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여러분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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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러분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 김유미(부천 더라은치과 총괄실장)
  • 승인 2016.11.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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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부천 더라은치과 총괄실장)

 

▲ 김유미(부천 더라은치과 총괄실장)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좋은 후배이자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나름 노력해 왔는데, 규칙과 매뉴얼에 엄격했던 나를 주변에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 정확한 사람 등으로 생각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후배들에겐 융통성 없고 완벽을 강요하는 호랑이 같은 선배이기도 했다. 


직업의 특성상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라 잘해도 뒷말, 못해도 뒷말이 많다. 대부분 속으로 삭이며 긍정 마인드를 힘껏 주입하지만, 때로 이 처방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어 가끔은 ‘하소연’이란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남편이다. 좋지 않은 얘기가 들리면 이를 인정 못하고 “어쩜 그럴 수 있어?”라며 입버릇처럼 남편을 향해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남편 역시 입버릇처럼 “당신이라면 어땠을까? 입장 바꿔 생각해봐”라며 한결 같은 답변을 내놓는다. 너무 힘 들어 ‘그만 두겠다’는 심정으로 남편에게 투정을 부려 봐도 낮은 목소리의 그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구관이 명관이라잖아. 이곳이 싫어 도망치면 또 다른 곳에 다른 무언가로 인해 또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지. 그런데, 그럴 때 마다 옮길 거야? 무엇인가 당신이 부족한 게 있으니 잘하자고 한 말이었을 테고, 당신과 오랫동안 일하고 싶으니까 그런 말도 해주는 거 아니겠어?”

때로, 시험지 정답 같은 남편의 대답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심정과 서운함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공감은커녕 상투적인 대답으로 나를 작게 만드는 것 같아 씩씩거리며 토라지기도 했었다. 그 순간은 정말 이해도 안 되고 서운함만 가득했다. 그러나, 늘상 반복되는 그의 대답에 다시 상황들을 정리해보는 나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나라면 어땠을까?’하고 점차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되묻게 되었다. 점점, 참을 인(仁)을 가슴에 새기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 남편은, 아이들을 챙기고 늦은 저녁에 나를 데리러 온다. 남편은, 일하는 나에 대해 늘 고맙게 생각하고 나와 아이들,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내 입장에서는, 남편이니까 혹은 아이 아빠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대수롭지 않은 나의 반응에 남편은 무척이나 섭섭해 하는 눈치다.


올해로 결혼 13년차,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사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부분을 닮아갔다. 좋은 쪽으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입장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침 일찍 출근해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 저녁엔 아이들 챙기고 아내 귀가까지 챙겨야하는 남편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당연했던 것들이 어느 날 특별함과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나와 남편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관계가 그런 것 같다. 원장님과 직원과의 관계,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 그리고 동료와의 관계까지도 말이다. 남편은 내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인생의 멘토 같은 사람이다.

학업을 마치고, 치과에 근무한지 올해로 16년째. 그 사이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생겼다. 가족이라는 새로운 울타리가 생겼다. 결혼을 전후로, 그리고 출산을 전후로도 직장을 쉰 적이 없으니 후배들 중엔 나의 이런 모습에 경이로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경력의 단절 없이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가족의 힘이 가장 컸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를 끊임없이 주입해 주었고, 내가 밖에서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집안일의 절반 이상을 충실히 책임져 준 사람이 있기에 가능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남편 자랑도 ‘팔불출(八不出)’에 속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훌륭한 멘토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가끔 후배들이 “어떻게, 경력 단절 없이 지금까지 꾸준히 일 할 수 있었냐”고 묻곤 하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여러분, 여러분의 멘토는 누구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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