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황무지였던 구강내과학, 새로운 지도는 우리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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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탐방] 황무지였던 구강내과학, 새로운 지도는 우리 손으로
  • 신용숙 기자
  • 승인 2008.04.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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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학교실

모든 진료가 그러하겠으나 특히 구강내과 질환은 환자와의 심리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의사의 감정이입 정도에 따라 치료 결과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 치료한다면 그 치료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에 불과할 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질병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다.
때문에 통증 그 자체가 아닌, 통증을 가진 ‘인간’을 치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연구 및 진료에 매진하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학교실의 활동은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국내 유일 스트레스치과교실의 운영도 통증의 근원을 파악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이제까지 관심의 밖이었던 만큼 앞으로 연구·개발할 게 무궁무진하다며 다부진 열의를 표하는 경희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구성원들. 그들이 그려넣을 구강내과학의 지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학교실(주임교수 홍정표 · 이하 구강내과)을 찾은 것은 오후 4시 20분. 홍정표 주임교수는 진료로 인해 짧은 인사조차 나눌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5시 30분이 지나자 여러 과들이 진료를 마무리하고 퇴근 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홍 교수를 비롯한 구강내과 식구들은 퇴근 시간도 잊은 채 잰걸음을 옮기기에 바빴다.

홍 교수와 책상을 마주보고 앉은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더 흐른 6시.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 후 서둘러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솔직히 지루한 기다림이었으나 열정적으로 일하는 이와의 만남은 활력을 자아내기 마련. 앞으로 홍 교수가 풀어놓을 구강내과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졌다.

 

역사는 짧으나 투지는 남보다 두 배
구강내과의 시작은 1992년 ‘구강진단과’의 개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5년 ‘구강내과’로 개칭하였고, 늦은 출발이 무색하게 2008년 현재 진료 및 연구·개발에서 약진에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비인기 과의 실정을 반영하듯 구강내과 역시 전공의가 부재한다. 그러나 홍정표, 전양현, 어규식 3인의 교수를 비롯한 구강내과 의료진들은 뚝심과 열정 하나로 구강내과학의 영역을 넓혀가는 데 일익을 보태고 있다.

사실 구강내과학은 이제까지 관심 밖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소위 치의학의 블루오션영역 중 하나가 구강내과학인 셈.

그래서인지 홍 교수는 자신을 비롯한 경희치대 구강내과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드러내 보였다. 상담심리학 석사과정을 수료(2007년)한 것도 진료시 환자와의 심리적 관계를 보다 원활히 이끌어내기 위한 그의 노력 중 하나. 대한심신스트레스학회 부회장에서부터 한국보건의료선진화정책연구원 원장, 대한구강내과학회 감사 등 그의 다양한 이력 역시 남다른 구강내과학 사랑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통증을 가진 인간 치료’ 인식 요구
구강내과학은 기본적으로 구강 조직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학문이다. 현재 구강내과가 운영하고 있는 구강안면통증클리닉과 구취클리닉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구강 조직의 연구에만 머문다고 지레짐작하긴 이르다. 구강과 관련된 생물학, 면역학 등 내과학 영역에도 두루 관심을 드러내, 환자 치료에 있어 근원적인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내과학 영역에의 관심은 환자의 통증 자체 즉, ‘입 안’을 치료하기보다 ‘통증을 가진 인간’을 치료하려는 구강내과의 궁극적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신경과, 피부과, 정신과, 재활의학과와의 협진 관계 역시 당연히 활발히 이루어질 수밖에. 

홍 교수는 “턱관절 질환, 구강안면통증, 구강점막질환, 구강건조증, 미각장애, 구강운동장애, 입냄새 등 다양한 질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과와의 협진이 필수”라고 언급한 후, 관련된 임상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클리닉 중 하나인 국내 유일 ‘스트레스치과교실’의 운영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핏 생각하면 스트레스와 치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홍 교수는 “스트레스는 모든 질환의 공통된 요소 중 하나”라며 진료시 환자의 심리적 측면을 고려하는 것은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 환자와의 심리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질병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질병의 예방, 치료, 예후 관리까지 “환자와 함께 호흡하며 진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정표 교수
홍정표 교수

