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곳이면 ‘환자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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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직원이 즐겁게 일하는 곳이면 ‘환자도 만족’
  • 류재청 기자
  • 승인 2015.09.07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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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변했어도 ‘임상’은 기본

치과계, 변화의 분수령은 2000년 전과 후로 구분된다. 80~90년대가 ‘임상’과 ‘입소문’만으로도 운영에 문제가 없던 시절이라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영개념’이 접목돼 다양한 방법론들이 등장한 시기다. 임상 외에도 홍보와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가 됐고, 위치나 시설, 직원의 친절도 등이 치과 병의원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가 됐다.
58년,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미국유학 후 연세대 치대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지금은 ‘서울치과병원’ 병원장인 양정강 박사를 만나 ‘치과계’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 보았다.

 

 

과거와 달리,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학업을 마치고 개원하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정말 다른 세상이 됐습니다.
제가 개원할 때만해도 경영이나 운영이란 측면은 큰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제가 서울대 치과대학 58학번인데 그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치과대학은 서울대가 유일했습니다. 이후, 67년에 경희대 치대, 68년 연세대 치대가 생겼지만 치과의원이 별로 없었던 데다 환자는 많았던 시절인 만큼 개원만 하면 운영은 큰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70~80년대 얘기이고 멀리 보면 90년대까지도 그랬고요.

76년 연희동에 ‘양치과’ 개원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5년 정도 공부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연세대 치대에서 8년간 교수로 근무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개원을 한 게 76년이었는데 부친께 3백만원을 빌려 서울 연희동에 ‘양치과’를 개원했죠. 76년부터 2000년까지 꼬박 25년 간 개원의 생활을 했습니다.
요즘은 세련되고 멋진 이름들이 많지만, 당시엔 이름이나 성을붙여 작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광고, 홍보라는 것도 몰랐던 시절이었고, 홍보라고 해봐야 일간지에 조그맣게 ‘개업인사’라고 내던 게 전부였습니다. 입소문으로 시작해서 입소문으로 환자가 내원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한국경제가 한참 역동적으로 발전하던 시절이라 그 덕도 좀 봤습니다.
게다가 서울대 나와 미국에서 유학도 하고 거기서 석사학위도 받았고 연세대 치대에서 교수로도 있었으니까 요즘말로 스펙도 좋았죠. 당시만 해도 유학을 갔다 왔거나 석사학위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고 특히 임상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제가 아마 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환자가 참 많기는 했는데, 그 당시 ‘양치과’ 많이 벌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까요. 환자는 많았지만 실상은 그 정도로 소문 날 만큼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그 당시엔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직원도 고객, ‘직원 복지’에 최선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그 때는 실‘ 력 있다’는 입소문만으로도 운영이 됐는데, 지금처럼 마땅한 홍보수단도 없었고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대체로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임상실력은 당연한 것이고 따로 홍보도 해야하고 인테리어도 잘 해놔야 하고 직원에 대한 대우나 교육도 철저히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거죠. 예전에 비해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데요

특히나 ‘내부고객’에 대한 중요성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입장에서 보면 고객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환자를 일종의 ‘고객’으로(환자를 고객으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분류한다면 환자는 ‘외부고객’에 속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객이 있는데 바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내부고객’에 해당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또 다른 ‘고객’이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내부 직원들이 업무에 만족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환자들도 만족할 수 있다는 논리인거죠.
제가 병원장으로 있는 여기 서‘ 울치과병원’만해도 시스템이 아주 잘 돼 있습니다. 특히, 여직원이 많다보니 출산과 육아에 많은 투자와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보육시설을 만들어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보육시설의 경우는 치계에선 최초입니다. 아직까지 임신과 출산 문제로 퇴사한 경우는 한 명도 없습니다.
이밖에도 10분 단위로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가 하면, 정기성과급 연 2회 지급 외에도 보직에 따른 여러 수당이나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장기 근속자에겐 해외여행 경비도 지원하고 간식이나 직원 회식은 당연한 것이고요.

미국 치과계는 70년대 ‘경영개념’ 접목

의미 있는 얘기가 하나 있는데요.
미국 치과계에서는 이미 1970년대에 경영 마인드가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어느 교수를 한 분 만나 본인이 쓴 논문이라고 주기에 읽어보았는데,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읽어보니,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전문직 종사자들을 평가할 때 그의 전문성보다는 인품이나 이미지를 더 중요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는데 예를들어, 환자가 치과의사를 평가할 때 그의 전문성 즉, 임상능력이 주는 영향은 15%에 불과한 반면, 그의 인성이나 인품, 이미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85%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얘기인데, 몇 년 전, 어느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께서 의사들 모임에서 이 논문을 인용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논문인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회자되고 있고 또 통하는 얘기라는 겁니다.
결국 이 얘기는, 같은 임상결과라면 환자입장에서는 좀 더 쾌적하고 친절한 분위 속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어쩌면, 논문의 결론처럼 임상보다도 그런 외적인 서비스와 친절에 더 끌리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오랫동안 임상에 임했던 저로서는 전말이 바뀌는 것 같아 속상하기는 하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거죠.

세상 변했어도 가장 큰 덕목은 ‘임상’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임상’이 중요하고 그 것이 기본이 돼야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처음 개원을 하게 되면 주로 친지나 친척 등 지인들이 오게 되는데, 임상실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도 한 번 오고 안 오게 됩니다.
그리고 진료의 시작과 끝은 원장이 책임져야 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스텝이 설명하는 것 보다 같은 말이라도 원장에게서 듣기를 원합니다. 저희 병원에서도 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설명하고, 옆에서 같이 듣던 스텝이 환자가 나갈 때 한 번 더 설명을 해 줍니다. 저희 병원 자랑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당연한 얘기가 되는 거예요.
그냥 쉽게들 하는 얘기로 ‘꼼수를 쓰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정직한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는 시대’라고들 하는데, 그래도 정도를 걷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료에 임하고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진료 안하면 힘은 들어도 그래도 그래야 된다고 봐요. 힘들어도 ‘정도’를 걷는게 맞는거죠.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하고요.
‘사장’이 아니라, 당연히 의‘ 사’여야하고, ‘매출’이 아니라 ‘진료수익’이어야하고, ‘고객’이 아니라 ‘환자’여야 합니다. 우리의 일터는 병원이고 우리의 본분은 ‘치과의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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