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탐방] “책임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3년이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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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탐방] “책임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3년이란 시간”
  • 장동일 기자
  • 승인 2007.01.0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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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거진읍 보건지소 서정욱 공보의

하루가 멀다하여 예약 없이 찾아오는 노인네들.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을 하여도 아프다고만 때 쓰는 항구의 어부들. 오늘따라 쓰게 느껴지는 모닝커피의 맛이란… 공보의 아침은 항상 정신없기만 하다. 하지만 공보의 생활이 자신에게 책임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서정욱 공보의. 3년차에 접어든 짧지만 굵은 그의 공보의 생활을 엿보았다.
 

동해안 최북단 지역인 고성군에 어찌하다(?) 이리 발령 났는지 한참을 고민하는 서정욱 공보의. 올해로 3년차인 그가 근무하고 있는 고성군 거진읍 보건지소 발령받고 당황했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 “원래 강원도에 지원을 했었죠, 하지만 고성군까지 발령 받을지는 꿈에도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며 “공기도 좋고 알고 보니 간첩도 안 넘어오는 살기 좋은 곳이더군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고성군은 과거 아시아 최대 명태산지로 이름을 떨쳤고, 최근 들어서는 금강산 관광 육로의 관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통일 전망대, 드라마 가을동화의 무대가 되었던 화진포, 가진항 물회, 김정일 별장 등 볼거리와 수려한 자연을 뽐내는 곳이다. 이런 멋진 곳을 휴가가 아닌 앞으로 산다고 생각하니 처음에는 막막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찾아오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고성 거진 관광가이드 역할까지 한다고 자랑한다. 취재 갔던 기자도 모르게 서 공보의와 만나면서 고성 거진을 관광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나에게 힘이 되어준 선배들
경희치대 시절 야구부 선배들로부터 ‘공보의 같은 좋은 시간은 없다’는 말을 지난 2년내내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는 서정욱 공보의. 학생시절부터 치과공부 보다는 ‘딴 짓’을 많이 했다는 그는 “오히려 주변에 유흥시설도 없고 외진 곳이라 오히려 치과 임상공부 그리고 실력을 키우는데 노력하고 있죠”라고 말한다. 치과임상지, 덴트포토, 그리고 선배들의 실전 노하우를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그는 “제일 아쉬운 것은 듣고 싶은 세미나가 있어도 지방에 근무하는 관계로 자주 못 간다는 것이 제일 아쉽네요”라고 말한다.  

서 공보의는 “외진 지역이라서 그런지 고성군 안에 치과는 5곳에 불과해요 그래서 거진읍에도 하루 평균 내원환자가 15명 정도로 많습니다”라며 “대부분이 개인치과 접수비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 극빈자, 군인, 65세 노인분들이고 치과진료 뿐만 아니라 멀게만 느껴졌던 수평매복지치발치, 자가치아이식, apicoectomy도 피치 못하게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어 진료준비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아직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쉬는 날이면 관련서적을 서점가서 훔쳐보기도 하고, 공보협 사이트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사서 보기도 한다. 또한 치과관련 공부 말고도 경제신문이나 재테크, 세법 공부를 잠잠히 하고 있다고 한다.

항구가 바로 옆이라 어부들이 환자로 많이 오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자신이 진료계획 다 세워와서는 ‘이건 뽑아라 약내놔라 아파 죽겠는데 예약이 웬 말이냐?’ 그래서 억세다는 어부들과 많이 싸웠다고 한다. “지금은 살릴 수 있는 치아도 빼달라고 하면 집에서 직접 펜치로 뽑으라고 돌려보내요”라고 말하면서 “자신도 항구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억세게 되는 것 같네요”라고 웃는다.

치과의 팬이 생기면 자칫 현실에 나태해지기 쉽다고 말한다. “아픈 환자가 치료를 받았는데도 아프면 다시 너를 찾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저 돌팔의사일 뿐이라고...” 말한 한 선배의 충고를 되뇌어본다는 서정욱 공보의.
 

항상 겸허하게 배우는 치과의사로
각 시군단체들의 각종 치과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일정부분 성과를 내고 있지만 별로 효과 없는 보여주기 위한 사업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서 공보의는 “필요 없는 사업은 줄이고 실질적으로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이 필요한 사업들에 지원을 확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생활에 대한 연민을 느껴서 일까? “노인환자들이 심한 치주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데로 아직 근본적인 치료도 못 받은 채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앞으로 스케일링이 보험적용이 돼서 많은 노인분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잇몸 치료를 받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따뜻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공보의 근무기간이 끝나면 앞으로의 진로를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개원하는 것은 너무 조심스럽고 유학을 생각 중이라고 말한다.

한 치과저널 모 교수님의 기고한 글 중에 ‘오늘 저로 하여금 환자가 불행해지지 않게 해주서소’라고 기도하신다고 글을 읽고 공감을 많이 했다는 서 공보의는 “언제부턴가 아침에 환자가 대기중이라는 콜을 받았을 때, 저도 이런 기도를 하게 되요”라고 말한다.

서정욱 공보의는 개원가에 뛰어들면 더 많이 보고, 배우고 느끼는 바가 많겠지만 아직은 어리고 배울 것이 더 많고 겸손해야 하는 어린 후배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많은 선배님의 가르침에 겸허히 받아들이는 치과의사가 되겠노라고 오늘도 다짐한다.
 

관사생활에서 많은 외로움을 달래준다는 ‘효리’(보스톤테리어)와 함께 고성군 거진읍 보건지소에서 근무 중인 서정욱 공보의

화진포는에는 멋진 바다가 있고 예쁜 호수가 있다. 울창한 송림이 병풍처럼 펼쳐진 국내 최고의 석호이다. 이승만 전대통령과 이기붕 전 부통령 그리고 김정일 전 주석 별장으로 유명한 화진포는 수려한 자연환경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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