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Dental Art Gallery _ 운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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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Dental Art Gallery _ 운보 편
  • 신용숙 기자
  • 승인 2010.10.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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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란 덜 된 사람이지. 내가 바로 바보야. 그러니 익을 때까지 계속하는 거야.”

 

이번 호에는 영진갤러리치과의원(김영진 원장) 한 벽면에 걸린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장생도>를 감상해본다. <장생도>는 1976년 수묵담채로 제작되었으나 후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디지털판화로 제작돼 전시·판매된 바 있다.

 


관 속까지 붓을 갖고 갈 거야
“바보란 덜 된 사람이지. 내가 바로 바보야. 그러니 익을 때까지 계속하는 거야. 관 속까지 붓을 갖고 갈 거야. 예술에 완전무결한 것은 없어.”
그림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관 속까지 붓을 갖고 갈 생각을 했을까? 운보가 생전에 했던 말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대가 혹은 성공한 사람들 뒤에는 1만 시간이라는 노력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비틀즈도 그랬고 빌게이츠도 그랬다.
그리고 운보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운보는 관 속까지 붓을 갖고 가겠다고 했던 모양이다. 운보의 완성한 창작욕과 풍부한 기량, 원숙함 뒤에는 열정과 노력이라는 무기가 조용히 칼을 갈고 있지 않았을까?

운보는 생전에 스스로를 ‘바보’라 칭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바보는 자신이 바보인지 모른다.
우리 시대엔 진정한 바보가 필요하다. 운보의 말처럼 예술에는, 그리고 삶에는 ‘완전무결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영진갤러리치과에는 <장생도> 외에도 이경모 화백의 <세월의 미학>에서부터 이성근 화백의 도자기 작품 <환희>, 이기전 화백의 <생의 공간>, 김영진 원장 장남의 조소 작품인 <브론즈 여인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덕분에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기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낸다. 한 환자는 “전시된 작품들로 인해 치과의 무서운 이미지가 부드럽게 변했다”며 입을 연 뒤 “이런 부분에까지 신경을 쓰는 원장님의 배려가 느껴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원장의 작은 배려가 환자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깊어가는 가을, 화선지에 표현된 여백을 통해 맑고 깨끗했던 운보와 그의 열정을 회상해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운보 김기창 화백, 어떤 인물이었나?

바보산수, 청각장애 화가, 스스로를 바보라 칭했던 인물…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일곱 살 때 장티프스로 청각장애인이 된 김 화백은 그림에 전념해 <청록산수>, <바보산수> 외에도 <군밤장수>, <구멍가게>, <장생도>, <런던의 사당>, <십장생>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운보는 50년대 초까지 예수의 일대기를 한국적 풍속화로 나타냈다. 그러다가 우리 산하가 지닌 충만한 생명력을 윤기 흐르는 초록색으로 표현한 ‘청록산수’를 거쳐, 전통민화가 지닌 멋과 해학, 그리고 여유 등이 편안하게 용해된 ‘바보산수’에 이르러 완성한 창작욕을 펼쳤다.
이후에도 그는 새로운 조형을 찾아 문자도와 점과 선을 주제로한 심상 시리즈를 제작한다. 
특히 80세에 접어든 93년에는 무려 1천 2백여 점의 작품을 발표해 예술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과시해 젊은 후배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운보는 1996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작품활동을 재개했으나 노환에 합병증세가 나타나 완치가 어려워지자 2001년 1월 6일 ‘운보의 집’으로 내려와 머무르다 2001년 1월 23일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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