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똑똑한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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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똑똑한 환자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3.07.0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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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는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치아에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아마도 목구멍 쪽에 염증이 생긴 것 같은데요. 이비인후과 쪽으로 가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어금니 쪽인 거 같아서 치과에도 온 겁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럼 역류성 식도염이 맞겠죠. 치아 문제는 아닙니다.”
“며칠 전 책을 읽었는데 프로이트가 구강암으로 엄청나게 고생하다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내용을 읽고 침을 삼킬 때마다 아픈 걸 느꼈어요. 저도 구강암이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과, 이비인후과 모두 들렀다가 치과로도 와 본 겁니다.”
“아, 네….

환자 병력을 찾아보니 이런저런 약을 많이 먹는다. 정신과 약물도 보였다. 환자는 의학적인 지식이 꽤 있어 보였다. 귀동냥으로 들었는지 공부를 직접 했는지 몰라도 내가 잘 모르는 약물 이름을 대면서 성분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먹는 약을 자랑하듯 열거했다. 똑똑한척하지만 의사로서는 똑똑한 게 아니라 의사 말을 잘 안 믿는 환자일 뿐이었다.
가끔 내과나 정형외과에 갔을 때 나도 의사라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의료 전문영어를 의사에게 하면서 질문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의사가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을까 싶다. 내가 의사에게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은 무의식적으로 내가 좀 그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잘 봐달라는 것 아니었을까? 지금 내 앞의 환자도 나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는 환자일 수도 있다. 그럼 의사가 봤을 때 정말 똑똑한 환자가 되는 방법은 없을까? 

환자라면 알아야 할 것
한국인의 암 사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이다.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유는 당연히 낮은 수가로 인한 의료 접근성이 높아서다. 이미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을 받았음에도 다시 이런저런 병원을 옮겨 다닐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접근성이다. 
낮은 수가로 접근성이 좋은 대신에 의사는 환자를 많이 봐야 한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진찰료가 현저히 낮은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상급병원이든 동네병원이든 운영비나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봐야 한다. 수가를 현실적으로 높이는 것은 요원하므로 최대한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다. 의사 500명에게 진료 전 환자가 알아 오면 가장 좋은 게 무엇인지 물었다(InterMD, 2023). 300명이 ‘병력’이라고 답했다. 질환은 코스가 있으므로 병력 청취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267명은 ‘약 복용 이력’을 꼽았다. 당연히 약물 복용 이력은 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다. 많은 의사가 이외에도 ‘증상 시작일’, ‘가족력’ 등을 꼭 얘기해 줘야 할 항목으로 꼽았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치과 질환에 대한 병력, 전신질환 유무, 보철물 시기, 약물 부작용, 치과 치료의 어려움 경험 등 미리 잘 알아두면 시간을 줄이면서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많은 의사가 짧은 진료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요인들로 ‘환자의 애매한 표현’, ‘통증에 대한 과장’, ‘비용에 대한 질문’, ‘식단, 약, 건강·기능식 등의 추천 요구’ 등을 꼽았다.
환자들이 싫어하는 의사의 유형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말이 없는 의사, 말을 잘 듣지 않는 의사, 권위적인 의사, 설명 없이 특정 수술·시술을 강요하는 의사 등. 마찬가지로 의사도 선호하지 않는 환자가 있다. 조사에 의하면 ‘동의 없이 녹음하는 환자’,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로 반박하는 환자’,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환자’, ‘자신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환자’ 등이다.

효율적인 진료시간
낮은 의료수가는 의사들이 환자를 오래 볼 수 없는 근원적 악으로 고착된 듯하다. 그렇다고 당장 의사가 원하는 현실적인 수가가 될 일은 만무하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진료시간을 위해서 환자는 똑똑해져야 한다. 
위에 열거한 의사가 선호하지 않는 환자의 유형이 되지 않는 것도 의사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 필요하다. 시간을 축내는 허비되는 시간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가 똑똑해지는 것만으로 해결될까? 의사는 이미 똑똑한 걸까? 의료 서비스는 질과 안전함이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의 적절한 시간 내에 서로가 적극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위 내용을 토대로 효율적인 진료를 위한 의사와 환자의 태도를 정리해 보자.

의사의 태도  
1. 적시성: 의사는 환자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빨리 치료가 시작되도록 신속하고 시기적절한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
2. 효과적인 의사소통: 의사는 환자와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여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우려 사항을 해결하고 투약 또는 후속 치료에 필요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3. 능동적 접근: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능동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검사를 신속하게 지시하고, 치료 결과를 최적화하기 위해 증거 기반 결정을 내려야 한다.
4. 협력적 사고방식: 의사는 치료를 간소화하고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의료 전문가와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5. 효율적인 자원 활용: 의사는 진단 장비, 의료진 등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불필요한 지연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환자의 태도  
1. 능동적 참여: 환자는 정확하고 상세한 병력을 제공하고, 처방된 약물을 준수하고, 생활 습관 변화 또는 자기 관리에 대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 준수: 환자는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치료 지연을 피하기 위해 후속 방문 및 필요한 검사 또는 절차를 포함하여 예정된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3. 열린 의사소통: 환자는 자신의 증상, 우려 사항 및 상태 변화를 의사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는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고 필요에 따라 치료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4. 신뢰와 존중: 환자는 의사의 전문 지식을 신뢰하고 권장 사항을 존중해야 한다. 
    신뢰하는 의사-환자 관계를 구축하면 효과적인 협업을 촉진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5. 자기 관리 및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환자는 균형 잡힌 식단 유지, 규칙적인 신체 활동 참여 및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건강한 습관을 채택하여 전반적인 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것은 더 빠른 회복과 더 나은 치료 결과에 기여할 수 있다.

정리하니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뻔하고 간단한 것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쉽게 정리된 내용을 토대로 의사와 환자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 짧은 진료시간 안에도 효율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의료수가가 낮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와 사회가 의료수가를 인상하고, 의료 인력과 시설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의료 품질과 안전을 감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도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뻔뻔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 개개인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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