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짝퉁 서비스, 진정한 이모베이터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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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짝퉁 서비스, 진정한 이모베이터가 돼라!
  • 김동석 원장(춘천예치과)
  • 승인 2013.09.03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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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덴탈 매니지먼트

K-pop이 워낙 인기가 많다보니 이제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모방한 외국 짝퉁 그룹들이 많아졌습니다. 2NE1을 따라 한 태국의 캔디마피아, 슈퍼주니어와 이름과 인원수도 비슷한 중국의 슈퍼보이 및 소녀시대 앨범까지 똑같은 중국의 아이 돌걸스, 빅뱅 따라한 OK뱅, 샤이니를 모방한 캄보디아의 링딩동 등이 그런 예입니다. 한편 한국 아이돌 그룹을 모방하는 외국 연예계 풍조에 대해 한 대중문화계 전문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로 한국 가수들의 앨범이 나오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다른 나라들이 제작 시스템의 우위에 선 한국을 따라하는 것이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제 모방을 하려고 하는 것은 물건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된다 싶은 것은 무조건 따라하고 보는 세상입니다.

모방이나 모조품을 일컫는 말이 여럿 있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우리는 '짝퉁'이라는 말을 즐겨 씁니다. 명품 제품의 짝퉁 문제는 늘 골칫거리이고 정치권에서조차 짝퉁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경영에 있어서의 짝퉁은 '벤치마킹'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최근 '창조', '독창성', '혁신', '창조' 등의 단어가 경영의 화두가 되면서 '벤치마킹', '모방전략'은 유효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속에서 모방을 하려고만 해서는 절대 1등 기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뿌리내린 것입니다.

사실 동종업계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사업과 경영 방식을 연구해서 자신에게 적용하고자 하는 벤치마킹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일반적인 경영기법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는 용어는 토목 분야에서 강물의 높낮이를 측정하기 위해 정한 기준 점인 벤치마크(benchmark)에서 따온 것으로, 미국의 <포춘>지가 쉽게 아이디어를 얻어 새 상품 개발로 연결시키는 기법이라며 이름 붙인 것입니다. 이런 유용한 벤치마킹의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쉽게 공유되는 벤치마킹의 정보들은 희소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선점효과가 필요한데 벤치마킹으로는 선점효과를 누리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벤치마킹은 선두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유효하지 않은 2등 기업의 전략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방이 전략적 가치가 정말 없는 것일까요?

모방을 하는 이유는 많지만 그 중 검증된 시장에 들어감으로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사과 맛 확인 이론(Used Apple Polic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혁신을 이룩한 기업이 시장이라는 사과를 처음 한 입 베어 먹었다 칩시다. 그런데 옆에서 유심히 보고 있던 경쟁기업은 그 사과가 맛있는 사과인지 아니면 맛없는 사과인지를 관찰하고 있다가 맛이 좋은 것이라는 확신이 서면 그 사과를 빼앗아 두 번째로 먹게 됩니다. 한입쯤 놓쳤다 해도 시행착오 없이 맛있는 사과를 고르고, 남은 사과 전부를 먹을 수만 있다면 오히려 이득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그 사과가 맛있는 사과인지 아닌지를 처음 사과를 베어 문 사람의 표정을 통해 금세 알아채야 하고, 재빨리 낚아채 갈 수 있는 순발력과 힘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과 맛 확인 이론은 불확실한 시장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적합한 타이밍에 시장에 진입해 단순한 카피 이상의 역량으로 우위를 점하는 경쟁전략으로, 모방의 가치를 말하고 있습니다. PC 시장에서의 IBM, 컴퓨터 운영 시스템에서의 마이크로 소프트 등 우리가 최고라고 기억하고 있는 기업들도 사실은 영리하게 사과를 빼앗아 먹은 후발주자들입니다.

최근에는 이전의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 모방에 '혁신'을 더해 새로운 모방경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현명한 기업은 혁신(Innovation)과 모방(Imitation)을 융합한 '이모베이션(Imovation)'을 추구합니다. 기존에 이미 입증이 된 훌륭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고를 결합시켜서 성공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처음부터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과 연구비, 시장개척비 등을 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기존의 모방대상에 차별화를 기해 더 쉽게 개선된 형태를 갖출 수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모방이 아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조적으로 기존의 틀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일본어에서 ‘모방한다(manebu, マネする)’는 말과 ‘배우다(manabu, まなぶ)’는 말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합니다. 산업 초창기 서구 기업을 충실히 벤치마킹하여 성장한 일본기업들의 모방에 대한 가치관이 묻어 있습니다. 일본 전통 예술에선 철저히 배우는 ‘수(守)’, 이어서 그 전통을 파괴하는 ‘파(破)’, 그리고 마지막에는 배운 것에서 뛰어넘어 철저히 독창적인 것을 확립하는 ‘이(離)’의 단계가 최고의 경지로 평가되었습니다. 즉 일본인에게 배운다는 것은 철저한 모방에서 시작되고 배움의 궁극적 목표는 창조인 것입니다. 기업 전략에서도 모방을 통한 궁극적 지향점이 창조여야 한다는 역설과 의미가 일맥상통합니다.

이모베이션은 결국 모방에서 시작하지만 혁신과 창조적인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모방에 그치는 서비스는 짝퉁서비스에 지나지 않습니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새로 접목이 되어야 우리만의 명품 서비스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가고 있는 다른 서비스를 단순 모방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정과 지역정서에 맞게 고칠 수 있는 진정한 '이모베이터(Imovator)'가 되어봅시다.


※ 김동석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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