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톡] 치아, 인간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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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톡] 치아, 인간 그리고 삶에 관한 이야기
  • 성지은 기자
  • 승인 2015.02.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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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인문학」 저자 한상국 원장

“구멍 뚫린 하늘색 헝겊이 나를 덮는다. 그 하늘 위로 그려지는 아직 선명한 얼굴. 이 와중에 떠오르는 너는 도대체 뭐니”라고 묻는 윤종신의 <치과에서> 노랫말을 듣고 환자입장에서 느낀 치과의 모습이어서 어디에선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는, 마치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들렸다는 한상국 원장. 그는 지난 연말 출간한 <치아 인문학>을 통해 언제부턴가 실용적이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앞만 달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권위주의에 찌들어 있는 치의학에 결여된 인문학적인 사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지난 이야기들을 찾길 바라며 자신의 스노비즘의 한 켠이 이 책이라 칭하며.

취재 | 성지은 기자 denfoline@denfoline.co.kr

 

Q. 동경 와세다대 문학부를 졸업 후 치과대학을 졸업, 중국 남경 소재 치과에서 근무 중인데
제가 처음 일본유학을 갔던 것은 1980년대입니다. 원래는 중국문화에 관심이 많아 중국으로 가고 싶었으나 당시는 우리나라와 국교수립 이전이라 중국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택한 것이 일본입니다. 아무튼 일본 문학부는 문학은 물론 심리학에서부터 사회학, 철학, 사학, 심지어 연극학까지 다 포괄하는 학부이구요. 지금은 관심이 많던 중국에서 치과의사로 외화벌이(?)에 열중하고 있네요.

Q. 치의학과 인문학을 결합한 시도도 이력만큼 독특한데
사실 저도 책의 타이틀을 <치아인문학>이라고 하는데 주저했죠. 요즘 인문학이 트렌드처럼 이곳저곳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데 마치 시류에 영합하는 듯해서요. 그런데 인문학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느 학문의 한 분야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을 다른 말로 풀어쓰자면 이는 자연과학, 즉 이과 분야에 대한 대개념으로서 문과쪽 학문이라는 정도입니다. 치의학은 치아가 인간에게 주는 기계적인 기능 및 작용에 대해서 다루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치아인문학은 인간의 문화 안에서 다루어지는 치아의 모습 및 치아의 위상, <치아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인은 무형의 것보다는 유형의 것을, 오래된 것보다는 새 것을, 안에 담긴 것보다 밖에 드러난 것을, 실용적이지 않은 것보다 실용적인 것들을 좋아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인지상정이겠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죠. 저는 사실 오래된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컨대 틀니를 잘 제작하기 위해서는 인상이 중요하다느니, 크라운 제작 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의 이야기가 아닌 <어머니와 틀니>나, <치아와 까치>, <유명인의 치아> 등의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Q. 오래되고 다양한 자료를 많이도 모았다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참고서적으로 하고 싶은 책들의 절판, 책의 특성상 많이 필요했던 사진 자료의 입수 자체와 정말 긴요한 사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저작권 문제로 책에 실을 수 없는 등 난관이 많았죠. 그래서 나름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해서 일본이며 중국을 드나들며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치과의사회의 오오노(大野) 선생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한국치의학사>의 저자 故기창덕(奇昌 德) 박사가 이규보(李奎報)의 우치통(又齒痛:다시 이가 아파서)이라는 시를 찾았을 때 흥분으로 며칠 밤을 설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저 역시 다산(茶山)의 송파수작(松坡酬酢)이라는 시 중에 치통으로 고생하다가 오히려 치아가 다 빠져버리고 난 다음 기분을 읊은 한 구를 찾았을 때, 부처님의 치아(불치/佛齒), 또는 불아(佛牙)에 대한 자료 등을 손에 넣었을 때는 흥분이 남달랐죠.

감히 그 분을 비유하여 이런 마음을 토로하는 것도 외람됩니다만. 또 구한말 관리였던 김귀수란 자가 치통으로 고생을 하다가 귀에다 끓는 피마자기름을 붓는 치료법을 듣고 이 치료법을 시행했다는 자료들을 얻었을 때도 이런 황당무계한 치료법이 동의보감에 어엿하게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 전까지도 북한에서는 귀에다 무즙을 부어 치통을 치료하는 방법까지 실시됐다는 자료를 접했을 때도 충격이었죠.
 

Q. 현재의 중국·일본 치과업계는?
중국은 역시 대국답게 개방적이에요.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들어와 진료를 하고 있죠. 기공분야도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오는 기공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기공소를 공장이라고 부르는데 직원 수가 몇백 명에서 심지어는 몇천 명 단위의 대형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죠. 이런 일견 난맥상처럼 보이는 중국 치과업계는 무궁무진한 거대한 시장입니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상 이 정도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일본의 치과업계의 사정에 대해서는 저와 같이 근무하는 일본 치과의사 면허자를 통해 들은 바로는 치과 분야는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수요보다 공급 과잉으로인한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경향은 입시에서부터 나타나는데 많은 사립 치과대학이 입시단계에서부터 정원미달이죠. 게다가 국시 합격률이 50% 미만인 대학들도 속출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일종의 국시를 통한 수급조절을 하는 셈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죠. 한편 기공 업계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안정적입니다. 기공분야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덴포라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책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에서말한 故기창덕 박사의 <한국치과의학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기창덕 박사가 14년이라는 각고의 세월을 통하여 이 세상에 내놓은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치과의사 2천여 명이 모인학회에서 단 두 권이 팔렸다는 진기록(?)을 세운 일화가 전합니다.

사실 <치아 인문학>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리라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지금처럼 덴포라인을 꾸준히 아껴주시는 마음으로 덴포라인과 여러 책들을 아껴주시면…. 너무 일방적인가요(웃음)?

현재 인류의 문화 속에서 보이는 치통과 인간관계, 특히 치통의 치료과정을 더듬는 <치통의 문화사>를 탈고 중입니다. 그리고 동물의 진화단계에 따른 이빨의 진화과정을 더듬는 <이빨 연대기>와 진화 과정 중에서 유인원이 나타난 이후 치아의 진화와 변화 과정을 그린 <치아 연대기>를 집필 중인데 잘 마무리하고 싶네요. 특히 <치통의 문화사>는 출판사를 만나서 책을 출판하는 것이 올해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덴포라인 애독자 중에 좋은 정보나 사진 등을 가지고 계시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  저자 한상국동경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졸업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교 졸업현 중국 남경(南京) 소재 치과에서 근무E·mail: straoflotus@naver.com역서 및 저서 ,
▲ 저자 한상국동경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졸업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교 졸업현 중국 남경(南京) 소재 치과에서 근무E·mail: straoflotus@naver.com역서 및 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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