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공하는 사람들은 7가지 습관 따위 모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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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성공하는 사람들은 7가지 습관 따위 모르고 산다
  • 조성민(석치과 원장·닥터스라운지 대표)
  • 승인 2015.03.3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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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석치과 원장·닥터스라운지 대표

 

17살 즈음, 나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이라는 책을 읽었다. 쇼킹했다. 초등학생 시절 읽은 위인전 안에는 훌륭한 사람들의 스토리와 감동이 들어 있었지만 그 책 안에는 성공하는 삶에 대한 노하우가 잔뜩 들어 있었다. 그리고 20대 초반, 세상 물정을 어설프게 알아가던 치과 대학생 시절 즈음해 내 머릿속에서는 훌륭한 사람과 성공한 사람, 그리고 돈을 많이 번 사람이 동의어가 돼가고 있었다. 치과대학을 졸업한 직후, 인생이라는 것이 오로지 성공을 향한 한 방 승부로 여겨졌고 주위를 둘러보면 성공에 목숨 건 사람들이 넘쳐났다. 20대 후반 수련생활을 시작하니 매달 말 따박따박 월급이라는 것이 들어왔다. 처음으로 ‘돈의 힘’을 알게 됐고 그 힘이 제공하는 ‘돈 맛’을 알게 되면서 위인전을 덮고 자기계발서를 한 권 더 샀다. 하지만 내 맘 속에선 항상 억지로 믿고 싶은 말이 하나 숨쉬고 있었다. ‘내가 꽂힌 일을 돈 생각하지 않고 미친 듯이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유명해져 있더라.’ 세상의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2015 서울대 공대 입학생 중 30%가 의·치·한의대 합격자였다는 기사가 이슈가 됐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치과의사 수난시대임에 틀림없다. 젊은 치의든 젊지 않은 치의든 세상은 다 엉망진창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참 괜찮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개원가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의료 윤리 따위는 안방 서랍 맨 아래에 모셔놓고 출근하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성공과 행복에 대한 고민들 또한 많이 들리고 있다. 과연 진정한 성공과 행복은 개원가의 어디에 있기는 하단 말인가? 그래서 33살 되던 해, 나는 그냥 막 정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성공이란, ‘그림 그리는 데 딱 꽂혀서 치과의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고민에 빠지는 것’ 이라고.

2015년 들어 나는 하루에 치과 관련 그림을 한 장씩 그리고 있다. 일명 ‘1일 1장’ 프로젝트다. 이런 식으로 10년만 해보려 한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이런 방식으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임을 미리 밝혀둔다. 우선 머리는 전혀 좋으면 안 된다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머리가 좋은 분들은 돈이 모이는 곳을 볼 수 있기 때문에(일명 돈 냄새) 수년마다 이쪽저쪽으로 갈아타는 행위를 반복한다. 머릿속에 ‘이걸로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있으면 절대 10년 동안 집중 못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운이 따라야 한다. 세상이 나를 알아보는 그 순간이 바로 운빨이 통하는 순간이며, 이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성실한 근성이다. 운이라는 보자기는 하늘을 떠다니다가 내가 7년간 몸 바친 분야에 바로 내일 내릴 수도 있고 10년 뒤에 내릴 수도 있다. 그때 그 순간을 지켜야 한다. 마지막이자 네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재능이다. 그리고 이 재능의 의미는 좀 다르다. 바로 ‘성공할 때까지 버티는 능력’ 이다.

나는 지금 낮에는 페이닥터로 일하고 있고 밤에는 치과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나열하자면, ‘닥터스라운지’ 라는 사업자를 개설해 임상증례 기반 멘토·멘티 온라인 연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더불어 매년 2회 4인 4색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치과보철학회의 일러스트를 한 달에 한 장 그리고 있으며, 작년에는 한 업체의 제품 카탈로그를 제작했고, 박창진 원장님과 함께 주간지에 매주 그림을 한 장씩 투척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DentTalk’ 이라는 자칭 대한민국 1등 치과 어플 디자인, 대한공중보건치과의사 협의회 웹페이지 제작 및 유지보수, 덴탈갤러리(www.dentalgallery.co.kr)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직접 코딩해 작품 전시, 페이스북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올바른 치과 육아정보 컨텐츠 제작, 동료 선후배들의 결혼 선물로 두 사람의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액자에 넣어 선물로 주는 일까지….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평생 몸 던질만한 그림이라는 분야를 찾았고 그걸 유지할 10년간 생계를 받쳐 줄 치과의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이런 식의 성공을 추구하려 한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 번째, 꿈이라는 걸 가지는 순간 현실이 힘들어진다는 점. 두 번째, 꿈을 관상용으로 공중에 걸어만 놓고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세 번째,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하며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책임이라는 짐들을 하나하나 모두 본인 어깨 위에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점. 네 번째, 이재용은 자기계발서는 물론 이런 글 안 읽어본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려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약 100개 정도 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뭐, 하지 말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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