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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공감(患者共感)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④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denfoline@denfo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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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2  1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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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의료 현장에서 인문학적 요소를 접목하고자 하는 목적을 물어본다면 많은 의료인들이 ‘환자공감(患者共感)’이라고 얘기한다. 좀 더 공감을 잘하고 또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람관계’를 중요시하는 인문학에 대한 지식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공감이라는 말은 근대에 들어서 잘못 정의된 단어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의료현장에서 ‘진짜공감’은 불가능하다고 맥너튼(Macnaughton)은 비판한다. 둘 사이의 관계는 전문가적이며 보통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감을 느낄 깊이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동감(同感), 즉 ‘환자에게 거리를 둔 감정 느끼기’, ‘반응하려는 욕구’가 전부라는 얘기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자신이 정말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고 사실 비현실적이다. 환자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그 느낌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겠는가.
많은 의료인들이 ‘환자공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직은 ‘Case report’에 관심이 많다. 치료의 결과가 빠르게 보이는 드라마틱한 치료결과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환자공감 능력보다는 뛰어난 의술이 더 직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의료계에서도 여전히 나타난다. 장기간
에 걸친 환자의 예후를 위한 인문학의 필요성보다는 단기간의 치료술식과 재료 등에 가지는 관심이 더 합리적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심지어는 ‘환자공감’ 따위는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의사가 그들의 환자에게 더 많은 공감을 보일 경우에 당뇨병을 진단 받은 환자의 조기사망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의사의 공감능력이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조사하기 위해 영국에 있는 49개 병원, 867명의 환자들을 추적 관찰하였다. 그 결과,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후 첫 1년간 의사의 공감을 경험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향후 10년 동안 40~50% 정도의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
“우리의 연구는 당뇨병의 초기 치료에 있어서 이러한 인간적인 요소가 환자들의 장기간 치료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치료는 어떤 부작용이나 실패 없이, 약물치료와 거의 동등할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캠브리지의 Hajira Dambha-Miller 박사는 말한다.
출처: https://medicalxpress.com/news/2019-07-patientsempathic-gp-early-death.html

위의 예처럼 환자공감이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의료진들의 공감능력이 치료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적어도 의료인들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환자가 인지해야 하는 공감
위 치료결과에 의료진의 공감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서 공감의 주체가 중요하다. 즉 의료진이 ‘나는 환자에게 공감한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환자 생각에 ‘의사가 내게 공감한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아무리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환자에게 공감능력을 어필해도 환자가 느끼지 못하는 공감은 치료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공감이라는 단어보다는 ‘연민’이 더 현실적인 단어인 것 같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공감은 “인격을 성찰 대상에 투사해 완전히 이해하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연민은 “타인의 고통이나 불행에 의해 발생한 다정함의 감정으로, 위로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킴”이라고 정의된다.
   
 
사전적인 의미로만 본다면 의사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태도는 연민이 맞다. 어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연민도 ‘우월함을 아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어떤 단어냐의 선택이 중요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일리아드』에서 호메로스가 설명하고 있는 연민이다. 즉 “머리와 심장이 결합되어 다른 사람 입장에 잠시 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환자의 상태를 머리로 인지하는 것은 의학지식이 많은 의사에게는 어렵지 않다. 심장으로 계속 느끼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 느낌으로 ‘잠시 서 볼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정도만으로도 환자는 ‘공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감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공감의 시작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
한 통계에 의하면 평균적으로 ‘환자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18초 이내에 의사가 끼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들은 환자와의 상담 시 여전히 개방형 질문보다는 폐쇄형 질문을 던지는 경향이 강하다. 환자와 오래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의사에게 어떤 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거기에 더해 자신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의학적인 용어를 사용한다면 대화는 더욱 일방적이 되어버리고 치료는 진행되더라도 환자의 마음은 닫히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메커니즘은 추론적 사고가 필요한 인지적 과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신경과학자들은 거울뉴런(Mirror neurons)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자동적으로 모사하며, 더 나아가 공감한다고 정의한다. 그래서 상대의 원하는 바를 거울처럼 반영해서 반응을 보이고 공감하는 방법을 ‘미러링(Mirroring)’이라고 부른다. 케빈 호건(Kevin Hogan)은 미러링이 공감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이를 위해서 생리현상, 동작, 전략, 가치관 및 신념, 신분 등의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지역사회 임상의로서 이런 미러링을 새롭게 시도해서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실천을 위해서는 어차피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에서 접근해야 한다.
치과에서 환자와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환자의 언어와 유사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환자의 말하는 자세와 말할 때의 어휘, 리듬, 속도, 패턴을 주의해서 관찰해 보자. 모두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시각, 청각, 촉각에 의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이 세 가지가 비슷하기 보다는 어느 한 가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흔히 ‘그래 보이네요’라고 말하는 시각적인 사람은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듣기보다 말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잘 믿지 않는다. ‘그렇게 들리네요’라고 말하는 청각적인 사람은 말하는 속도가 느리고 말 수가 적은 대신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느낌이 와요’라고 말하는 촉각적인 사람은 직접 만지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고 말이 느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잘 들어주어야 한다.
눈높이 대화, 미러링을 진료실에 실천하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환자공감을 위해서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배려다. 환자공감을 얻게 되면 치료의 예후도 좋고 당연히 의사들의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실천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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