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⑲ 프랑스 와인과 피카소, 그리고 이우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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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⑲ 프랑스 와인과 피카소, 그리고 이우환 화백
  • 권호근
  • 승인 2020.04.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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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과 피카소, 그리고 이우환 화백

프랑스를 여행하다 보면 부러운 것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잘 보전된 아름다운 고성과 성당, 동화 같은 예쁜 마을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농촌 풍경에 이르기까지 어딜 가도 잘 가꾸어진 나라입니다. 특히 주요 와인 산지인 보르도, 부르고뉴, 알자스 지역의 광대한 포도밭을 보면 인간이 만든 경관도 자연경관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프랑스 와인 산업의 역사를 보면 여러 위기를 창의적으로 극복해 전화위복시킨 사례가 많습니다. 19세기 해충 감염으로 프랑스 전역의 포도밭이 쑥대밭이 됐지만 이를 계기로 프랑스 와인 생산기술이 스페인과 신대륙으로 확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냉해 피해를 받은 포도를 이용해 비싼 귀부 와인을 만든 것, 꼬냑 지방에서 관세 문제로 수출을 못해 시어버린 포도주를 증류해 유명한 나폴레용 꼬냑을 만든 것이 전화위복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돈 페리농 수사가 와인 숙성 시 발생하는 2차 발효로 포도주 병이 파손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급 샴페인을 탄생시킨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프랑스 와인 산업의 발전은 와인업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과학자와 교회 수도사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백신 개발과 우유저온 살균법을 개발해 인류 건강증진에 기여한 프랑스의 국민과학자 루이 파스테르(1822~1895)는 말년에 고향으로 귀향해 와인이 빨리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와인 발효연구를 합니다.
와인에는 종교와 문화 두 가지 코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와인을 신의 물방울 또는 프랑스 문화를 담은 술로 표현합니다. 성경에는 포도나무와 와인에 대한 많은 비유가 나오고 예수께서 행한 기적 중 4개가 와인과 관련된 기적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예수님께서도 와인을 무척이나 즐기셨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께서는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과 나누면서 포도주를 자신의 피로 비유합니다. 이 전통 때문에 지금도 로마 카톨릭에서는 성체와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식 전례를 2,000년 이상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사에 사용할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예로부터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브르고뉴 지방에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역 수도원의 수도사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장인정신으로 발전하여 지금도 브르고뉴 지방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와인에 문화의 ‘외피’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통 로칠드 와인입니다. 무통 로칠드는 1935년 국가 차원의 와인 질 관리를 위한 등급 심사에서 일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후 승급을 위해 절치부심으로 와인 생산에 혁신적인 방법을 도입합니다. 포도주 병과 레이블을 고급화하고 레이블에 유명 화가의 그림을 채택해 제작합니다. 소위 와인에 미술을 접목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와인 등급제 시행 이후 197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랑크뤼 일등급으로 승급합니다. 이것이 바로 피카소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피카소 그림을 레이블로 사용한 1973년 빈티지 피카소 와인입니다. 올해 좋았던 소식은 올해(2015년) 출시되는 2013년 빈티지 무통 로칠드 레이블에 우리나라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채택되었다는 뉴스입니다. 무통 로칠드 레이블에 그림이 채택되었다는 것은 명실상부하게 세계적인 화가로 등극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의미는 한국의 와인시장이 프랑스 입장에서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국가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세계적인 예술가도 탄생하는 법입니다. 예술과 관광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프랑스 와인산업은 대표적인 4차 산업입니다. 농업의 4차 산업화를 시도하는 한국은 프랑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2015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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