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탐방] ‘정확한 진단이 진료의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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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탐방] ‘정확한 진단이 진료의 반이다’
  • 신용숙 기자
  • 승인 2008.05.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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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사진 속 ‘숨은병소찾기’...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

집을 지을 때 지붕부터 만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터를 다지고 주춧돌을 놓은 다음 기둥을 세우고, 비로소 그 위에 지붕을 얹는다. 치과 진료 역시 마찬가지. 먼저 질환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선행된 후, 치료계획을 세워 진료를 시작한다. 집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삼풍백화점과 같은 붕괴로 이어지듯, 같은 이치로 진단이 정확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만족스런 결과를 선물할 수 없다. ‘정확한 진단은 진료의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구강악안면방사선학이지만, 소위 비인기 학과라는 이유로 젊은 피의 수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을 찾아가, 그들이 들려주는 진단의 중요성과 다양한 활동들, 그리고 제도적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계절을 잊은 채 한동안 이어지던 고온현상을 나무라듯, 대구가 가까워지자 하나 둘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대구’ 하면 살인적인 더위부터 떠올리는 연상작용 탓에, 안도감이 찾아들 정도였다. 걷기 좋을 만큼 내리는 보슬비, 낯선 곳, 낯선 사람, 그리고 낯선 사람들과 나눌 짧지만 기억에 남을 이야기 등이 한데 뒤섞여 묘한 설렘을 자아냈다.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주임교수 최갑식 · 이하 방사선학교실)은 생각보다 단출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최갑식, 안창현 2인의 교수와 안서영 전공의가 전부. 비록 소수 인원이지만,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은 남들 못지않았다.


 
시작은 미미하나 열정과 저력은 뛰어나

방사선학교실은 1982년 12월, 치과가 8개 과로 분과되면서 비로소 탄생되었다. 무엇이든 자리를 잡기까지는 어려움도 많고 일도 많은 법. 방사선학교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초창기만 해도 방사선학교실은 전임교수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의들의 학술 논문 작성과 학술대회 참가 및 서울대학교로의 파견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교실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교실 출신 최갑식 교수가 부임한 것은 1990년 봄. 1985년 부임했던 최순철 교수가 1989년 서울대학교로 적을 옮긴 이듬해였다. 그리고 2003년 안창현 교수가 부임하면서 최 교수와 함께 방사선학교실, 더 나아가 구강악안면방사선학(이하 방사선학)의 발전을 위해 안팎에서 노력을 쏟고 있다.
특히 대한구강악안면방사선학회 수련이사를 맡고 있는 안 교수는 임상과 강의 외에도, 교과서 개정 및 학술용어 표준화 작업 등 많은 일에 관여하고 있어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교실원들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아버지’, 최갑식 주임교수.


   
‘숨은’ 원인을 찾는 데 중추적 역할 담당

방사선학교실은 타 과와 구별되게,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빈도수가 미미하다. 그 대신 환자의 ‘방사선사진’을 보고 의학영상학적으로 판독하고 진단한다. 이렇듯 진료 전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내는 일을 담당하는 방사선학교실은 모든 치료의 기초요, 중심이라 할 만하다. 진단의 정확도에 따라 치료 결과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과의 특성상 타 과와의 협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초진시 환자들은 방사선사진 촬영을 하게 되는데, 특히 파노라마방사선사진의 경우 치아와 주위 조직의 질환뿐 아니라 안구 일부, 하악 전체 등 넓은 부위를 관찰할 수 있어 치료에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해준다. 때문에 임상적 검사로도 좀체 드러나지 않는 ‘숨은 원인’을 찾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구강악안면외과와의 활발한 협진은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이다. 매주 구강악안면외과와 OP conference를 통해 술 전 질병의 진단·범위·양상·예후 등에 대한 토론과, 술 후 환자 상태 및 수술 결과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구강병리과와도 연계하여 한달에 한 번 심도 있는 진단 및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치과용 전산화단층촬영장치 ‘CB MercuRay’도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 도입한 장치다. 이로써 악골의 넓은 부위에 대한 3차원 입체 영상을 획득, 질환의 3차원적 평가가 가능해진 셈이다. 이와 관련 안 교수는 “임플란트 식립, 악교정환자 분석, 악안면부의 골절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진단과 치료계획수립에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촬영 모드를 통해 환자에게 최소한의 노출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CBCT의 장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안 교수는 “악골의 여러 질환들 중 골수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외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의국 세미나에서, 최신 증례들에 대한 토론과 그때그때 선정한 저널을 발표하는 등 교실원들과 함께 방사선사진 속 수수께끼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수’라는 직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권위적이지 않았던 안창현 교수.

 

‘한솥밥 먹는 한 식구’ 마인드, 결속력 강화

앞서 밝혔듯 방사선학교실은 교수와 전공의 모두 합해 3명이다. ‘한 식구’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풍긴 것도 이렇듯 적은 인원 때문일 터.
안 교수는 “수가 적은 만큼 응집력이 좋다”며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가 방사선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이 같은 돈독한 유대관계가 한몫을 했다고 한다.

