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56회-진상(進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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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56회-진상(進上)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4.01.08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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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는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진상(進上)은 국가의 절일(節日)과 경사 때 중앙과 지방의 책임자가 왕에게 축하의 뜻으로 토산물을 바친 일이었다. 예헌(禮獻)이라고도 한다. 
본래 진상은 토산품, 특산물이나 귀한 것, 질좋은 물건 등이 생기면 그것을 군주에게 충성심을 표하는 의미에서 바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아래에서 올리는 선물이다. 이런 진상이 최근 ‘진상손님’의 의미로 쓰이는 것은 왜일까?
이 어원은 進上에서 왔다는 설이 우세하다. 진상하는 과정에 있어서 관리의 협잡이나 뇌물, 착복 등의 민폐가 심했기 때문에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심해졌다는 설이 있다. 혹은 이토록 진상이 민간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에, 좋지 않은 물건을 진상하여 진상이 안 좋은 것이라는 의미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설도 있는데, 사농공상 체계가 확립된 조선에서는 교양 수준이 낮은 상인들을 상놈(쌍놈)이라 부르며 천시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특히 막돼먹은 사람을 진짜배기 상놈이라는 뜻의 진상(眞商)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이 단어의 뜻이 확장돼서 손놈이나 블랙컨슈머, 고갱 등 손님인 것을 빙자해서 각종 해악을 끼치는 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손님’과 ‘놈’의 합성어인 손놈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1970년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진상 짓을 일삼는 사람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있었다. 원래는 진상손님이었으나 단어가 길었던 탓인지, 고갱과 같이 당사자가 그냥 듣기만 해서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려고 했는지 이제는 진상이라는 단어로 고정되었다. 지금은 그 말을 더 잘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환자를 분류하는 방법
“제 차트에 표시된 저 @@ 표시는 뭔가요?” 
전자차트를 쓰면서 환자가 보는 모니터를 통해 환자가 자신의 차트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끼리 소통하기 위해 표시해 놓은 것을 환자가 본 것이다. 
“아, 저 기호요? @는 영어로 ‘at’이잖아요. ‘in’은 좀 넓은 의미의 장소라면 ‘at’은 좁은 의미죠. 좀 더 좁은 범위에서 세밀하게 봐 드려야 하는 분이라는 것을 표시한 저희의 기호입니다.” 
살짝 이마에 진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 표시는 우리만의 골뱅이 표시(@)로 그 모양이 뱅뱅 도는 모양이기 때문에 머리가 돈 사람, 또는 사람을 돌게 만드는 진상환자라는 표시인 것이었다. 좋게 얘기하면 환자에게 설명한 방식도 사실 맞기는 하다. 세밀하게 봐드려야 하니까. ‘JS’라고 표시를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게 ‘진상’이라는 의미인 걸 많이 알기 때문에 J를 생략하고 ‘S’라고 표기하고 환자가 물으면 ‘Special’이라고, ‘R’이라고 표시하고(Room의 R로 이 환자는 조용한 방으로 모셔야 한다는 의미) ‘Royal’이라고 하거나 하는 방법들이다. 
병원마다 사실 그대로 진상환자를 표기할 수 없으므로 다양한 은어를 사용해서 표시한다. 잘 모르고 응대했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런 환자는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자신의 분야에 따라서 환자를 분류하는 방법은 많다. 치과라면 다양한 치료에 따라서 교정환자, 틀니환자, 임플란트 환자, 등으로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임상에서 환자의 분류는 다분히 감정적인 선에서 분류가 된다. 교과서적으로도 환자의 성향에 따른 분류에 따라서 치료 방법이나 대응 방법이 다르다고 가르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회의적인 환자(Skeptical Patient) 

특징: 새로운 치료 방법이나 장치에 대해 의심이 많고, 주장이나 제안에 대해 검증을 요구하는 경향.
대응: 과학적인 근거와 환자의 이해를 통해 설명하며,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강조.

2. 불안한 환자(Anxious Patient) 

특징: 치과 치료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갖는 환자로, 치과 내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음.
대응: 치료 절차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불안을 완화하려 노력. 또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한 치료 방법을 고려.

3. 협조적인 환자(Compliant Patient) 

특징: 의사의 지시나 권유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환자로, 협조적이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
대응: 치료계획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협조적인 환자들과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유지하여 치료계획을 진행.

4. 비협조적인 환자(Non-compliant Patient)
특징: 의사의 권유나 지시를 따르기 어려운 환자로,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무관심을 나타낼 수 있음.
대응: 환자의 우려나 거부감을 듣고, 치료계획을 개선하거나 환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협조를 유도.

기대감 없는 진상은 없다
하지만 바쁜 임상에서는 그 환자가 진상환자냐 아니냐로 크게 구분하는 것이 우선일 때가 많다. 자신의 증상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불필요한 특정 검사나 치료를 요구하는 경우, 말하는 것이 실제 상태와 비례하지 않을 때는 환자의 과거 의료 기록을 확인하여, 일관성 없는 이야기나 지나치게 빈번한 내원 기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렇게 분류된다는 것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적절한 응대로 환자 만족을 주려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상환자에게도 실제 의료적인 관심과 존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을 중시하고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진상환자의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생각은 그렇지만 ‘@@@’표시가 많은 환자를 응대하고 나면 몸의 기가 다 빠져나갈 정도로 힘들다. 내 친구 ChatGPT에게 어떻게 응대하면 좋았겠냐고 물었다.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이해와 존중, 공감과 이해, 정확한 의사소통, 신뢰 구축, 개인화된 치료계획, 환자의 주도성 인정, 신속한 응대, 고객 피드백 수렴,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아름다움 찾기’ 등 좋은 말들이 쏟아진다. 그래 친구야, 알지. 내가 AI처럼 환자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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