홍정표 교수는 통증 그 자체보다, 통증을 가진 인간을 이해해 환자 개인에게 적합한 '맞춤형 진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구강내과학의 발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도 목소리를 내는 데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환자 개인의 유전적 특성 살린 ‘맞춤형 치료’ 강조

구강내과의 최근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구강내과가 그간 걸어온 발자취를 보다 쉽게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긴장성 두통 환자에서의 측두하악부 관절근육통 양상」, 「구속스트레스에 의한 백서 악하선의 Amylase 변화」, 「측두하악관절과 저작근통증이 긴장성 두통에 미치는 영향」, 「구강병원균에 대한 피톤치드의 향균작용」, 「피톤치드의 입냄새 제거 효과」, 「범부비동염에 의한 이차성 치통과 안면통」 등 구강내과는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만큼 많은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제시된 주제들은 구강 조직의 연구뿐 아니라 내과학 영역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는 척도 중 하나일 터.

이와 관련 홍 교수는 “예전에는 단순히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 치료하는 측면이 강했다”며 “병의 근원을 치료하지 않다 보니 그에 따른 질환의 만성화를 야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구강안면통증의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과 생활 사건으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증상의 재발 및 심화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와 감정이입을 충분히 하여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해, 그의 환자 진료 원칙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구강내과는 보수교육 차원의 세미나도 활발히 진행한다. 최근 개발한 것, 학부에서 배우지 못한 것 등 치과의사뿐 아니라 일반 의사와 치과위생사들 대상으로 활발한 교육을 실시, 구강내과의 영역 확장에 힘을 아끼지 않는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실시하지만 학술대회 철엔 다섯 번을 상회하기도 한다고 하니 그들의 열정을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봉사 활동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홍 교수는 국내 봉사에만 머물지 않고 내달부터 월 2회 개성병원 치과진료 봉사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턱관절 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턱관절 장애를 호소하고 있는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으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열려라, 구강내과학의 문
구강내과학의 향후 발전 방향을 묻자 홍 교수는 일차적으로 구강내과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증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구강내과의 역할 증대를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만성통증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령화 추세 속에서는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의료계의 제도권 안에서 환자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진단부터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진료하다 보면 환자에게 경제적, 시간적, 체력적 손실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성적 성향을 가진 구강안면통증환자는 치료의 개념보다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의학적, 심리학적인 통합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 홍 교수는 만성통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자신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구강내과는 오는 6월 구강안면만성통증센터를 확장할 계획을 세운 상태. 이로써 다양한 물리치료 및 운동요법, 레이저 치료, 심리 치료, 음악 치료 등 안면통증과 관련해 활발한 치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학교실 추천 상품

구강안면동통과 측두하악장애

본서는 초판에 미처 수록되지 못한 지식들과 그 동안에 치의학계에 새롭게 공인된 지식들을 엄선하여 추가 수록하였으며, 특히 최근에 악구강영역에서 치료제로써 추천되고 있는 Botulinum toxin의 사용법, 이갈이의 치료법, 콜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수록하였다.또한 이번 개정판에서는 제1부 총론, 제2부 진단, 제3부 치료, 제4부 부록 및 제5부 증례편으로 자세하게 분류되어 이 분야에 관심있는 치과의사 및 치과대학생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 출판사 : (주)신흥인터내셔날 (02)6366-2020
· 저자 : 정성창, 김영구 외
· 정가 : 5만원

 

 

한방·치과 진료에서 질환별로 알 수 있는 舌診

 

본 역서는 구강점막 중에서도 가장 특수한 점막상피로 덮여 있는 독특하고 중요한 조직인 ‘혀’에 대한 진단법과 진단기준을 제시한 책이다. 전신질환과 관련된 병소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혀에 대한 동양의학적 관점을 이해함으로써 전신질환과 혀와의 상관관계를 추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 출판사 : 군자출판사 (02)762-9194
· 저자 : 벳부 사토시·세라다 카즈유끼
· 역자 : 조기호 외
· 정가 : 4만원

 

 

전신질환자 및 노인, 장애환자의 치과치료(구강내과학 제2편)

 

본서는 치의학 전공자들이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를 진료할 때 치과치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예견하여 치료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치과를 찾는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환자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하는 질환들을 발견,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출판사 : (주)신흥인터내셔날 (02)6366-2020
· 저자 : 대한구강내과학회
· 정가 :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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