박한 촌사람이었습니다. 간디처럼 행동하는 영웅도 아니고 타고르처럼 천재적인 시인도 아닙니다.

그러나 순결한 영혼을 가진 라마크리슈나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칼리 여신을 만나는 신비한 영적 체험을 하고 깊은 내면의 바다로 가는 길을 발견합니다.

그는 그리스도도 만나고 마호메트도 만나는 신비한 영적 체험도 합니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라마크리슈나는 형이상학적 절대 神을 통하여 모든 종교는 통합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라마크리슈나 평전을 읽으면 너무 신비적이어서 과학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되고 논리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로망 롤랑의 주장입니다.

날개 달린 천사가 와서 수태고지해 준 동정녀 마리아의 기적은 받아들이면서 인도의 라마크리슈나의 영적 체험은 부정하는 것은 서구인들의 편견과 동양에 대한 폄하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로망 롤랑은 라마크리슈나가 ‘차가운 이성의 지하실에 갇혀버린 서구인들의 자아(Ego)를 무한한 별빛이 반짝이는 테라스로 인도하는 영혼의 사다리를 만든 위대한 영적 존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물은 하나님으로부터, 하나님을 통해서, 하나님을 향해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이 있다는 로마서 11장 36절은 라마크리슈나의 사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간의 본성에는 신성(Divinity)이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영적으로 진화하여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다는 스리 오로빈도의 사상도 인간의 眞我인 아트만과 우주의 본질인 브라흐만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Vedanta 사상과 不二一元論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신비로운 힌두 사상가이기 때문에 신화가 되어버린 위대한 영혼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신화와 역사적 사실은 종이 한 장 차이고 동전의 양면입니다. 신화가 사라지면 왜소해진 인간들만이 존재합니다.
오늘날 라마크리슈나의 사상은 인간의 위대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위대한 힌두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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