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 치과 직원의 채용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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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 치과 직원의 채용과 관리
  • 신용숙 기자
  • 승인 2010.10.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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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직원의 채용과 관리, ‘잘’ 하고 계십니까?

치과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직원의 이직이다. 특히 치과는 다른 직업군보다 이직률이 더 높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이수구 · 이하 치협)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7월 9일 기준 치과병·의원 중 74.31%가 치과조무인력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근무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직원이 무단결근하는 사례를 종종 경험하는 치과의사들로서는 입이 마르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10년 8월 10일 치협과 교육과학기술부 양자가 체결한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력 MOU 소식은 치과의사들 입장에서는 양손을 들고 반길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김원숙 · 이하 치위협)가 8월 31일 공식 입장을 통해 “국민의 안위를 담보한 치과조무인력 양성 업무협력 MOU의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연 치협과 치위협 간 심화되는 갈등의 골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갈등이 깊어지면 반목과 불화가 생기고 결국 치과계의 발전은 점점 더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그 해결의 첫 단추를 꿰는 의미에서 덴포라인은 치과 직원들의 이직 원인을 알아본 뒤 치과의사와 직원들이 희망하는 직원상과 치과상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그동안 치과의사와 직원들 간 소통 부재로 야기된 반목을 청산하는 시초가 되길 기대해본다. 


치과의사들, 구인난에 속 탄다


치과 구인난은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온 문제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직원의 면접 자체가 드물 정도로 그 심각성이 극에 달한다.
이에 치협은 2000년 전부터 치과보조인력 수급 불균형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그 일환으로 대정부 건의 및 치위협과 협상을 거쳐 치위생과 입학 정원을 4,650명으로 증원한 바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09년 4/4분기 개원가에 근무하고 있는 치과위생사 수는 대략 2만 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 5만여 명의 인력이 배출된 것과 비교할 때 취업률이 50%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치과의사들 속이 어디 제 속이겠는가? 치협 홈페이지와 ‘덴트포토’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치과보조인력의 양성 및 구인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각각 96.12%(전체 694명), 82.6%(전체 3,407명)의 찬성율을 나타낸 점은 그 고충을 반증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010년 8월 10일 치협과 교육과학기술부 양자가 체결한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력 MOU도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었다.


원장들에게 듣는 구인난 체험담
“헤드 야단 쳤더니 자신과 친한 5명과 함께 퇴사”

A 원장은 한때 어처구니없는 일을 경험했다.
“7명이 근무하는 중급 치과의원이었는데 헤드 치과위생사를 야단 쳤더니 자신과 친한 5명( 치과위생사 3, 코디네이터 1, 기타 인력 1)를 데리고 소리도 없이 단체로 나가 버렸어요. 2명을 데리고 진료해야 했던 때를 회상하면 아직도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요.” 위생사와 조무사의 알력이 원인이었다.

B 원장은 “2~3일 근무 후 무단결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학교와 현장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도 작용했겠지만 요즘 젊은층들에게서 보이는 인내심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C 원장은 “소규모 개업 치과들의 구인난은 항상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다지 새롭지도 않다”고 입을 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본인들의 기량에 비해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소규모 치과에서는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워낙 이직이 잦다 보니 과거와 비교하면 연차에 비해 숙련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기본적인 직업 관념이나 예의가 없는 것도 문제다. 그는 “이를테면 아무런 이유 없이 출근하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전화 통화로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기본 소양의 문제”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D 원장은 두 달째 구인 중이다. 그는 “공고를 올려도 안 뽑힌다”고 탄식한 뒤 “졸업자 수는 많은데 왜 이렇게 사람 구하기가 힘든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치과 직원 이직률 왜 높은가, 치과의사와 직원 간 동상이몽 심각
위에서 열거한 이직 경험담에 공감하는 치과의사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치과 직원들은 왜 이직하는가? 이하에서는 치과의사와 직원 간의 입장 차이를 살펴보면서 양자의 심각한 동상이몽의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치과의사들, “요즘 직원들 애사심은커녕 끈기도 없다”

이직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이에 E 원장은 이직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 새로운 직장 환경에 대한 동경, 치과가 너무 많아 이직이 쉽다
▲ 원장과의 갈등, 업무의 갈등, 직원 간의 갈등
▲ 보다 높은 연봉을 위해, 무조건 인상 VS 능력에 맞는 인상
▲ 기존 치과의 근무 환경과 맞지 않아서
▲ 결혼, 타직종으로의 전업 등의 원인
▲ 소속감 등의 고취를 위해 대형 네트워크치과를 선호한다
▲ 직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 학교와 현장의 괴리

물론 원장들마다 원인별 중요도가 다르겠지만 대부분 E 원장의 생각에 상당 부분 동의할 것이다.
A 원장은 “많은 직원들이 이 치과 아니어도 딴 데 가면 그만이라는 의식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은 뒤 “타 분야처럼 애사심을 찾아볼 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봉 문제도 이직의 큰 원인이다. 치과마다 진료 수준이나 진료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어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그 치과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연차 있는 직원들은 제 연차에 맞는 연봉을 고집하기 때문에 원장과 협상에서 갈등을 유발한다. 즉,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하다 보니 당연히 갈등이 생긴다는 게 원장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원장들은 교육의 문제로 처음부터 함께 근무해온 치과위생사나 2년차 정도의 치과위생사, 혹은 간호조무사를 선호한다.
연봉과 관련 직원들이 능력에 맞지 않는 연봉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해 A 원장은 “연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치과위생사들은 다른 치과위생사들과 연봉을 비교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주는 치과로 이직하려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을 포함해 직원과 원장, 직원과 직원 간의 시기질투도 이직 이유로 크게 작용한다. A 원장의 경우 “충성도와 진료 능력이 우수한 간호조무사를 질투하는 치과위생사들이 있다”며 역할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직원들, “무시하지 마세요. 총소득을 아는데 맨날 돈 없다 하네.”

