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스승 사(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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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스승 사(師)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3.07.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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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의 은사님이시네”라는 나의 말을 병원의 막내 직원이 듣고 “원장님, ‘인싸’는 그냥 ‘인싸’라고 하지 ‘님’자는 붙이지 않아요”라고 받아쳤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물어보니 ‘은사(恩師)’라는 말을 정말 모르고 있었다. ‘인싸님’이라고 내가 말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스승이라는 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은사라는 말은 오죽할까 싶다.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언어들이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사흘’을 ‘4일’로, ‘지구력’을 ‘지구의 힘’으로 오해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무료한 시간’을 ‘공짜 1시간’으로, ‘금일까지’ 제출하라는 말을 ‘금요일까지’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심심한 사과’에 담긴 ‘깊은 사과’의 의미가 자칫 ‘단순하고 건조한 사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 기껏 사과했다가 욕을 먹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크크루삥뽕, 루삥뽕, 꾸안꾸, 알작딱깔센, 등 외계어 같은 말을 기성세대들이 이해 못 하는 것과 자신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로남불이라고 하니 딱히 반박하기도 힘들다. 다만 오래된 말들에 담긴 깊은 뜻, 서사(敍事)가 담기는 단어의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한자에서 파생된 단어가 유독 그런 예가 많은 걸 보니 한자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너무 진부해 보이진 않을까 싶다.

전문직이라는 이름의 무게감
우리나라에는 흔히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직업군이 있다. 흔히 ‘사’자가 붙는 직업이다. 분류에 따라서 직업군이 엄청 많아질 수도 있지만, 흔히 전문직을 분류하기 위해 적용하는 방식은 아래 5가지 기준이 있다.

① 직업 분류상 전문가이고, 
② 자격·면허를 규율하는 단행법률이 존재하며, 
③ 부가가치세법상 간이과세자 등록 배제업종과 
④ 기간제법상 사용 기간 제한 예외업종에 해당하고, 
⑤ 은행에서 전문직 신용대출이 가능한 업종

전문직이라 불리는 ‘~사’ 자(字) 직업은 현재 30~40개 정도로 많지만, 분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전문직은 14개로 아래와 같다.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통과한 직업이 가지는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전문가라는 인식에 더해진 사회가 요구하는 그 이상의 책임 때문일 수도 있다.

의료 : 의사(醫師), 치과의사(齒科醫師), 한의사(韓醫師), 약사(藥師), 수의사(獸醫師)
법률 : 변호사(辯護士), 변리사(辨理士), 공인노무사(公認勞務士)
회계 : 공인회계사(公認會計士), 세무사(稅務士), 관세사(關稅士), 감정평가사(鑑定評價士)
기술 : 기술사(技術士), 건축사(建築士)

스승 사(師)
직함에 붙는 한자어 접미사 ‘~사’는 한자가 한가지가 아니다. 事, 士, 師, 使, 등이 대표적이다. ‘事’가 붙는 것은 그러한 일을 맡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판사(判事)는 평결 업무를, 검사(檢事)는 검찰 업무를 하라고 맡긴 사람이기 때문이다. 법인의 이사(理事)나 감사(監事)도 마찬가지다. 한 도(道)의 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 도지사(道知事)인 것도 그러한 이유다. ‘士’가 붙는 변호사(辯護士), 변리사(辨理士), 공인회계사(公認會計士), 세무사(稅務士), 등은 공인기관이나 국가에서 일정한 조건,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만 주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석사, 박사, 관세사, 조종사, 등도 마찬가지다.

‘使’가 붙는 것은 좀 특별하다. 예전의 도지사 격인 관찰사(觀察使)는 권력이 막강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직급이 높은 관헌에게는 ‘事’가 아닌 ‘使’를 써서 우대했다. 
한 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나라에 파견되는 최고위 외교관을 ‘대사(大使)’라고 우대하고 그보다 한 급 아래인 공사도 ‘公使’로 적는다.
의료에 관련된 의사(醫師), 치과의사(齒科醫師), 한의사(韓醫師), 약사(藥師), 수의사(獸醫師)는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부여하는 면허를 생각할 때 ‘士’와 같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굳이 ‘師’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승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의사 양반’, ‘의사 아저씨’라는 것보다는 ‘의사 선생님’이라는 의미로 대부분 생각한다. 우리가 학교 선생님을 교사(敎師)라고 하듯 병원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의사(醫師)라고 부르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庭園師)’,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料理師)’, 몸을 닦고 때를 밀어주는 ‘세신사(洗身師)’는 정원의 선생님, 주방의 선생님, 목욕탕의 선생님인 것일까?

스승 ‘師’에는 수건을 의미하는 ‘건(巾)’ 부수가 들어있다. 몸으로 해내는 일이기 때문에 땀을 흘려야 하고 그 땀을 닦아내는 수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간호사, 정원사, 사육사, 요리사, 마술사, 세신사, 등에 모두 ‘師’를 붙이는 이유는 모두 몸수고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저씨
치과의사로 살아가면서 환자에게 ‘아저씨’라는 말을 다섯 번 정도는 들어본 것 같다. 선생님이나 원장님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지 아저씨라는 말이 뭐 그렇게 기분 나쁜 말은 아니다.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원빈이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처럼 불리는 느낌이 아니라서 문제일 뿐이다. 의사가 스스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스승 ‘사(師)’가 붙어있는 전문직 ‘의사(醫師)’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승이 아닌 ‘몸수고’를 많이 해야 하는 직업임을 잊지 말자. 

생각해보니 내가 기억하는 ‘은사(恩師)님’은 모두 몸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늘 부지런하셨다. 판사(判事)가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고, 변호사(辯護士)는 머리 쓰는 수고에 애쓰는 동안 의사(醫師)는 땀을 닦아낼 정도로 부지런하게 몸을 써야 한다. 
오늘도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한 당신. 제대로 잘하고 있다. 몸수고를 해야 하니까. 그러다 보면 ‘은사(恩師)’는 아니더라도 ‘인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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