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이컵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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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이컵 와인
  • 김동석 원장(춘천예치과)
  • 승인 2013.10.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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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환자가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라

 

▲ 김동석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 김동석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품에 대한 분석은 대단합니다. 그 정보력은 또 어떻고요. 어떤 상품에 대해서 10분 이내에 성능, 품질, 가격, 가격비교, 사용 후기, 평점, 사후서비스 등에 이르는 것도 분석 가능합니다. 정말 좋아진 세상이구나 하면서도 알바의 가짜 사용 후기 등에 속아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취향이 다른 사람의 평점을 듣고 샀다가 후회하기도 합니다. 무조건 싼 것을 찾다가 싼게 비지떡이라고 결국에는 물건을 버리기도 합니다.

다양한 정보 때문에 좋을 수도 있고 안좋을 수도 있는 이래저래 고민되는 세상인 것은 맞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정보의 '양'은 많지만 '질'이 떨어지는 정보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치과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나 방법이 치과관련 업체의 홍보나 마케팅의 방법으로 홍보되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얻고 저렴하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정말 축하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만큼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에 노출된 상황에서의 '정확한 분석'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중의 하나는 상품의 '원가'입니다. 왜 이 원가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왜 중요한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원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없이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또 무슨 일인지 '공개'를 합니다. 원가 이외의 전문적인 내용은 잘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사실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진국일수록 형이하학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즉 상품에 들어가 있는 '가치'를 단순히 '원가'를 기준으로 파악하려는 심리는 형이학적 사고란 것이지요. 즉 원가를 자꾸 따지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싸게 사고 싶은 욕심뿐 아니라 이에 더해서 내가 원가보다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 상대방이 돈을 버는 것을 배 아파하는 조금은 고약한 심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가보다 터무니 없이 많은 돈을 받게 되면 '폭리'라는 말을 쉽게 씁니다. 도대체 이런 형이학적 사고가 어디 있습니까? 화가의 그림을 종이와 물감의 원가로 따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식하다'란 소릴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의 원가를 따지면 뭐 대단한 경제적 개념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술품과 상품과는 확실하게 다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재적인 화가가 10분 만에 일필휘지로 그린 수묵화와 바텐더가 수년간 노력해서 얻은 제대로 된 맛의 칵테일 한 잔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 지는 고민이 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예술품이냐 상품이냐가 아닌 그 물건이 가진 '원가'가 아닌 '가치'가 중요함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결국 '원가'를 따지는 것은 그 '가치'를 모르거나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티파니 매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비싼 것은 대충 알고 갔기 때문에 일부러 '은' 제품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억'하고 숨 막히는 가격만 듣고 나왔을 뿐입니다. 제가 '백금이 아니고 은인데도 비싸네요'라고 했더니 "저흰 티파니입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즉, 자신의 제품에 대한 원가가 아닌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만이 고객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티파니에 폭리를 취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 가치를 인정 못하겠다고 하면 안사면 그만이니까요.

와인 한잔의 분량의 가격이 천원이라고 합시다. 이것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원가'입니다. 이 똑같은 와인을 고급레스토랑에서 팔면 만원을 받아도 별 소리 없지만 선술집에서 종이컵에 따라주고 만원을 달라고 하면 '미친놈'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똑 같은 와인을 먹어도 원가 여부에 상관없이 가격에 대해 느끼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너무나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와인은 어떻게 보관을 했느냐, 어떤 음식과 곁들여야 하느냐, 음악이 라이브인지 스피커인지, 누구와 마시는 지, 어떤 잔에 어떤 조명에서 먹어야 하는가 등이 그 한잔의 와인에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가치가 됩니다. 와인 한 잔의 '가치'를 따질 때 '원가'를 따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치과에서도 늘 원가 논쟁이 일어납니다.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의 원가 기준은 당기순이익을 제외시킨 비용을 보통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원가의 개념을 재료나 물품, 제조비 등의 제조원가만을 따집니다. 원가의 정확한 개념 없이 단순화시켜 기사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의료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고 있는 수 많은 의사들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겠지요. 원가를 떠나서도 가격의 형성이란 것은 단합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지 자유경쟁에서의 다양한 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싼 것을 좋아하는 사람, 비싼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싼 것과 비싼 것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고 그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싼 원가의 것을 왜 여기서는 비싸게 파느냐 사기꾼 아니냐 고 따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건너편 선술집에서 한잔에 천원에 파는 종이컵와인이 왜 이 레스토랑에서는 만원을 받느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치과에서 똑같은 치료를 해주었다고 해서 똑같은 치료에 대해서 똑같은 가치로 느끼지는 않습니다. 잘 소독된 정돈된 방에서 친절한 설명과 앞으로의 관리에 대한 세밀한 계획을 듣고 받는 치료는 어수선하게 빨리 처분되는 듯 한 치료와는 분명 다른 가치입니다. 입안에 들어가는 똑같은 재료라도 그 가치는 분명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럼 치과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원가'가 아닌 어떤 '가치'를 원할까요? 그리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원가'를 따지지 않고 치료를 선택할까요?

2.6.2 법칙이란 것이 있습니다. 만물은 상위 20%, 중간 60%, 하위 20%와 같은 층으로 나뉘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부지런함의 대명사인 꿀벌도 100마리를 모아두면, 그 중에서 20마리는 열심히, 그리고 60마리 정도는 적당하게 일하는데, 나머지 20마리는 일하지 않고 농땡이치고 있더라고 합니다. 이것은 인간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 10명의 직원이 있다고 하면 딱 2.6.2의 비율로 우수한 직원, 보통 직원, 생산성이 낮은 직원으로 나뉩니다. 이 법칙을 소비자들에게 적용하면 상위 20%는 '세일 제품은 절대로 사지 않는 층', 하위 20%는 '세일 제품만 사는 층', 그리고 중간의 60%는 '세일 제품과 정가 제품 모두 사는 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객유치마케팅에서 타깃으로 삼는 것은 상위 20%와 중간의 60%를 더한 80%의 사람들입니다. 중간의 60%는 노력에 따라서 상위 20%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우리는 간혹 하위 20%의 사람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 마케팅을 포기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박리다매는 중간 60%를 하위 20%로 내몰아내는 마케팅인 것입니다. 하위 20%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낮은 가격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은 싼 것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 보다 몇 배나 더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많은 사람입니다.

무라카츠 다츠오의 <고객의 80%는 비싸도 구매한다>에는 상품에 가치를 더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상품을 담아내는 방법에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가족적인 분위기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두 번째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상품 자체에 대한, 혹은 상품을 만들어낸 사람이나 회사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그것입니다. 고객은 그 상품 자체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더해 있는 스토리를 더 좋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악센트입니다. 상품에 포인트를 주는 것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핫버튼이 있다면 그것에 맞는 적절한 포인트를 주는 것이 그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시킵니다.

네 번째는 추천입니다. 소비자는 늘 '권위 있는 상품'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품'에 약하다고 합니다. 믿을 만한 기사나 추천장, 많은 사람의 좋은 체험 등을 선호하는 게 그 이유입니다.

다섯 번째는 희소화입니다. 수량이나 기간을 한정화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살 수 없다는 생각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지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연출하고 '에피소드'를 추가해 '악센트'를 줘서 '추천'을 근거로 삼아 '희소화'를 도모하는 것이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에게 맞는 가치 높이기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치과에서의 가격경쟁이 이제는 하향 저가경쟁이 되고 있습니다. 진정 환자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고객의 80%는 비싸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20%를 위해서 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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