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환자의 ‘경험관리’가 혁신이다
상태바
[매니지먼트] 환자의 ‘경험관리’가 혁신이다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5.12.04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 ❷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경영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호부터는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이란 주제로 6회에 걸쳐 새롭게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 순서


❶ 병원 경영’의 시각을 바꿔라
❷ 환자의 ‘경험 관리’가 혁신이다
❸ 환자 경험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라
❹ 최선의 ‘실행 모델’을 찾아라
❺ 수월한 ‘서비스’를 하라
❻ 환자를 ‘협력자’로 만들어라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환자의 경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환자에게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병원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현장은 아직 환자의 경험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환자의 경험 만족을 ‘의료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

최상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경험 관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관점은 다분히 의사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이제 대충 예상하겠다면서 듣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환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두고 “최상의 의료를 제공하면 그만이지 굳이 억지로 웃어주고 환자를 기쁘게 만들어 줘야 하나?”라고. 그런데 오해하지는 마시라. 환자의 경험 관리는 환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환자 앞에서 광대 역할을 하라는 의미가 전혀 아니라는 점을.

일단 ‘경험 관리’ 자체가 혁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 관리를 제대로 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더 간단하다. 당신의 병원에 환자의 경험을 전담 관리하는 ‘책임자’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 관리자가 있어야 하는 당연한 이치를 생각하면 된다. 만약 관리자가 없다면 제대로 된 경험 관리는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환자의 경험 관리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다. 전에는 ‘환자 만족도’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고 아직도 대부분 이 말을 쓰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고객 만족도(CS)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 말은 환자를 고객으로 대하고자 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키우는 것에는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병원의 특성을 반영하여야 하는 ‘환자’의 입장에 대한 내용은 많이 허술한 편이다. 따라서 ‘환자 만족도’만으로 새로운 혁신관리를 세우기에는 많이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환자 경험 관리(Patient Experience Management)는 사실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와 관련이 있다. 오바마케어로 시작된 ‘환자보호 및 적정진료 법안((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과 메디케어에서는 이제 병원의 HCAHPS 점수(메디케어에서 조사하는 환자경험점수)와 입원환자의 진료비 지급액을 연계시키고 있다. 즉, 환자의 나쁜 경험이 보험 급여에 있어서 재정적인 불이익이나 명성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환자 경험 관리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말하자면, 병원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하튼 이제 환자들은 그들이 받는 ‘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느낌’과 ‘치료의 수준’을 연계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떤 ‘환자 경험’을 선사해 줘야 할까? 그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환자 경험’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한 비즈니스 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면 제공할 수도 없다” 자 그럼 ‘환자 경험’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환자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매우 다양하다. 그것은 나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고객의 소리함을 통해 자주 느끼고 있다.

“오늘 정말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습니다. 내 말을 그렇게 잘 들어주시다니”, “오늘 데스크 직원의 퉁명스런 대답은 저를 정말 황당하게 만들더군요. 형편없는 말투에 기분 나쁜 경험을 했네요”, “이렇게 친절한 직원을 원장님은 어디서 구하셨나요? 겁먹고 온 치과에서 힐링 받고 갑니다. 좋은 경험 감사해요”, “오늘 치료 중에 입을 헹구다가 타구대가 더러워서 기분 나빴습니다. 청소 좀 제대로 하라고 해주세요.

병원 조직은 자연스럽게 원장 중심으로 세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경험 관리를 위해서는 환자를 제일 중심에 두는 조직의 구조가 필요하다. 환자을 위한다면서도 사실은 환자를 가장 중심에 두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료 자체에 대한 신뢰가 깨지겠습니다” 등등. 이렇듯 환자들이 생각하는 경험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경험을 바로 ‘그 순간’에 겪게 되는 사건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이런 단편적인 경험을 자신이 받은 진료와 연관시켜 진료 자체의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사의 최상의 진료만으로는 ‘훌륭한’ 환자 경험을 선사할 수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환자의 경험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하고 넓은 범위를 포함해야 한다.

치과를 찾아오는 환자에게는 무엇이든 경험이 될 수 있다. 치과를 찾아오기 전에 들었던 소문, 치과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것을 포함해 진료 과정의 절차뿐 아니라 치과 내의 모든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연관되어서 생각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이런 다양한 경험의 루트를 통해 우리가 그들에게 전달해 줘야 하는 훌륭한 경험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경험 관리의 우선순위이다.


현재 환자 경험 관리에 있어서 최전방에 있는 곳은 바로 미국의 클리블랜드 클리닉이다.

이곳에는 환자경험최고관리자(CXO Chief Experience Officer)가 있으며 환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안전한 진료, 높은질의 진료, 그리고 높은 가치의 환경에서 최대한의 환자만족을 전달하는 과정들을 환자경험으로 정의하고 관리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이 있다. 바로 우선 순위의 첫 번째가 환자만족이 아닌 ‘안전한 진료’라는 것이다. 의료도 서비스업이지만 다른 서비스업과는 다르게 환자의 안전과 높은 퀄리티의 진료가 최우선 사항이란 뜻이다. 따라서 환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극복되고 훌륭한 경험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들에게 그 이유를 명확하게 이해시켜야 한다. 병원에서의 의사소통이 너무나 중요한 이유이다. 발치 후에 개구 장애가 생긴 환자에게 당장 하기 싫고 아픈 경험이 되더라도 개구운동을 억지로 시켜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HCAHPS를 살펴보면 환자들에게 진료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단순한 질문들이 아니다. 간호사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의사들은 어떻게 소통하는지, 약물 치료에 대해 얼마나 소통하는지 등등 소통에 관련된 질문이 아홉 개나 될 정도로 많다. 환자 경험이 단순히 만족도를 묻는 것이라면 이런 소통에 대한 질문이 많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병원일수록 의약품 사용 과오, 욕창, 낙상 등이 감소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의사가 환자나 보호자와 소통이 잘 되면 치료 순응도가 높아지고 의사와 스탭의 소통은 의료의 질의 향상도 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훌륭한 경험이 되는 기초를 제공하게 된다.

환자의 경험 관리가 환자를 단순하게 기쁘게 해서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란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 바란다. 환자 경험에 대한 정의를 통해서 원장과 직원들 모두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야 한다. 병원마다 환자 경험의 정의를 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안전, 높은 질, 만족이라는 우선순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당장의 환자 만족을 위해서 환자의 안전과 진료의 퀄리티를 소홀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 바로 다른 서비스업과 다른 의료서비스업의 경험관리다.

환자를 중심에 두고 안전하고 높은 수준의 진료로 환자 만족을 이끌어 내어 환자에게 그야말로 최상의 경험을 선사해보자. 자신이 없다면 아직 병원의 문화가 받쳐주지 못해서이다. 그리고 그 문화는 단번에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다음 시간에는 그런 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