졸업생들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다. 때문에 신년회, 야유회, 개강·종강 모임 등을 통해 동문들 간 ‘난류 형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동문들의 참여율도 높다고 하니, 모임이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모여라’ 한다고 해서 모이는 것도 아닌데, 그들만의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친목 성격의 모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학술 모임은 부재하지만, 개별적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네트워크커뮤니티와 이메일 등을 통해 진료시 맞닥뜨리는 고민거리를 함께 이야기하고 정보도 공유한다. 이 또한 친밀함에서 연유한 것이리라.    

 

지난 3월 대한구강악안면방사선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가한 교실원과 동문들.

 

방사선학 전공의의 역할 확대 기대

많은 치과의사들이 진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선학의 지원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국 치과대학을 통틀어 전공의가 3명이라는 사실만 봐도 방사선학의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을 터.
이와 관련 안 교수는 “학문이 발전하려면 인력 수급이 필수”라고 입을 열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판독 능력을 갖춘 전공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문제되고 있는 인력과잉배출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인력편중배출”이라며 “제도적인 부분에서 개선책이 도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전공자의 방사선 촬영 및 판독과 관련해서도 안 교수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비전공자가 CT 촬영을 할 경우 방사선 방출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반드시 방사선사와 같은 전문인력이 전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CT 판독 역시 쉽지 않은 방사선학 진단분야이기 때문에 전공자가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전문적인 테크닉 없이 다루는 것도 문제지만 치과 홍보를 위해 장치만 들여놓은 채 방치하는 것도 문제라고 날카롭게 꼬집기도 했다.

방사선학의 미래와 관련해 안 교수는 “디지털방사선학과 치과용 CT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환자에게 적은 방사선 노출, 술자에게는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들의 지원 기피 현상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시됨에 따라 질환의 방사선학적 진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방사선학의 미래를 밝게 점쳤다. 그런 만큼 방사선학 전문의와 전공자의 역할이 ‘중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여, 현 상황에 대한 학자로서의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경북대학교 치과대학은 오는 8월 치과병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까지 메디컬에 소속되어 있었던 치과병원이 독립법인으로 분리되면서, 진료효율은 물론 치의학의 발전도 함께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 Mini Interview>

안서영 전공의

“교실 제1호 전문의 후보”

안서영 전공의는 내년에 시험을 앞둔 방사선학교실 제1호 전문의 후보다. 인턴 시절 방사선 사진을 판독하면서 “숨은그림찾기처럼 재미있었다”는 그녀는, 그때 경험이 전공 선택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소수 구성원으로 꾸려진 교실 특성상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레 연출되기 마련. 그녀는 “공부도 배우고 공부 외 인생에 대해서도 조언해주는 다정한 교수님들”이라며 사제지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넌지시 자랑하기도 했다.

앳된 얼굴과 달리, 안 전공의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 때문에 사실 시간적·심리적 여유를 누릴 만한 여건은 못 된다. 그러나 그녀는 차후 여유가 생기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볼 생각을 드러내, 일과 가정 양쪽 모두에 충실할 뜻을 나타내 보였다.  

수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안 전공의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방사선학은 물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고 싶다는 그녀.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에 남아 교직에 몸담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레 밝혀, 그녀가 만들어갈 미래의 모습이 눈앞에 설핏 그려지기도 했다. 

 


경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 추천 상품

임상가를 위한 도해 구강악안면방사선학

이 책은 각각의 질환이 어떤 병적 과정을 거쳐 어떤 방사선사진 상을 보이는지, 증례를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개개 질환의 본태, 특이 임상 소견, 방사선사진 소견을 요약하고 증례별 방사선사진과 사진을 트레이싱하여 제시하고 간략하게 설명함으로써 증례별 방사선사진의 특징적인 소견과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저자 : 이상래, 최순철, 고광준, 황의환, 최용석
· 출판사 : 군자출판사
· 정가 : 7만원

 

Oral Radiology

미국UCLA의 White 교수와 캐나다 Toronto 대학의 Pharoah 교수가 저술한 본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구강악안면방사선학 분야의 교과서다. 방사선 물리학과 방사선 생물학, 그리고 임플란트학까지 최신 지식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악안면영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질환을 중심으로 개괄적 설명과 방사선사진 및 해설이 첨부된 서적이다.

· 저자 : White 외
· 출판사 : Mosby
· 정가 : 12만 300원


Panoramic Radiology

본서는 파노라마방사선사진술의 소개, 판독 원리 및 최근 디지털 파노라마방사선술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분야별로 구강악안면 영역에서 발생하는 병소들에 대한 방사선사진 양상을 기술하고 있다. 주요 병소의 대표적인 파노라마방사선사진이 다양하게 첨부되어 있어 감별진단에 유용하다. 파노라마방사선사진 외 여러 가지 구외방사선촬영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 저자 : Farman
· 출판사 : Springer-Verlag
· 정가 : 2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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