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치과의사] (10) 영국인의 비만과 NHS 시스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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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치과의사] (10) 영국인의 비만과 NHS 시스템의 문제
  • 정우승 원장
  • 승인 2022.11.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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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국인의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영국 매체들은 영국인의 비만이 심각함을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약 82조 원으로 전쟁과 테러 방지 비용을 벌써 넘어섰다고 한다. 맥킨지 조사보고서는 2013년 44개의 예방책을 통해서 10년간 전체 인구의 20%인 비만인구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방안도 마련한 바 있다. 그렇게 하면 7억 3,000만 파운드(약 1조 1,000억 원)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민 보건 서비스)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현재 성인 인구의 63%가 비만 혹은 고도비만이고 특히 여성의 비만은 심각할 정도이며, 현재 영국 어린이가 유럽 어린이 중에서 가장 뚱뚱하다고 한다. 물론 이는 전세계적인 추세라 세계 인구 중 21억 명, 즉 30%가 비만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911 테러 발생 당시  "지금 미국은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중인데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비만과의 전쟁"이라고 선포했을 정도다. 매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질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비만 문제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NHS 파산이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지라, 한 가지 고육지책으로 비만방지를 위해 위 축소수술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가수 신해철 씨가 의료사고로 사망한 바로 그 수술이다. 

비용은 6,000파운드(900만 원)에서 15,000파운드 사이로 1년에 약 8,000건의 수술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무료화 이후에 2014년 기준으로 위 축소수술 건수가 16배나 늘었다고 한다. 한편에선 운동과 절식 등 자기 절제로 충분히 체중조절이 가능한데 고액의 경비가 드는 수술을 무료로 해줄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정부가 강행하는 이유는 첫째로 고도비만 환자들이 자신의 체중을 줄여 건강을 회복하게 하겠다는 의지력이 없음이 확실한데 건강상 위험을 방치할 수는 없다는 인간적인 이유, 둘째는 모든 사람이 자기 조절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도비만 환자를 방치해 나중에 합병증 등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드는 부담이 지금의 축소 수술 경비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당장 거액이 들더라도 보험예산 고갈이라는 더 큰 비극적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영국 정부의 다급한 심정이 보인다.

위 축소수술은 몸무게가 주당 500g에서 1kg 빠지는데 1년 반 정도 감량되고 나면 더 이상 줄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체중 150kg 환자가 수술 1년 후에는 100kg 나가게 되는데 이 정도면 위험 단계는 벗어났다고 본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제도를 악용하는 파렴치한들이 있다는 점이다. 따로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수술을 통해서 날씬해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전액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 시스템의 심각한 웃지 못할 폐해이다.

이 와중에 NHS 시스템은 근무조건에 비해 저임금이라 영국대학이 배출한 의사나 간호사들은 연봉이 두세 배는 되는 해외, 주로 미국이나 중동으로 많이 떠난다고 한다. 그 빈자리를 같은 영연방의 영어가 제1외국어인 아시아 출신 의사들이 메운다. 그래서 환자들이 병원에서 영어가 잘 안 통한다는 불만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더욱 외국 의사들이 영국 병원에 가득 찰 거라며 영국인들도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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