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톡] 이제는 후배들이 빛날 수 있게끔 조력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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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톡] 이제는 후배들이 빛날 수 있게끔 조력하고파
  • 신용숙 기자
  • 승인 2009.11.06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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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르치과병원 박광범 대표원장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그,
이제는 후배들이 빛날 수 있게끔 조력하고파

 

 

국내 임플란트 임상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임플란트 강국에 걸맞게 평균 수준 역시 어느 정도 표준화를 이루었다고 봐도 좋다.
이에 반해 연조직(soft tissue)에 대한 이해와 처지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책이 바로 『Bone, Soft Tissue&Implant Systems II-Soft Tissue(이하 Soft Tissue)』다.
이하에서는 공동저자로 참여한 박광범 대표원장(대구미르치과병원)의 입을 통해 책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대구미르치과병원 박광범 원장


치주를 전공했는데 치주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치주는 기초과학뿐 아니라 보철, 교합 등을 배울 수 있는 과다. 학생 시절의 단견으로 ‘치주를 전공하면 치의학에 대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던 만큼 공부에 대한 욕심도 남달라서 깊이는 둘째치고 여러 가지를 접해보고 싶었다. 공부가 취미라고 하면 싫은 소리를 듣겠지만 솔직히 말해 ‘공부 체질’인 것 같다.

 

이십년 넘게 치과 의사로 생활해오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치주과는 치주염 치료에만 머물렀던 면이 없잖았다. 그 때문인지 학생들에게 그리 각광받는 과가 아니었다.
그런데 임플란트가 대중화되면서 치주과의 인기도 동반 상승했고, 여러 환자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가 스승이란 말이 있는데, 나 역시 이에 동감하는 바가 크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환자가 치료 후 잘 먹고 잘 씹는다며 고마움을 전할 때, 그리고 사후관리를 매우 잘 해서 건강한 구상 상태로 내원했을 때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울 정도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런 경험들은 치과의사인 내게 질문과 고민을 던져주는 중요한 스승이라 할 만하다.

가장 애착 가는 책으로 『Soft Tissue』를 꼽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내 손길이 머문 모든 책들이 자식 같긴 하지만, 그 중에서 한 권을 꼽으라면 『Soft Tissue』를 꼽고 싶다. 치주 전공자다 보니 아무래도『Bone』보다 『Soft Tissue』쪽으로 팔이 굽는 모양이다.
『Soft Tissue』는 Thomas J.Han 교수, 문익상 교수, 류경호 원장,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이 참여해 내놓은 책이다. 1년 반 정도 걸려 만들었는데 미국 Thomas J.Han 교수와 한 집에서 합숙(?)하면서 완성했다.
책에 수록된 증례들은 대부분 Thomas J.Han 교수의 것으로 구성되었다. 기본적인 이론과 배경보다는 경험에서 얻은 사례별 노하우를 중심으로 엮었기 때문에 연조직에 대한 이해가 적은 비전공자 임상의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스에 따라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임상적 테크닉을 제시한 책인 만큼, 독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넘겨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나는 “임상은 반드시 과학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머리로 쓴 게 아니라 손으로 쓴 책이고, 다시 말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조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이다.

 


   
Thomas J.Han 교수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UCLA 소속 Thomas J.Han 교수는 미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생으로, 내게 많은 가르침과 영향을 준 인생의 멘토다.
Thomas J.Han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치주과 수련의 시절이었다. 1년차였던 나는 Thomas J.Han 교수의 강의를 듣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치의학을 향한 그 분의 열정과 지식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내가 본받아야 할 분이 바로 저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러다가 1998년 처음으로 책을 출간하면서 “선생님이 제 인생의 선배였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Thomas J.Han 교수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Thomas J.Han 교수는 가슴은 한국 사람이고 머리는 미국 사람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인 분일지도 모른다. 『Soft Tissue』를 엮는 1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배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 분이 아버지라면, 치과의사로서의 삶에 큰 가르침을 준 분은 바로 Thomas J.Han 교수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환자들을 진료해온 만큼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많을 것이다. 한 마디 부탁드린다.
작년부터 시작된 불황의 여파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이런 때일수록 내실을 다지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너무 의기소침해할 필요도 없다. 고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나쁜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을 가진 민족인 만큼 이번 고비도 잘 넘기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그 많지 않은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많이 빼앗아가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후배들에게 사랑스런 눈길을 보낼 줄 아는 걸 보면 쉰이라는 나이가 새삼 실감나기도 한다. 아버지 나이가 되어 후배들을 보니 삶이 또 다르게 다가온다. 
이제까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내가 더 돋보이기 위해 열심히 일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일보다는 후배들, 후학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내 여력이 닿는 한 후배들이 좀더 빛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줄 계획이다.
그 후배들이 나를 뛰어넘어 말 그대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평을 듣는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도 없을 것이다.

박광범 원장이 권하는 이 한 편의 영화
아버지의 역할을 새삼 되새기게 한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는 박광범 원장에게 아버지의 역할이 어떤 것이며, 삶에 있어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영화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반유태정책이 팽배하던 때를 배경으로 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암울한 현실을 역설적이게도 코믹하게 그린 드라마로 유명하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혼돈이 가득한 세상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재치와 사랑이 돋보이는 영화예요. 이 영화를 통해 저는 제 아버지가 보내준 사랑에 대해 새삼 되새기게 됐으며 또 제 자식들에게도 그런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죠.”
특히 박 원장은 외람된 얘기가 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후 ”작금의 혼란스런 치과계 상황 속에서 영화에서처럼 그런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일정부분 담당하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은 있다는 것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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