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함께한 진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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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가 함께한 진료봉사
  • 한일치과산업(주)임양래 대표
  • 승인 2015.02.26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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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봉사현장, 시작부터 끝까지

 

 

 

 

<대만 타이중 진료봉사>
 

미리 체크 대비! ‘전기 수급’
출발전 봉사 현장이 실내 또는 실외에 꾸며질지 정도는 파악되기 마련. 실내라고 전기가 당연히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실외라고 꼭 열악한 환경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로 장비들을 가동하는데 꼭 필요하므로 전기의 볼테이지, 용량 등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전기 사정이 열악할 경우 발전기, 혹은 대형(차량용) 배터리 등을 미리 준비하는데,현지에 다 준비가 됐다는 말만 믿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빈민국의 오지에서는 전기가 들어오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장비를 돌릴 만큼의 용량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전구 하나 겨우 켜는 것도 전기가 들어온다고 할 수는 있으니 말이다. 갑작스럽게 주변에서 발전기를 구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가, 짧은 봉사기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아주 오래된 발전기를 겨우 구해 진료를 시작 한 적이 있었다. 고령의 발전기는 덜덜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이 떠나가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갔는데, ‘저 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어쩔 뻔 했나’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만큼 전기는 국내외 진료봉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노후되고 시끄러운 발전기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보기보다 야무지게 움직여줬던 고마운 고령의 발전기>

좋은 예, 로마린다 치과대학교
올해도 동행할 예정인 미국의 로마린다 치과대학 봉사팀은 배울 점이 참 많은 팀으로 인상 깊다. 모든 봉사팀에는 저마다의 ‘시스템’이 구축돼있는데, 로마린다의 봉사팀은 인력 배치 방법이 강점이었다. 그들은 매일 오전 전체 회의를 거쳐 각자의 일을 구획 나누듯 나누고, 어느 한 명이 봉사 기간 내내 같은 일만 하는 것을 피했다. 봉사팀 모두가 다양한 위치에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이것은 후에 다른 팀을 구성하여 진료 봉사를 나오게 될 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진료의 방향을 정하는 인원, 진료의 강도에 따라 나뉜 인원, 진료 시작 전 스케일링으로 진료를 돕는 인원 등 구체적으로 업무가 주어졌다. 덕분에 많은 대기환자는 예상보다 빨리 줄었고 본인이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은 환자를 볼 수 있었다. 대형 봉사팀에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규모 인원일수록 더 체계적인 계획과 역할분담이 있어야 봉사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규모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장비 및 기구 세팅, 진료 환경의 조성
미국에서 출발한 로마린다 팀과는 현지 도착부터 함께 해 현장에서의 모든 진행 상황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그들은 봉사 장소를 둘러본 후 책상을 깔고, 구획을 나누기 시작했다. 꽤 넓은 공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의사가 동시에 진료를 보기에 충분했고 기구 등을 보관하거나 소독하는 곳을 배분해 놓기도 쉬웠다. 넓은 책상 위에는 기구와 약품들이 누구나 찾기 쉽도록 분류돼 놓였다. 대기 공간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은 사전 인터뷰와 간단한 확인으로 환자의 상태와 필요한 치료에 따라 나뉘고, 진료 차트를 스티커처럼 만들어 환자의 어깨에 붙여놓는 방법으로 눈에 잘 띄게 했다. 환자들의 상태를 미리 파악 해 두는 것은 진료 시간을 줄여주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환자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는 것은 진료를 보는 의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데 도움이 됐다. 직접 보기 전까지 어떤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지도 몰라 환자당 치료시간도 예상 할 수 없다는 압박감,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많은 경험에서 나온 그들만의 시스템이었다.
 

의약품 제공·기구 소독 tip
앞선 회차들에서 언급했듯이, 진료봉사에서는 당장의 치료만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낙후된 환경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비상약 등을 제공하거나, 스스로 간단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약품 등을 공급하는 것도 진료 봉사자들이 하는 일들 중 하나이다. 의약품들은 유통기한 등을 고려해 넉넉히 준비해 가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설명과 함께 제공해 주어야 한다. 간단하게 현지어로 된 설명서나 복용법 등을 적어 준비해가는 것도 좋으며, 상태에 맞는 약을 조합해 패키지화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기구 등은 소독을 해가며 사용을 해야 하는데, 소독해 사용한다 하더라도 교대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넉넉히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소독은 소독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부득이하게 다른 방법으로 소독을 해야 한다면 커다란 들통에 끓여서 소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구를 꺼낼 수 있는 뜰채나 롱 핀셋 등을 준비하도록 하며 소독된 기구를 보관, 이동할 수 있는 스테인레스 트레이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레진커버·엑스커베이터·큐렛 등은 별도의 카세트에 나누어 담아 보관하는 것이 편리하고, 레진 필링 키트는 별도의 정리 박스에 넣어 한꺼번에 이동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시간이 단축 된다.
 

역할분담의 중요성
현지에는 생각보다 활용할 수 있는 인원이 많다. 지역 설정 단계에서부터 접촉했던 현지 스탭, 또는 그야말로 현지인들조차 진료봉사의 일원이기를 자처한다. 진료 봉사팀에 대한 고마움, 존경심과 함께 자신도 ‘봉사자’로 일하는 것을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활용 가능한 현지 인원을 교육시켜 스탭으로 충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인원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아도 의사는 환자를 많이 보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이것을 잊지 말고 컨디션 조절을 하고,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사 본인이 사용해야 할 기구나 장비의 정리 외에 전기 배선, 장비의 설치, 대기환자 인솔 등의 일은 누군가에게 맡겨야 한다.
설명한 것 외에도 진료 봉사 현장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도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많은 준비 끝에 도착한 현장에서 삐걱거려 원하는 만큼의 진료봉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어떤 것보다 아쉬울 것이다. 진료 봉사 현장에서 조금 허술하다고 해서 자신을 비난하거나 위축되지는 말자.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겨 그 어느 팀에도 없는 시스템이 정착될 테니 말이다.

 

<장비와 체어 세팅의 적절한 배치도. 전기선 등에 걸려 넘어지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콘센트나 멀티탭의 위치를 고려해 장비와 체어를 배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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