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⑯ 오랑주리 미술관과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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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⑯ 오랑주리 미술관과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 덴포라인
  • 승인 2020.0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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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 미술관은 루브르궁의 튈르리 정원의 오렌지 나무 온실을 개조한 미술관입니다. ‘오랑주리’란 오렌지 온실을 뜻합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템즈강 건너편 튈르리 공원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은 잘 방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인 모네의 작품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모네의 수련 연작이 전시된 오랑주리 미술관 방문을 추천합니다. 수련을 보면 왜‘인상파’란 명칭을 붙었는지 쉽게 이해됩니다.
인상파는 파리 살롱전에서 탈락한 작가들이 개최한 전시회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파리 화단을 지배하던 아카데미즘에 반발한 일군의 전위적 작가들이 대거 이 전시회에 참가합니다. 이들 중 대표적인 화가가 모네입니다. 모네는 물체 본래의 색을 쓰지 않고 자신이 본 사물의 느낌에 따라 색을 사용하였습니다. 모네는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의 색깔은 본래의 색이 아니고 빛의 반사에 의해 눈에서 인식된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네는 영국에 있을 때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어 터너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러한 생각 역시 터너의 영향입니다. 모네의 이러한 생각을 잘 표현한 <해돋이>는 특히 평론가들의 집중적인 악평을 받았는데, 이들은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상을 그렸다는 조롱의 의미로 ‘인상파’란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인상파란 명칭은 후에 이들 유파학의 명칭이 됩니다.
수련 연작은 모네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오랑주리 미술관 1층은 온전히 모네의 수련 연작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두개의 큰 타원형 홀에 8점의 수련 연작이 전시돼 있는데 우선 홀에 들어가면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 큰 그림에 압도됩니다. 이러한 대작을 연작으로 그리려면 수만 번의 붓질을 하였으리라고 추측이 됩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온실을 개조한 덕분에 채광이 아주 좋아 빛을 중시한 모네 작품과 잘 어울리는 전시 공간입니다.
클로드 모네는 일본 풍속화인 ‘우키요에’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포장지로 쓰인 이 판화 그림은 당시로는 일본의 B급 문화의 일종입니다. 모네는 일본풍을 좋아해 집에 일본 정원과 연못을 만들고 우키요에 그림도 많이 수집하였습니다. <수련연작>도 자신의 집인 지베르니정원 연못에 핀 수련을 그린 작품입니다. 우키요에는 회화뿐 만 아니라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현대 음악의 시조인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바다>라는 곡도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19세기 일본의 하급문화가 프랑스 음악과 회화에 영향 준 것을 보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사실 문화에는 우열이 없습니다. 프랑스 유명한 인류학자이자 구조주의 철학자인 레비스트로스는 문화에는 우열이 없고, 단지 차이만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혁신은 중심부인 주류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변방에 있는 비주류에 의해서 주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랑스 인상파도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던 변방의 비주류였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프랑스 화단의 주류로 자리매김합니다.
대서양 노르망디 해안 인근에 있는 에트라타(Etretat) 해변도 모네가 영감을 받은 곳이라고 합니다. 석회암 지형인 이곳은 침식된 석회암 절벽이 마치 코끼리를 연상시키는 풍광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해변입니다. 많은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 풍광을 그렸고 모네도 이 해변의 모습을 그림으로 여러 작품 남겼습니다. 해의 위치에 따라 바다의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왜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이 바다의 색깔을 다양하게 그렸는지 이해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해변에서 2차 대전 때 격렬한 상륙작전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많은 청년들이 꿈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 갔다는 것이 상상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대서양의 낙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2015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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