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⑯ 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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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⑯ 고정관념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0.09.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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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나의 사춘기 학창시절의 감성을 지배했던 가수들은 많았지만, 그중 산울림이란 록밴드의 노래는 유독 나의 사춘기 감성을 자극했었다. 지금 들어도 심금을 울리는 메아리 같은 가사들이 많다. 산울림은 삼형제가 결성한 밴드다. 맏형 김창완은 지금도 여전히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으로 나의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몇 년 전 이런 나의 고정관념을 깨는 김창완 주연의 영화가 있었다. 바로 김창완이 사이코 성형외과 의사로 출연한 영화  <닥터>다. 흥행은 하지 못했지만, 꽤 자극적인 B급 호러물로 취급되어 영화의 짤들은 여전히 돌아다닌다. 자신이 사랑했던 옛 여인을 잊지 못하고, 결혼한 젊은 여자 얼굴을 옛날 여자 얼굴로 성형을 시켜서 같이 사는 설정도 기가 막히지만, 그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복수하는 과정도 엽기적인 영화다. 사이코 성형외과의사 역할 김창완의 섬뜩한 연기가 돋보였지만 내 사춘기 감성을 자극했던 인물이 겹쳐 떠올라 영화에 쉽게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가 내게 준 충격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성형외과의사가 자신의 옛 여인의 얼굴을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것이었다.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은 성형외과의사의 가장 이상적인 여인의 얼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객관적인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의사다.

하지만 아주 주관적일 수 있는 또 다른 기준이 ‘사람’인 의사에게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주관적인 고정관념은 깨뜨리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익숙한 것에 더 신중해야 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인 제롬 크루프맨 박사는 수년에 걸쳐서 의사의 오진에 관해 연구하고, 그의 저서 <닥터스 씽크 How Doctors Think>에 그 얘기들을 다양하게 풀어놓았다. 연구에 의하면 의사의 오진은 20% 정도는 기술적인 결함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80%는 바로 의사 자신의 사고 과정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진을 피할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하고 있는데 바로 그 첫 번째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의사는 대부분 똑똑하고 교과서적인 경우가 많다. 좋게 보면 그렇지만 안 좋게 보면 기계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감별진단을 하는 방정식에 익숙하다. 그리고 주저하지 않고 빨리 결론을 내린다. 같은 질병의 환자를 반복해 다루고 그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각인이 된 경우에는 오진할 가능성이 더 크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익숙해 보이는 것은 쉽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간단할 것이라고 여겼다가 고생한 기억이 의사에게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익숙한 것에 더 신중해야 한다. 

권위를 내려놓는 것이 시작이다.
고정관념에 싸여 오진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우선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의사의 권위는 환자가 세워주는 것이다. 자신이 그런 권위를 내세우는 순간 환자는 주눅이 들고 소통은 단절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의사도 이런 권위를 내려놓지 못해서다. 의사가 잘못을 인정할 경우 의료소송으로 가지 않고 적절한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다양하게 연구되고 보고된 바 있다.

해 넣은 이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환자가 관리를 잘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이런 경우 의사는 환자를 탓한다. 내가 해준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네가 잘못 관리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이 맞다. 잘해 넣은 이가 환자의 관리 소홀로 망가졌으니 속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환자와의 소통을 더 어렵게 한다. 혼나는 환자는 주눅이 들거나, 이를 잘 못 해 넣었다고 믿고 있다면 화를 돋우게 된다.

나도 문제가 생긴 환자를 탓하고 혼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태도를 좀 바꿨다.

“잇몸 관리가 잘 안 됐네요. 이를 잘해 넣어도 관리가 잘 안 되면 망가져요. 제가 이만 잘 해 넣고 관리를 잘 못 해드렸네. 바쁘셔도 제가 자주 오시라고 연락을 자꾸 드리고 잘 관리하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안 오시길래 잘 관리하고 계신 줄 알았어요.”

환자가 잘못 관리했다는 것도 알게 해주고 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병원의 문제도 섞여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런 화법은 환자의 기분을 풀어주고 경각심을 주기도 하며 의사의 권위도 잃지 않는 방법이다.

병리학자이자 내과 의사이기도 한 오슬러 경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아마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말을 반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어떤 환자가 질병에 걸렸는지 아는 것이다. 환자가 어떤 질병에 걸렸는지 아는 것은그보다 덜 중요하다.”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병명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병에 걸린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병에 집중하다가 사람을 지나치는 우를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의사의 권위를 내세워서는 그 사람을 알기 어렵다.

 

자신의 고정관념을 돌아보라.
교과서적인 치료방법이 늘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임상 경험이 많을수록 더 공감할 것이다. 갓 졸업해서 신지식을 더 많이 터득한 의사가 오랜 경험의 의사를 이길 수 없는 것은 경험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서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기도 어렵고, 오랜 시간 임상경험을 통해 터득된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고정관념을 항상 깨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맞는 경우가 사실 더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하리라는 것, 흑인은 랩과 운동을 잘하리라는 것, 남자가 먼저 고백을 해야하고,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고, 남자만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들이 모두 고정관념이지만 대부분은 또 맞는 것이 사실이다. 

치과의사로서 갖고 있는 자신만의 고정관념은 수없이 많을 수 있다. 진료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경영이나 직원 관리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당장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해서 마냥 안심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몇 안 되는 예에서 생기고 또 생기게 될 때 큰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고정관념은 돌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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