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54) 호모 렐리기오수스에서 호모 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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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 (54) 호모 렐리기오수스에서 호모 데우스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3.03.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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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Homo Deus)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의 후속작입니다. 라틴어 Deus는 고대 희랍 연극에 등장하는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神을 의미합니다. 하라리 교수는 종교를 만든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랠리기오수스’를 넘어 神적 존재가 되는 ‘호모 데우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피엔스가 인류 역사를 기술한 책이라면 호모 데우스는 방대한 인문학, 최신 과학, 풍부한 상상력으로 미래를 말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신체적으로 우월한 다른 호모종을 제압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언어를 관장하는 두개골의 큰 전두엽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큰 전두엽이 다른 호모종보다 언어 능력이 탁월했는지 검증할 수 없지만 해부학적으로 전두엽 크기에 착안해 과감히 자신의 논리를 펼친 하리리 교수를 보면 감탄스럽습니다.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철학자 비트켄 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철학의 한계이다. 유한한 언어로 무한한 형이상학 진리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고, 자크 라강은 “언어가 없으면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도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조지 오웰 소설에서 통치자가 국민을 우민화시키는 쉬운 방법은 사용하는 어휘 수를 줄이면 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어휘가 풍부하지 않으면 깊은 사유를 할 수 없고 상상력 또한 발휘할 수 없습니다. 비트켄슈타인이 말했듯 한 민족의 언어체계는 삶의 체계이고 언어는 만물의 척도입니다. 탁월한 문명이 탄생하려면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언어소통은 집단을 결속시키고 상상력을 강화해 모든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는 ‘상호주관적 의미망’을 만듭니다. 
상호 주관적 창조는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렐리기오수스로 진화시킵니다. 호모 렐리기오수스는 종교와 문자를 만들어서 대규모 관료제 제국을 건설하고 인류 문명은 비약적으로 발전합니다. 특히 고등 언어와 문자는 학문과 사유의 근간으로 인본주의와 과학문명을 만듭니다. 그 결과 생명공학은 신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인간 생명 조작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하라리 교수는 생명공학 발전은 돈으로 영생도 가능해져 빈부격차가 경제뿐만 아니라 건강도 극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인간의 자유의지도 단지 뇌의 생화학적 알고리즘 집합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유기체는 알고리즘 집합이고 생명과 의식은 뇌의 데이터 처리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과학은 인간의 모든 행동과 의식을 데이터화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지능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유기체와 비유기체가 융합된 새로운 Deus 데이터가 탄생된다고 합니다. 데이터 관점에서 인간은 단일 데이터 처리시스템이고 개인은 시스템을 이루는 칩입니다. 19세기 계몽, 인본주의 철학자들은 神은 인간의 상상력이라고 주장, 神 중심 세계관을 인간중심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神을 만든 상상력이 단지 뇌의 생화학적 알고리즘이라면 21세기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 세계관이 데이터 중심으로 변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회생물학을 창시한 ‘윌슨 교수’는 학문 간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가 된다고 말했지만 수렴 방향은 생물학이 된다는 전제로 인문사회학자들은 반발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거부감이 있었으나 윌슨, 하라리 교수의 책을 읽고 과학이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교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역사 교수 하라리가 생명, 인지과학, 컴퓨터 공학 지식까지 섭렵하는 것을 보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핵무기보다 인류의 위협은 AI’라는 테슬라 창립자 일론 머스크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향후 인간과 학문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이 많아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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