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수월한 서비스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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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수월한 서비스를 하라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6.03.08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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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 ⑤

 

▲ 김동석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경영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이란 주제로 김동석 원장의 글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아파서 다른 병원에 가보는 것은 큰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아프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최근 경험한 안 좋은 경험은 병원 입구에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오후 진료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데스크에 직원 서너 명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데스크 앞에 설 때까지 나에게 인사를 한 직원이 없었고 10초 이상 서 있으니 그제야

“저희 병원 처음이세요?”

“아니요”

“그럼 성함이랑 생년월일 그 앞에 쓰시고 기다리세요”.

자주 다니는 병원이어서 다들 내가 아는 얼굴인데 나에게 병원이 처음이냐고 묻는 것은 둘째 치고, 놀고 있는 손발이 몇 개인데 나보고 직접 글씨를 쓰라고 하다니. 워낙 악필이라 어디서 내 글씨를 보여주는 것이 싫은 나로서는 이 짧은 1분간이 병원의 서비스를 최악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원장님이 너무 좋으셔서 그런지 직원들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긴장하고 있지 않았다. 병원 문을 나설 때까지 원장님께 이 말씀을 드려야 하나 계속 고민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근처에 다른 병원이 없어서 다시 그 병원을 가겠지만 만약 다른 병원이 문을 연다면 제일 먼저 가볼지도 모를 일이다.

 

병원의 모든 조직원들이 고객을 알아보고, 필요로 할 때 즉각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치료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직원이라고 하더라고 이런 노력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기분 나쁜 이런 서비스 경험이 아니더라고 환자는 병원을 다녀야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이미 충분히 받고 있다. 그래서 병원은 호텔의 서비스와는 달라야 한다. 내가 호텔에 묵을 때는 대부분 휴가를 보내는 기분 좋은 시기이다. 물론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서 이를 풀기 위해 호텔을 찾기도 하지만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 상태이다. 따라서 병원의 서비스는 호텔의 서비스를 뛰어 넘어야 한다.

주어진 일에 대해 매우 빼어나고 훌륭하게 일을 해내는 것을 ‘수월성(秀越性, Excellence)ʼ이라고 부른다.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의 수월성이란 “지속적으로 환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제공자의 능력”이다. 사실 수월성이라는 말은 교육 분야에서 일컫는 단어이고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단어를 사용할 때에는 보통 전제로 하는 것이 시작부터 잘하는 능력, 즉 원래부터 이미 ‘타고난’ 선천적인 능력을 말한다. 이 말을 굳이 의료 서비스에 사용하고자 하는 것은 타고난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행동이나 반응이 반사적이고 본능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타고난 서비스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는 사실 본능적인 ‘뱀의 뇌’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학습이 뛰어난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깨달음이 있으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RESTART)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적용해야 할 서비스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자.

▲ 서비스 리스타트(RESTART)

 

 

1. Respond (반응하기)

미국 교육부 연구를 통해 우수성이 검증된 영유아 교육법에 ‘반응성 교수법(Responsive Teaching)ʼ이란 게 있다. 이것은 아이가 활동을 주도하고 부모는 그에 맞게 잘 반응하고 상호작용을 해서 아이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교육법이다. 이 교육의 핵심은 아이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반응하는 것으로 양방향 소통, 즉 상호작용하는 것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서비스에서 이 이야기를 첫째로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환자에게 설명하고 가르치려고 하기 보다는 환자의 말과 행동에 잘 반응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2. Empathize (공감하기)

환자는 병원을 찾을 때에는 몸이 아픈 것에 더해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 상태이다. “어금니쪽 잇몸이 부어서 일주일째 한숨도 못 잤어요”라는 환자의 말에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상태가 심각합니다”라고 먼저 말하기 보다는 “일주일 동안 아프셨는데 안 오신 걸 보니 치과 오는 게 많이 무서우셨죠? 지금이라도 오셨으니 다행입니다. 제가 잘 봐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먼저 얘기하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공감대가 완전히 틀릴 것이다. 특히 치과를 찾아오는 환자의 심리상태는 어찌 보면 두려움에 떠는 아이와 같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 아이에게 “골절은 아닌 것 같다. 피도 안 나고. 멍은 좀 들겠네”라고 말하기 보다는 “얼마나 아플까? 많이 놀랬지?”라고 먼저 말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3. Smile (미소 짓기)

남자는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스프린터와 같다. 당신의 신호만 떨어졌다 하면 남자는 우사인 볼트로 빙의하여 당신을 향해 전력질주를 할 것이다. 당신은 신호만 주면 된다. 그 마법의 신호는 바로 미소이다. 훈남은 당신의 미소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러니 미소 지어라. 남자는 당신의 작은 미소를 놓치지 않도록 설계되어졌고 당신의 작은 미소에 용기를 얻고 당신에게 다가갈 것이다.

-후지카메라 광고 중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라. 그 사람은 분명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당신의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미소를 짓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가는(?) 너무나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외로 이를 잘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억지로 미소를 짓는 것과 자연스러운 미소는 분명 차이가 있다. 쓰이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미소로 생기는 주름은 서비스업에서는 계급장 같은 것이다. 보톡스로 펴지 마라.

 

4. Tell (말하기)

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그만큼 말을 잘하는 립서비스는 아무리 말뿐인 것일지라도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말하기의 근본적인 목적은 듣는 사람의 반응을 얻는 데에 있다.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말하는데 첫째, 무엇을 알리기 위한 말, 둘째, 설득을 위한 말, 셋째, 감동을 위한 말이다. 즉 말하기의 이 세 가지 목적은 서비스를 위한 말하기의 목적과 일치한다.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해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해결해주지도 못할 사람이 그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은 결국 환자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하는 정확한 업무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처음부터 전달해줘야 한다. 환자가 너무 장황하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면 적절한 선에서 “아버님, 그 말씀은 담당 의사선생님에게 직접 말씀해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제가 잘못 전달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끊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5. Act (행동하기)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많은 행동강령이 있다. 용모, 복장, 인사,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요소이지만 의료업에서의 행동은 환자에게 말한 것을 제대로 행하는 것이다. 상담 단계에서 환자의 마음을 충분히 사서 치료동의를 구했더라도 상담 때 얘기한 것들이 단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되지 못한다면 결국 환자는 등을 돌리게 된다.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환자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사실을 환자 자신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6. Rapport (친밀하기)

위의 내용을 어느 정도는 해내야 환자와의 라포(rapport)가 형성될 수 있는 단계가 된다. 라포 형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이다. 배려는 하지 않아도 딱히 뭐라고 컴플레인할 수는 없지만 해주면 너무 고마운 그 어떤 것이다. 

“지난번에 보니까 치료할 때 주먹을 너무 꽉 쥐셔서, 제가 쿠션 볼을 준비했어요. 이번에는 이걸 쥐고 치료받아보세요.”

배려가 느껴지는가?

친밀해지는 단계가 되면 서로의 스트레스는 상당히 줄어들고 환자 자신도 편한 마음으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모두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조금 더 개인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치료에 대한 것이 아닌 서로 개인적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비로소 친밀감은 형성된다.

 

7. Thank (감사하기)

의사들은 환자가 고마워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아픈 것을 낫게 해주고 치료를 잘해주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다. 하지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것은 의사이다.

아무리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의 몸을 맡기는 환자가 없다면 그 사람은 무늬만 의사이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늘 감사하라. 그 사람이 당신을 의사로 존재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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