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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그 미술관과 백남준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⑭
권호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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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04  09: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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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그(Strasbourg)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 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국경에 위치한 특성상 예로부터 교역 중심지로 발달하여 많은 부를 축적한 곳이기도 합니다. 도시 전체가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인류유산으로도 지정되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그에 아주 아름다운 현대 미술관이 있습니다. 변방 도시라 할 수 있는 작은 마을에 이처럼 멋진 미술관이 들어선 것을 보면, 예술에 대한 스트라스부르그 시민들의 예술 사랑과 그 자부심이 얼마
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스트라스부르그 현대미술관은 1998년에 건립된 미술관으로 1층은 1950년 이전의 작품을 전시하고, 2층은 50년대 이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2층에 올라가면 전면에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 설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먼 프랑스 도시에서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대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내년이면(이 글이 작성된 2015년 시점) 백남준 작가가 영면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주년을 즈음하여 국내외에서 백남준 작가를 재조명하고 평가하는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남준 작가는 한국이 배출한 최초의 세계적인 예술가입니다. 백남준 작가는 가족들이 일본으로 이주하는 바람에 홍콩과 일본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일본 도쿄대학에서는 음악사를 전공하고 학위 논문은 현대음악의 거장 쇤베르크에 대하여 썼습니다. 그 후 독일에 유학 가서는 현대 음악의 이단아 존 케이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존 케이지는 ‘4분 33초’라는 피아노곡을 작곡한 작곡자로 유명합니다. 4분 33초를 초로 계산하면 273초인데 모든 원자가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절대온도인 마이너스 273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즉 모든 전통적인 음악이론과 작곡기법을 거부하는 절대적인 자유정신을 의미합니다. 이 곡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는데 4분 33초간 피아노 앞에 침묵하고 앉아 있다가 내려오면 됩니다. 존 케이지는 연주자가 4분 33초간 침묵하고 있는 동안 들리는 객석의 기침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모두가 음악이라고 주장합니다. 마치 “모든 생활용품은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뒤샹의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백남준 작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음악 스승인 존 케이지를 기리기 위한 공연으로 피아노를 도끼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뉴욕으로 이주한 백남준 작가는 영상을 이용한 예술 작업을 합니다.
1984년 1월 1일 공연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조지 오웰이 1949년에 쓴 소설 <1984년>을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조지 오웰은 영상통신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을 통제하는 빅 브라더가 출현하여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가 된다는 암울한 주장을 하였습니다. 백남준은 정보통신 발달이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사람과 국가 간에 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정보고속도로를 만들어서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을 하였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사이버 세상이 도래한 것을 보면 백남준 작가의 예측은 정확히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실제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파리
퐁피두센터와 뉴욕을 연결하는 대륙 간 영상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이 주장하는 예술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세계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이 공연으로 백남준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백남준 선생의 일생은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행위입니다. 인생 후반기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그의 행동이 해탈한 선승들의 모습과 비슷했다고 합니다. 13년 전 뉴욕식당에서 백남준 작가를 우연히 뵌 적이 있습니다. 당시 뇌졸중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었습니다. 예술가 이전에 해탈한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입니다. 용인에 백남준 미술관이 있습니다. 열심히 만든 미술관인데 예산 부족 탓인지 2%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용인에 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 들려보기를 권합니다. 2015년 6월 16일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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