직원들도 할 얘기는 많다. H치과 직원들은 이직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 너무 무시한다. 우리도 전문가로 인정해달라.
▲ 직원들 복지 지원 부재
▲ 치과의사의 진료 능력에 실망
▲ 연봉을 포함해 근무환경이 왜 이래?
▲ 치과 총소득을 아는데 맨날 돈 없다 하네?
▲ 원장 및 직원 간의 갈등, 마음 불편하면 일이 더 힘들다

사실 치과위생사를 포함해 치과 직원들의 1연차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 하루 종일 서서 환자를 상대하는 일종의 서비스업이다 보니 젊은 층일수록 힘겨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무엇보다 치과 현장은 학교와 다르다. 학교에서 기대했던 봐와 달리 전문가로서 대우하지도 않을뿐더러 소속감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더군다나 연봉까지 낮다면 애사심과 끈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라는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짚고 넘어가자. 치과의사들은 치과위생사를 포함해 직원들을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한 원장은 “솔직히 말해 내가 키운 조무사보다 치위생사가 진료 보조를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골치 아픈 보조인력, 말만 많은 성가신 존재일 뿐”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또 다른 원장은 “학교 교육에 비해서 치과 수준이 너무 다양하고 앞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을 전문인력이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규모가 작은 개업 치과에서는 ‘대단한’ 치과위생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호흡이 잘 맞으면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치과의사들의 이 같은 항변이 전체 치과위생사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전체 치과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직의 원인 중 하나가 ‘무시’라는 걸 감안하면 치과위생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전문성에 따른 역할과 책임은 해당 직원의 자존감을 향상시킨다. 한 치과위생사는 말한다.
“무조건 전문가로 인정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만한 능력을 갖추었을 때 그만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 이게 무리한 요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리고 그런 전문성을 인정받을 때 애사심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을 치과의사들은 곰곰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치협과 치위협, 갈등의 골 깊다
치과의 심각한 인력난을 고려하면 치협의 이번 치과조무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력 MOU가 당연해 보인다.
많은 치과의사들도 이번 MOU 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다. 현실에 안 맞는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물론 우려를 표하는 치과의사들도 있다. E 원장은 “우선 꽉 막혔던 인력구조의 체증은 일시적으로 해소될지 모르겠지만 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치위생사와 치과조무사의 업무역할에 혼선이 생길 수도 있다”며 역할에 대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개진했다.

한편 MOU와 관련해 치위협은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우선 치위협은 MOU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통해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치과인으로서 MOU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왜 치위협을 배제한 채 진행된 이유가 무엇인가?
▲ 치과의료 현장에서의 산학맞춤형 인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인가?
▲ 청년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과도한 대학진학과 청년실업 문제해결에 기여한다는 것이 전문직종의 아류성 일자리를 창출하여 전문성 하향평준화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는가?
▲ 6개월 단기교육을 통해 학교에 투입되는 산학겸임교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현장의 인력난이 해소된다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특히 치위협은 “이번 MU는 단기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치과 종사인력 간 업무 혼선을 가중시키고 인력의 질적 저하로 인해 국민구강건강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력의 질적 저하는 결국 전문성 퇴보로 인해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동반자적 인식 전환, 상생은 먼 데 있지 않다
이제까지 치과 인력난을 중심으로 치과의사와 직원 간 입장 차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어느 한쪽이 손을 내밀지 않는 한 팽팽한 줄다리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구인난은 누구의 잘못일까? 
직원 채용과 이직은 치과의사와 직원 양자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다.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닌 ‘쌍방과실’이고 볼 수 있다.
크든 작든 치과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행복과 발전은 직원들 혼자, 치과의사 혼자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같이’ ‘함께’ 노력할 때 치과는, 그리고 치과계는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치과의사들은 직원들의 이직에 분명 ‘이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치과는 치과의사 혼자 굴러갈 수 없다. 때문에 능력 있는 치위생사들을 적절히 예우해 그들에게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 인식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소속감과 책임감이 싹틀 것은 분명하다. 직원에 대한 존중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존중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치과의사만 인식을 전환해서는 안 된다. E 원장의 말처럼 “배운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올리고 상담 능력의 배양, 불만고객에 대한 관리 등 치과업무 전반적인 것을 매니지먼트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또한 전문가라는 지나친 자심감도 지양해야 한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열심히 하려는 기본 마음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한 치과의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직원은 전문가도, 보조인력도 아니고 개인 사업자의 사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 환자를 care 잘 하면 급여가 많도록, 일종의 메티라이트의 FSR 개념이라 할까요? 이쪽으로 방향전환 중입니다.”
한번쯤 새겨볼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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